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4일 방송되는 KBS '다큐인사이트'는 '최종병기 반도체' 편으로 꾸며진다.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한 가운데 미국의 마이크 뮬러 전 합참의장과 전직 국무부 직원들이 대만을 찾았다. 중국과의 양안 갈등으로 대만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은 대만에 적극적인 우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줄곧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왔던 미국의 태도를 변화시킨 것은 지구 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대만의 TSMC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회사이자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주문하는 반도체 92%를 생산하고 있는 TSMC는 대민인들에게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불리고 있다.
TSMC 공장이 멈추면 전 세계의 IT기업들이 멈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니게 된 반도체 회사. 과연 TSMC가 이렇게 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스콧 케네디 CSIS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은 "소위 실리콘 쉴드(방패가) 대만을 보호해 줍니다. 대만이 전쟁으로 파괴된다면 반도체 관련 자산을 가진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됩니다.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이요 그런 면에서 대만이 보호받고 있죠"라고 말했다.
2021년 1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차량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사태는 악화되었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네 나라는 동시에 대만의 TSMC에 반도체 공급 요청을 했고 공급에 우선순위가 생겼다.
이때의 주도권은 생산을 하고 있는 TSMC에게 쥐어졌다. 앞으로의 미래 패권 주도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반도체를 자국 내에서 많이 생산하는 쪽이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날이 갈수록 자동차, 가전제품, 5G, 인공지능 등 미래기술의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안에는 이것을 관통하는 부품, ‘반도체’가 있다. 앞으로의 미래 패권을 결정하는 건 '반도체'가 될 것이다.
고도로 발달된 무기들은 이제 외관만 봐서는 민간용과 군용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졌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도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드론, 자율주행 공격 등 무기 체계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국방력 부분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은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은 첨단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표현하며 전략물자 공급망 확대에 54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전 국가가 나서서 반도체 사업을 유치하고 있다. 반도체는 산업의 경쟁력 뿐 아니라 군사력까지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곧 국방력이고 각 나라는 최첨단 무기로 미래 전쟁에 대비할 것이다.
2013년 시진핑의 취임 이후로 중국은 첨단기술 발전에 매진해왔다. 특히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주자인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최첨단 반도체인 기린칩을 직접 설계하는 단계에 이르자 미국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된다. 이 시기 미국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의 반도체업체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시작한다.
화웨이를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수출을 위해 미국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는 2019년 14나노미터 생산을 발표하며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힘쓰고 있었다.
SMIC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네덜란드에 있는 ASML사의 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의 원천기술을 사용하는 ASML사가 최첨단 장비를 SMIC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중국의 반도체 공정은 14나노에서 멈춰서고 말았다.
전 세계가 반도체를 손에 넣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첨단 기술이 세계의 새로운 판을 짜고 있는 지금, 한국은 어디에 서 있을지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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