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나기다” VS “장마 몰려온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가격 거품이 본격적으로 빠지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심지어는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 폭락사태가 벌어지면서 장기 경제침체에 들어서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선 시장에서는 호가 하락에도 거래는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서울 강남의 경우 집부자들이 여름철 소나기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집값에 낀 거품이 제거될 것으로 보는 견해와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빅3지역의 일반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어 약발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강남 대치·도곡동은 관망세
서울 강남지역은 일부 재건축단지를 빼고는 아직 이번 세금대책의 영향은 미미한 실정이다. 호가가 다소 하락했지만 매물이 쏟아지거나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대치동 한솔공인 관계자는 “8월 정부가 발표할 부동산종합대책에 고강도 대책이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집값 오름세는 일단 진정된 것 같다”면서 “이 때문인지 매도자, 매수자 모두 8월 정부대책만 바라보며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매물은 한 달 전에 비해 다소 늘어나 단지마다 3∼4개씩은 나온다”며 “그러나 거래도 잘 안될 뿐더러 이 정도의 매물로는 가격 하락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매물로 나온 아파트도 집주인들이 자신이 원하는 가격 이하로 내려가면 팔지 않겠다는 분위기여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치동 우성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지역은 아직도 정부 정책을 불신하는 경향이 적지 않아 아직은 큰 움직임이 없다. 도곡 렉슬이나 타워팰리스 등 고가 아파트의 경우 세금이 더 나온다고 해서 집을 처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했다.
재건축, 분당·용인 변화 조짐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다소 사정이 다르다. 호가를 내린 매물이 나오고 있고 일부 거래도 되고 있다.
9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던 개포동 주공2단지 19평형이 5천만원 가까이 빠진 채 8억5천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고, 송파구 일대 재건축 아파트도 잠실주공5단지, 가락시영 등을 중심으로 평형별로 2천만∼3천만원가량 호가가 내렸다.
가락동 가락시영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세무조사와 양도세 중과 등의 여파로 예전 같으면 한두 개에 불과했던 매물이 현재는 5개로 늘어났다”면서 “1차 13평형이 2천만원 빠진 4억3천만원, 17평의 경우 4천만원 정도 내린 6억3천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가격이 급등했던 경기도 분당과 평촌, 용인지역도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5억5천만원까지 호가가 치솟았던 분당 이매동 두산 31평형은 2천만원가량 떨어진 5억3천만원에 최근 현지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왔다. 분당 서현동 일대 시범단지 역시 가격 급등세는 멈춘 채 매물이 늘고 있다.
시범단지 내 서울공인 김관호 대표는 “호가를 낮춰서 내놓고 있는 현상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매물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용인, 평촌 등지도 비슷하다는 게 지역 중개업소의 얘기다.
거품 빠진다 VS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하반기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도 보유세 강화 등 강력한 세금정책으로 다주택보유자들이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이와함께 금융기관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억제, 정부의 세무조사 등 집값이 오를 만한 호재는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꼭지점’에 도달했다고 인식, 지금까지의 차익에 만족하고 매도타이밍을 고민하다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꼭지점이라는 인식 때문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기존 호가보다 가격을 낮춰서 내놓으려는 현상이 늘고 있다”며 “여기에 세금 부담 등이 가중돼 가격 하락, 매수세 우위 시장은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올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도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상 모든 정책적 수단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전체적으로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일부지역의 집값 거품이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찮다. 정부의 정책은 강남 등 집값이 많이 뛴 지역의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오히려 강남보다는 용인이나 수원 등에 매물이 쏟아져 나와 집값이 하락하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즉 정부가 의도하지 않았던 지역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114 김희선 전무는 “강남과 용인, 김포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강남지역 아파트를 보유하고 비강남지역인 용인이나 김포 아파트는 처분하려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정작 강남보다는 엉뚱한 지역의 매물만 쏟아지고 가격 하락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금만으로는 집값을 잡기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호가만 하락하고 거래가 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주용철 세무사는 “보유세 과표 자체가 기준시가의 50%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안은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정부는 호가를 낮춰 내놓는 매물이 거래가 잘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먼저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이번 대책이 강남의 투기 수요를 억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봤을때 당장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내놓을 정도로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이사는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는 보이지만 약발이 언제까지 미칠지는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다음달 발표될 부동산종합대책이 나와봐야 구체적인 윤곽을 그릴 수가 있다”고 말했다.
신홍범 파이낸셜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