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일 방송되는 KBS '시사 직격' 113회는 '차별금지법, 15년 표류기' 편으로 꾸며진다.
"차별과 혐오를 배제하고 올바른 인권 규범을 정립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대한민국이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7대 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에서 처음 발의되었던 차별금지법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 것인가.
우리 사회 차별의 현주소를 진단해보는 한편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 효용성을 취재했다.
100명의 시민을 만나 차별을 경험했는지 물어보았는데 대다수의 시민들이 '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변하였다. 성별, 장애, 나이, 성적지향 등 다양한 답변이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차별의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얼마 전 혜화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탑승 시위가 있었다.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임에도 외면받아온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요구하는 시위였다.
또 나이제한 규정 때문에 한국프로볼링 협회로부터 가입을 거정당해 프로볼러의 꿈이 좌절된 시민도 있다.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고 인권위 측에서는 한국 볼링 협회에 시정 권고를 내렸으나 인권위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어 불수용 되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란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며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된 법안이다. 이러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대구 북구에서 건축 중이던 이슬람 사원의 공사는 현재 1년째 중단된 상태이다. 인근 주민들이 '문화권 차이'를 이유로 사원 건립 반대 시위를 진행한 것이다. 사원 건립을 추진하던 유학생과 연구자들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10월 자신의 직장에서 관리자로부터 외모지적 등 폭언을 들은 성소수자 M씨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원한다고 말한다. M씨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를 바랐지만 사측이 마련한 가해자와의 대면자리에서 오히려 자신의 성정체성과 관련된 2차 가해를 당했다고 한다.
비정규직이면서 성소수자인 M씨는 현재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차별의 사유로써 소수자성이 복합적일 때 현행의 법률하에서 피해자는 어떤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미 여러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국적이나 인종,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 금지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개별법만으로는 복합적인 차별 피해가 발생했을 때 법의 적용이 어려워진다.
2007년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이후 15년간 11번 발의되었지만 단 한 번도 소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동아제약 채용 성차별 사건으로 인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높아진 가운데 차별금지법 제정을 원하는 국민청원 동의 인원은 10만 명에 달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지금까지 총 4건의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됐지만 단 한 번의 심사도 없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회 곳곳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15년째 제정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UN 인권사무소에서는 몇 차례나 대한민국 국회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정신없이 달려온 20대 대선이 막을 내리고 차기 정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금 새 정부의 청사진 속에 소수자들과 차별받는 자들을 위한 계획은 존재할까. 차별과 혐오를 뛰어넘어 하나 된 대한민국으로 갈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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