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은 왜 서울시장이 되려고 하나
“나경원 의원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요?” 나 의원의 출마 선언 이후,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다. ‘미인’ ‘예쁘다’ ‘부잣집 딸’ ‘부자’ ‘서울법대’ ‘판사 출신’ 등이었다. 대중의 마음에 있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통해, 정치인의 심리와 성향을 분석하려는 나의 시도는 처음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미인’이나 ‘예쁘다’는 말 이외에는 나 의원의 정체가 특별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나 의원을 나타내는 말인지, 과거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인물의 이미지인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었다. 나 의원의 정체를 알기 위해, 그녀가 속한 정치집단이 어떠한지를 물어보았다. 정치인 나경원 의원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경원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 기득권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기존의 질서와 권위를 지키려는 입장이다. 혹자는 이들을 보수라 하지만, 그것보다 ‘잘 살고 성공한 삶’ ‘가진 것을 더 잘 지키고 유지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 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부러워 하고 또 그렇게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젊은 사람들 중에 성공하고 출세하려는 사람들 중에 나름 어른들이 시키는 것과 원하는 것을 잘하고, 정답과 같은 삶의 경로를 쫓아가는 사람들도 이것을 지향한다. 이들을 ‘엄친아’ 또는 ‘모범생’이라 한다. 여기에 부자 부모까지 두었다면, 그것이 바로 나 의원의 정체다. 한나라당의 분신, 아바타, 한나라당의 엄친아가 바로 나 의원이다.
정치인 나 의원은 2004, 2005, 2008년 국정감사 우수의원이었다. 특히 2006년 이후 당 대변인으로 활동할 때 그녀는 어른들이 원하는 정답을 너무 잘 만들었다.
유명한 ‘주어’ 논평 사건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광운대 특강 발언에 대해, 그녀는 이명박 후보가 ‘BBK를 만들었다’라는 말은 했지만 ‘내가’라는 주어가 없기에 이 후보와 BBK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논평했다. 과거 유신시대에 정치판사가 애써 만든 시국사범 판결문을 아이들 작문 수준으로 만든 놀라운 논리였다. 정답을 찾고 열심히 일하는 그녀의 모범생 모습은 2009년 그녀가 국회 문방위 간사로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할 때 더욱 빛을 발했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모범 한나라당 당원이었다.
인생의 콤플렉스를 이야기 할 때면,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 못 배운 것, 못 생긴 것, 성격 더러운 것’ 등등을 언급한다. 하지만 이것과 반대되는 경우도 콤플렉스가 될 수 있다. 대중 정치인이 되려는 나 의원의 경우다. 그녀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조건들은 대중들에게는 그녀를 정치인으로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게 만든다. 그녀의 완벽한 조건, 스펙은 자신은 집안배경이 없어 성공할 수 없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고 마는 대중들에게 그녀를 이솝우화의 ‘신포도’가 되게 한다. 대중은 여우처럼 그녀를 폄하하려 한다. 대중들이 이 사회에서 성공이나 출세가 힘들다고 믿을 때, 피해의식에 사로잡힐 때 더욱 그렇다. ‘분명 보기 좋은 꽃인데, 왜 정치인 나경원은 연예인 김태희보다 믿음이 가지 않을까?’ 그녀를 아낀다는 팬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비록 당의 뜻이라 해도 자신의 소신과 다르다면 거부할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은 결코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잘 활용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튀지 않고, 대세에 따르는 처세술을 가진 무난하고 인기 있는 사람’이 되려 한다. 이런 정치인일수록 자신의 뚜렷한 개성이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어설픈 ‘서민 흉내’나 내면서 사진이나 찍으려 한다. 그녀를 보는 대중들의 믿음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녀를 ‘제2의 오세훈’이라 하는 것도 단지 ‘무상급식 반대’라는 입장 때문은 아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보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더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경원 의원은 또 다른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요즘 아이들의 명문대 입학 조건이라는 대중의 지혜에 있다. 명문대 입학 성공을 위해서는 아이의 능력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이 필요하다. 나 의원의 서울시장 당선을 위해, 혹자는 ‘당(대표)의 무관심’ ‘박근혜 의원의 유세’ ‘강남부자의 지원’이라는 소리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녀가 한나라당의 모범생이 아닌 서울시민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스펙이 아닌,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하는 그런 정치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보기만 좋다면 그것은 떡이 아니다. 보기 좋은 서울시장은 오세훈으로 끝났다. 예쁜 나경원 의원이 서울시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정말 먹기 좋은 떡의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 나 의원의 정체를 대중의 심리로 그려 보았지만, 여전히 남는 질문이 있다. 이 분은 왜 서울시장이 되려고 하지? 그녀가 꼭 답 해주기를 바란다.
연세대 심리학 교수 황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