경영 능력 의구심에 승계구도 확실치 않아…한미약품그룹 “책임경영 구현 위한 조치”

고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전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은 임성기 전 회장이 2020년 별세하자 회장직에 올랐다. 이전까지 경영에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송 회장이 단숨에 그룹 경영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임성기 전 회장이 남기고 간 지분이 있었다. 임성기 전 회장은 생전 34.27%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송영숙 회장은 임성기 전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대거 상속받았고, 지분율이 기존 1.26%에서 11.2%로 급등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임성기 전 회장은 2014년 손자·손녀들에게 수백억 원 규모의 지분을 세대 생략 증여(한 세대를 건너뛰고 지분을 증여해 증여세를 합법적으로 절세하는 증여 방식)를 할 만큼 증여세에 대한 대비를 해 왔던 터라 송 회장이 엄청난 규모의 지분을 상속받은 것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시각이 있었다. 송 회장이 다시 다음 세대에 지분을 넘겨줄 때 막대한 증여세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임성기 전 회장이 자신의 지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송 회장에게 넘긴 것이기 때문이다.
송영숙 회장이 단독대표로 나서면서 장남 임종윤 대표로의 승계구도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2000년 한미약품그룹에 합류해 20년 이상 경영수업을 받은 임종윤 대표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면서다. 임 전 회장 생전 2대 주주였던 임종윤 대표의 지분은 3.65%였다. 이후 임 전 회장의 상속 지분으로 7.88%까지 올랐으나 송영숙 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르고, 장녀 임주현 대표(기존 3.55%)와 차남 임종훈 한미헬스케어 대표(기존 3.14%)의 지분이 각각 8.82%, 8.41%까지 확대되면서 그의 장악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송영숙 회장 체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송영숙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송영숙 회장은 회장직에 오르기 전 한미약품 기업사회적책임(CSR) 고문직을 맡으면서 직접적인 경영 참여에는 거리를 두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R&D(연구개발) 비용을 대거 축소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경상개발비가 급감한 영향으로 수익이 개선됐다. 이 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254억 원으로 전년 489억 원 대비 764억 원 증가했다.
송영숙 회장의 그룹 경영 과정에서 승계구도가 확실하지 않은 점도 잠재적인 불안 요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에서 승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은 언제든지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송 회장의 단독 경영 체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언론 등을 통해 밝힌 내용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5일 한미약품그룹은 송영숙 회장의 단독대표 취임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사외이사보다 사내이사가 더 많은 부분을 해소해 선진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체제를 갖추면서도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해 책임경영도 구현하는 방안”이라고 전한 바 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