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5% 감점’ 놓고 이준석-김재원-홍준표 충돌…“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박근혜 귀향도 변수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는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국민의힘 집안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당 대표에 대선 후보까지 지냈던 홍준표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권영진 현 대구시장을 비롯해 김재원 최고위원, 재선의 류성걸 의원(대구 동갑) 등 정치적 중량감을 가진 이들이 대구시장 후보군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과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인 정상환 변호사가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그런데 공천룰을 둘러싼 폭탄이 터졌다. 이준석 대표와 홍준표 의원, 김재원 최고위원 간 진실게임 공방이 벌어지면서다. 3월 21일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공천룰로 5년 이내 무소속 출마 경력이 있는 자는 15%, 현역 의원은 10%를 감점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렇게 되면 두 페널티가 모두 적용되는 홍 의원의 경우 25% 감점을 받는다. 제21대 총선에서 경남 양산을 공천에 배제됐던 홍 의원은 탈당 후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다.
홍 의원은 ‘이해당사자’인 김재원 최고위원이 이런 의결에 참석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김 최고위원이 표결에 참여한 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는 이유다. 홍 의원은 3월 21일 “본인의 출마를 선언하고 그 직후 최고위에 참석해 자신에게 유리한 규정을 요구하여 관철했다. 이해당사자가 주도해서 표결에 참여한 것은 법률상 당연 무효사유”라며 “표결에 참석한 사람은 지방선거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가져온 초안의 감점 비율이 더 높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3월 23일 “당 대표가 사무처에 지시해 만든 공천관리 규정 초안을 가져오는데 경선 불복 경력자, 탈당 경력자, 징계 경력자는 25% 감산, 당원자격 정지처분 이상을 받은 징계 경력자는 15% 감산이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이 대표는 3월 24일 “나는 경선주의자로 웬만하면 페널티를 안 주고 가산점도 다 반대한다”며 “초안은 당의 기획조정국에서 만든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앞으로 경선이나 공천 과정에 있어서 본인의 인지도 상승 등을 위해 당 대표를 물고 늘어진다면 제가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그 이상의 피해를 드리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홍이 거세지자 중진 의원들이 중재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페널티 신설 결정을 두고 과도하다는 입장을 냈고,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 역시 “최고위원회 결정은 누가 봐도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며 공정성을 지적했다.
공천관리위원회는 경선룰 재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 초반 국정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장기화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홍 의원은 3월 25일 윤석열 당선인에게 경선룰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윤 당선인은 공천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회의를 열고 재논의할 계획”이라며 부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설도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병원 퇴원 후 대구 자택으로 돌아간 박 전 대통령이 그간 물심양면으로 곁을 지켜준 유 변호사가 출마할 경우 지원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사 출신인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옥살이 당시 유일하게 접견을 허용했던 최측근이다.
박 전 대통령은 3월 24일 대구에서 “좋은 인재들이 고향인 대구에서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친박계인 김재원 최고위원을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은 경력이 있다. 대구에서의 박 전 대통령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 경우 대구시장 경선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 될 전망이다.
김 최고위원은 3월 2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박 전 대통령 퇴원을 지켰다. 그는 “앞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명예회복을 위해서 저도 도울 예정”이라며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셨던 보좌진들끼리 한 번 빠른 시일 내에 (대구)달성 사저에 찾아뵙고 인사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 정가에선 3선을 노리는 권영진 시장과 김 최고위원 간 단일화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등 벌써부터 대구시장 선거는 후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