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 대구 달성군 ‘귀향’…탄핵 5년 만에 ‘평안’ 찾다
-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서 감사 인사 전해
- 5000여명 넘는 인파 몰려…권영진 시장, 이철우 지사, 강은희 시교육감, 김문오 달성군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도 동참
- 40대 남성 소주병 던져 현장에서 붙잡히기도
[일요신문]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습니다."
24일 낮 12시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로 귀향하며 이같이 밝혔다.
탄핵 받은 지 5년 만에 정치적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날 사저 주변에는 5000여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며 박 전 대통령을 환영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문오 달성군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 인사들도 환영 인파에 동참했다.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면이 결정된 후 달성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밝았다.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지지자들은 손뼉을 치고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를 연호했다. 사저 주변은 물론 도로 곳곳에도 환영 현수막과 화환이 줄을 이었다.
경찰은 안전 문제를 우려해 사저 주변에 펜스를 두르고 20대 중대로 현장을 통제했으나, 한 40대 남성이 소주병을 투척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으며, 행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이 있습니다.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10분 가량 이같이 말한 후 사저로 들어갔다.
유영하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이곳 달성은 처음 정치를 시작하셨던 곳이다. 늘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했던 곳이기에 대통령께서 이곳으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 측에서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말하긴 했으나 직접적으로 접한 적은 없다. 연락이 오면 (박 전)대통령이 말씀하시면 언론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병원을 나선 박 전 대통령은 곧바로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동해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그리고 대구 달성군으로 돌아왔다.
한편 대구 달성군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의 시작점이었다. 1998년 보궐선거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된 때부터 달성군 화원읍의 한 아파트를 매입해 거주했으며,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기마다 이곳을 들려 생각을 다듬었다. 박 전 대통령은 16~18대 총선에서 줄곧 대구 달성에서 의원직을 지냈다.
대통령이 된 그는 2017년 3월 탄핵을 받은 이후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2년을 확정받고 수감생활을 했다. 구속된지 4년 9개월인 지난해 12월 31일 0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구속에서 풀렸다. 건강 회복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4개월만에 퇴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면·복권됐지만 임기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했기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는 받을 수 없지만 경호와 경비는 유지된다.
사저는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에 위치한 개인 주택이다. 주택은 대지면적 1676㎡, 연면적 712㎡,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주거용 건물과 3개동의 부속 건축물을 중심으로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으며 외부 담장 높이는 10m 이상으로 보안이 철저하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