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비는 ‘쌈짓돈’ 교수는 ‘낙하산 투하’?
▲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가 학내분규로 시끄럽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과연 이 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교내 분규의 현장을 <일요신문>이 직접 찾아가 봤다.
기자는 지난 9월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서울벤처대)’를 직접 찾았다. 학교 외벽에는 교내 대학원생들이 작성한 대형 현수막과 항의 서안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현수막과 서안에는 학교 총장과 어용교수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눈에 봐도 교내 분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알 수 있었다.
현재 교내분규가 발생한 서울벤처대는 지난 2002년 세워진 석·박사과정의 전문대학원이다. 유명 교육법인인 ‘호서학원’을 모 재단으로 두고 있는 서울벤처대는 ‘경영학과’ ‘부동산학과’ ‘사회복지상담학과’ ‘발효식품학과’ ‘뷰티보건학과’ 등 총 5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데 재학생은 불과 240여 명에 불과한 초미니 학교다. 전문대학원의 특성상 재학생들 상당수는 각 분야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경험자들이다.
교내분규의 발단은 지난해 12월에 취임한 이성근 총장과 학생들 간의 갈등에서 촉발됐다. 이 총장은 제9대와 10대 국회의원을 지낸 재선의원 출신으로 한성대 배재대 대구예대 등 유명사학의 총장을 역임한 교육계의 유명인사다.
지난 7월 교과부는 서울벤처대를 상대로 ‘학과 폐지예고’라는 행정제재 조치를 내렸다.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과는 총 5개지만 전임교수는 14명에 불과한 현실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교과부의 원칙상 1개 학과에는 7명의 전임교수가 존재해야 한다. 규정에 턱없이 미달한 상황이다. 이 학교는 그동안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교원을 충원하지 못했고, 이 총장은 결국 “2개 학과로 통폐합할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공고를 냈다. 이럴 경우 석·박사 학위는 통합된 학과명으로 받게 된다. 또한 기존 해당학과의 이름은 전공명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졸업생들의 졸업장에는 ‘부동산학 박사’가 아닌 ‘경영학박사-부동산학 전공’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들은 집단으로 반발했다. 기자와 통화한 대학원생 A 씨는 “우리는 해당학과의 학위를 받으러 거액의 돈을 내고 입학한 사람들이다. 해당학과의 학위를 받을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총장에 대한 재단의 전반기 감사 내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A 씨는 “당시 재단의 감사내용에 따르면 이 총장은 본인 소유의 자동차 보험료, 해외여행 면세품, 개인약품 등 사적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총장과 비교해 1억 원이 넘는 거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예산부족을 이유로 학과를 통폐합한다는 것은 납득하지 못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 학교 현관에 총장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붙은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기자와 통화한 호서학원 관계자 역시 전반기에 있었던 재단의 자체 감사여부를 부인하지 않았다. 내용 확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호서학원 관계자는 “감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 학생들이 총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이 총장은 또 배임수재 의혹도 받고 있다. A 씨는 “지난 2월 이 총장은 사회복지상담학과 신규교원을 뽑는 과정에서 공채가 아닌 개인적인 부탁으로 교원채용을 한 일이 있다. 당시 채용된 교수는 사회복지학 학위가 아닌 인문사회학 학위를 가진 인물로 사실상 자격이 없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배임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9일 서울벤처대의 대학원생 141명은 이 총장을 상대로 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작은 일로 시작된 교내분규가 법정공방전으로 확전되고 있는 형국이다.
학생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이 총장은 현재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재단으로부터 공문을 통해 권고사직을 요구받은 상태다. 오는 10월 15일까지 교내분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처지다. 부담을 느낀 재단에서도 이 총장의 카드를 버린 셈이다.
이 총장은 최근 학생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2개 학과 통폐합안’을 철회하고 5개 학과를 유지하겠다는 공고를 냈지만 대학원생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5개 학과 유지에 필요한 현실적인 예산계획이 수립될 때까지는 못 믿겠다는 것이다. 재단 관계자 역시 “이 총장의 5개 학과 유지안은 재단의 결정과는 무관한 것으로 우리와 상의한 내용이 아닌 독단적인 발표사안이다. 우리 재단은 5개 학과 유지를 위해 학교에 자금을 댈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 총장의 5개 학과 유지안은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발표한 ‘당장 급한 불끄기’식의 회유책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자는 수차례에 걸쳐 이 총장의 해명을 직접 듣기 위해 직접 방문과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학교 측은 ‘장시간 내부회의’와 ‘지방출장’ 등을 이유로 접촉을 피했다.
9월 29일 기자와 통화한 학교 측 관계자는 “교내분규는 민감한 문제다. 자세한 내용을 외부에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 고소장을 제출하며 총장에 대응하는 학생들은 학생 전체를 대변하는 자들이 아니다. 학생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 역시 분규를 일으킨 학생들에 대해 명예훼손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법적대응에 나설 수 있다”며 학생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