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의 고백 신 저보단 남주혁이 더 부담됐을 것…등 대고 볼 수 있는 가벼움이 드라마 인기 요인”
“으하하”라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어울릴 만큼, 화면이 터져나갈 것처럼 웃음을 터뜨리며 뒤로 넘어가기까지 하면서 이런 말을 하면 사실 신빙성이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많이 자제한 상태로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는 배우 김태리(32)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절제와 자제 속 미처 참아내지 못한 “으하하”가 인터뷰 곳곳에서 튀어나왔지만, 그만큼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솔직하고 밝은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고 있었다.

4월 3일 종영한 tvN 토일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김태리는 그의 말 그대로 ‘멋있는 사람’, 나희도를 연기했다. 1998년 꿈을 빼앗기고 좌절해야 했던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나희도는 IMF로 고교 팀이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당차게 헤쳐 나가는 고교 펜싱 꿈나무다.
이런 그가 국가대표이자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성장하는 ‘성장 드라마’이자 시대에 휩쓸리지 않는 청춘들의 풋풋한 첫사랑을 살포시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올 상반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저는 저희 드라마의 인기 요인이 ‘가벼움’이 아닐까 싶어요. 내 주말을 편하게 보낼 수 있는 가벼움 말이죠. 드라마를 보며 ‘쟤 나쁜 놈 아냐? 쟤는 좋은 놈 같아’ 하는 쓸데없는 추리 없이 그저 등 대고 기대 앉아 마음 놓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가벼움(웃음).”

“희도의 인생엔 아마 백이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양찬미, 고유림도 절대 무시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백이진이죠(웃음). 대사로도 나오지만 그와의 관계는 정말로 정의 내릴 수 없는 특별한 관계예요.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도 저 관계 속에 내가 들어가고 싶은, 내가 받고 싶은 그런 관계성을 희도라도 받는 게 너무 좋다고 생각해 힐링이 되는 게 아닐까요?(웃음) 희도에게 백이진은 정말 특별했고 희도의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그런 관계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좋은 인상을 남겼던 두 사람이었던 만큼, 그들의 사랑이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아닌 ‘스물셋 열아홉’에서 시작됐다는 것에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이 일기도 했다. 10대 청춘들의 로맨스 또는 어른들의 로맨스가 아니라 어느 한 쪽이 아직 미성년자인 상태에서, 그것도 성인이 먼저 이 관계를 ‘사랑’으로 정의하려 들었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던 것이다. 그런 날 선 반응은 배우와 제작진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저는 사실 (그 신 촬영에) 부담이 없었어요. 그런데 (남)주혁이는 부담이 있었을 거예요. 감독님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신 지점이었고요. 표현의 정도가 있잖아요? 그런 걸 굉장히 세심하게 접근하셨어요. 사실 희도는 그런 부분을 신경 쓸 게 전혀 없었죠. 희도의 감정 상태는 10대지만 성인이 되는 단계에 들어가는 거라서 그대로였는데, 주혁이와 감독님은 고민을 정말 많이 하면서 세심하게 접근하셨어요.”

“사실 희도는 극 중에서 모든 사람들과 다 연결돼 있어서 저를 진짜 힘들게 했거든요. 계속 출연해야 하니까 제 스케줄이 아주 그냥…(웃음). 그런데 저는 단연코 주혁이와 연기할 때가 가장 좋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진심을 다해 말할 수 있어요. 주혁이는 정말 멋진 배우거든요. 제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놓치면 안 돼’라고 생각했던 포인트를 끝까지 잡고 어떻게 해서든 발전시키려 하고, 그걸 내려놓지 않으려 하는 태도를 가진 친구예요.”
연기자로도 그렇지만 남주혁은 김태리에게 있어 ‘로코’ 선배님이기도 했다. 이미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안정된 남주인공’으로 정평이 나 있는 남주혁과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면서 김태리 역시 로코 장르에서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차기작에서는 새로운 ‘김태리 표 로코’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질문에 김태리는 또 한 번 “으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내저었다.
“제가 막 노력해서 ‘로코로 갈 거야!’ 이러진 않을 거예요(웃음). 사실 저한테 되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거든요. 로코라는 장르의 가능성, 연기를 함에 있어서 그런 가능성이 진짜 무궁무진하다는 걸 이번에 느꼈고 연기를 하는 재미도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아요. 유연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로코가 정말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는 장르란 걸 알게 됐으니 다음엔 그 기억들을 가지고 좀 더 자신감 있게 도전해 볼래요. 그런데 막 ‘나만의 로코 길을 가겠어! 닦아 나가겠어!’ 이런 건 없어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