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선거정국엔 ‘왕부담’
지난해 G20 회의 직전 청와대의 한 고위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전 꼭 이뤄야 할 외교부문 업적으로 이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중 G20 회의는 지난해 11월 치렀고, 올해 7월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남북정상회담.
최근 여권 핵심부 인사들 사이에선 올해 12월경 이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날 것이란 얘기가 퍼지고 있다. 대선캠프 출신의 한 여권 전직 관료는 “내년엔 총선과 대선이 있어서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정상회담 의미가 훼손되지 않도록 올해 안에 김 위원장과 만나야 한다는 게 VIP의 생각”이라면서 “준비 기간 등을 포함하면 12월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청와대의 남북정상회담 연내 추진설은 지난 9월 19일 류우익 전 비서실장이 통일부 장관에 임명되면서부터 대두되기 시작했다.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파 ‘3인방’으로 불리던 현인택 장관이 물러나고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류 장관이 발탁되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가 예상됐던 것이다. 류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유연한’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을 뿐 아니라 임명 후엔 정명훈 씨 일행과 7대 종단 대표들의 방북을 허락하기도 했다. 특히 류 전 장관은 임태희 비서실장과 함께 이 대통령의 ‘대북특사’로 활동했다는 소문도 나돈 바 있어 정상회담 추진은 기정사실화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9월 30일 하루 일정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한 것도 정상회담 추진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홍 대표와 함께 개성을 다녀 온 김기현 대변인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애로를 파악하고, 활발한 기업 활동을 위한 대책을 고민하는데 방북 목적이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정치권에선 그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한나라당 대표로선 첫 방문이다. 신냉전시대로 불릴 만큼 경색된 남·북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최근 여권 내에 일고 있는 해빙무드가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