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일 방송되는 KBS '동물극장 단짝' 10회는 '무릉도원, 도무지 사랑할 수밖에' 편으로 꾸며진다.
강원도 횡성군의 어답산. 전기도 없고 전화도 먹통이 되는 심심산골에 아는 사람만 찾아간다는 특별한 산장이 있다. 내비게이션에도 찍히지 않고 산 속 비포장도로 3km를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자연 속 통나무집. 이 산장의 주인장은 올해로 산골생활 13년째인 왕규오 씨(58세)다.
젊은 시절부터 조경 일을 해오며 틈틈이 오지를 돌아다녔다는 규오 씨. 우연히 마주한 어답산의 설경에 한눈에 반해 이곳에 자신만의 무릉도원을 짓기로 결심했다.
규오 씨의 산장에는 특별한 마스코트들이 있는데 '무릉' '도원' '도무지'라는 이름의 개 세 마리다. 집을 짓던 당시 목수로부터 '홀로 적적하게 살지 마라'는 당부와 함께 수컷 암컷 강아지인 무릉이와 도원이를 입양받았고 두 녀석 사이에서 '도무지'라는 아들이 태어나게 된 것.
세상과 단절된 깊은 산속에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꾸린 남자. 그곳에서 운명처럼 만난 세 마리의 단짝들.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무릉도원은 어떤 모습일까.
산장 역사와 함께 한 개들이니만큼 세 마리 모두가 각별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도무지'가 규오 씨의 단짝이다. 부모견인 도원이의 '도' 무릉이의 '무' 강아지 '지' 자를 써서 '도무지'라 이름 지었다는 녀석.
그 이름처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 매력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선호하는 규오 씨와 달리 넓은 어답산을 제 놀이터처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
특히 산행에 나설 때면 보디가드처럼 사방을 경계하며 앞서 걷다가 규오 씨가 명상에 잠기면 그새를 참지 못하고 품 안으로 파고들어 훼방을 놓는다.
이런 천방지축 도무지가 산장에 손님이 오면 180도 변신한다. 인기척만 났다 하면 버선발로 마중 나가 손님을 안내해 오고 특유의 발랄한 애교로 오는 손님들의 발길을 단단히 붙잡아둔다.
손님들 편안한 시간 보내시라고 객실 문턱은 넘지 않는 매너까지 장착해 산장 벨보이 노릇 톡톡히 하고 있단다. 어답산의 자유로운 영혼 규오 씨와 도저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무지의 단짝 스토리가 펼쳐진다.
무려 5년에 걸쳐 정성껏 지었다는 규오 씨의 산장. '우리 모두가 자연을 빌려 살고 있다'는 그의 철학처럼 산장 운영 방침 역시 특별하다. 주인이 집에 없어도 오가는 사람 누구라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게 24시간 내내 대문을 오픈하고 이용료는 손님이 내고 싶은 만큼만 낸다.
실내에 설치한 돈통에 집어넣으면 되고 없으면 안내도 그만이란다. 특히 규오 씨가 절구에 직접 빻아 내려주는 '절구 커피'는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특급 서비스다.
주인장의 독특한 신념 때문인지 이곳엔 유독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들이 자주 찾아와 산골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아침엔 구름이 쉬어가고 밤엔 은하수가 펼쳐지는 산중 낙원. 그곳의 유일한 주민이자 주인으로 살아가는 그가 무릉, 도원, 도무지와 함께 그려나가고픈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답산 산장지기 왕규오 씨와 그의 특별한 단짝 '도무지'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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