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장남 임종윤 사장 위상 업…개발 늦은 편? 한미 “가능성 여전히 열려 있다”
코로나19 그린백신을 개발 중인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이자 한미약품의 모회사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고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부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번 코로나19 그린백신 개발은 임종윤 사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이기에 한미사이언스와 관련된 모든 사업들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한미사이언스는 바이오앱과 공동연구를 통해 식물바이러스 나노 테크놀로지를 접목한 코로나19 그린백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2020년 6월 한미사이언스와 바이오앱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왼쪽)과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 사진=한미약품 제공
2020년 6월 한미사이언스가 그린백신 개발 기업 바이오앱과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을 당시에도 임종윤 사장은 “그린바이오 생성 공정을 도입하면 이 분야의 게임 체인저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이번 MOU를 통해 6대 비전 중 하나인 그린바이오 분야에서의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고 전했다.
임종윤 사장은 차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지난 8월 2일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후 한미약품그룹은 송영숙 고문이 회장으로 취임해 이끌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송 회장의 자녀가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 회장은 그간 한미사진미술관 관장과 가현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맡았을 뿐 그룹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었고, 나이도 만 72세로 적지 않기 때문.
현재 임종윤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3.65%다. 임종윤 사장의 동생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각각 3.55%, 3.14%로 임종윤 사장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임성기 회장이 보유했던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7%는 아직 상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분 상속은 사망 후 6개월 내 이뤄져야 하기에 2021년 2월 초까지 상속이 완료돼야 한다. 상속 비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배우자와 자녀가 1.5 대 1의 비율로 지분을 상속하면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는 송영숙 회장이 된다. 송 회장이 경영권과 지분까지 확보한 만큼 후계구도에서도 송 회장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2월 20일 한미약품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이었던 임주현·임종훈 남매가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삼남매가 모두 사장 직급에 올랐다. 아직까지는 누구 하나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분 상속 등과 관련해 아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임주현 사장은 글로벌전략과 인적자원개발(HRD) 업무를 담당하고, 임종훈 사장은 경영기획과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업무를 맡고 있으며 한미헬스케어 대표를 겸하고 있다. 삼남매 중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임종윤 사장이다. 한미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면 임종윤 사장은 바이오업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서 유의미한 실험 결과만 내놓아도 주목받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 전했다.
2020년 12월 20일 한미약품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이었던 임주현·임종훈 남매가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했다.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사진=일요신문DB
그린백신 관련 연구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주목을 받은 건 비교적 최근이다. 2014년 미국 맵바이오제약은 담배 잎에서 생산된 재조합 항체 ‘지맵(ZMapp)’으로 7명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 치료에 성공했다. 이후 적지 않은 글로벌 바이오 업체들이 그린백신 관련 연구에 뛰어들었다. 캐나다 메디카고는 지난 7월 코로나19 그린백신의 임상 1상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1월에는 임상 2상과 3상을 동시에 시작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제한적으로 일부 식물 기반 의약품의 사용 허가를 내준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FDA 승인을 받은 그린백신은 아직 없다. 국내에서도 바이오앱 등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용화된 그린백신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그린백신에 대한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박정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박사는 지난 8월 보고서 ‘슬기로운 식물바이오의약 연구: 그린백신 연구 현황’을 통해 “그린백신 연구 초창기 미숙한 기술력과 과대한 기대치의 결과는 실패였지만 상상 일부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식물생명공학의 기술은 성숙해졌다”며 “식물을 이용해 백신을 생산한다면 생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사람과 진화계통상 거리가 멀어 공통 감염 병원균이 거의 없다보니 인체 안전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미사이언스 역시 그린백신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고, 국내에서는 최초로 코로나19 그린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백신 개발의 성공 여부와 시기 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그 시기가 늦으면 다른 백신에 밀려 판매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
주요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하면 한미사이언스의 백신 개발은 늦은 편이다. 정부는 최근 벨기에 얀센, 미국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분도 확보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등 5개 업체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한미사이언스의 그린백신은 전임상(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개시 전에 동물에게 사용해 독성 등을 알아보는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백신은 개발과 대량생산, 향후 부작용 추적 등 고려사항이 많기에 다른 의약품과 달리 시장 우위 확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