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IPO 시장 침체에 금리 인상 악재…연 7~9% 고금리 신용거래융자 활용할 듯
국내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천은 크게 네 가지다. 주식 등의 중개 대가인 수탁수수료, IB(투자은행) 관련 수수료, 대출 관련 이익, 그리고 채권 이익이다. ‘증권사’지만 정작 주식 투자는 적극적이지 않고 큰돈을 벌지도 못한다.
수탁수수료는 주식거래와 비례한다. 2020년 7조 원, 지난해 8조 원을 넘었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 활성화로 거래대금이 커지며 이전보다 2배 이상 불어났다. 시황이 가장 큰 변수다. 증권사별 서비스가 유사해 경쟁이 치열한데, 거래 플랫폼의 편의성과 수수료율이 점유율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박리다매다.
IB 수수료는 기업공개(IPO·상장)나 증권 발행 투자은행 관련된 수익 등이다. 발행되는 증권 액수에 일정 비율로 수수료를 받는다. 역시 시황이 중요하다. 주가가 오르고 거래가 많을 때 자금조달 수요도 커진다. 지난해 코스피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전년까지 3조 원대이던 수익 규모가 단숨에 5조 원을 넘었다.
고객에게는 주식투자를 권하는 증권사들이지만 주요 투자처는 채권이다. 채권은 금리가 내리면 가격이 오르며 수익이 난다. 차입과 장단기 금리차(저리의 단기 차입으로 조달해 이자율이 높은 장기채권에 투자)를 이용하면 거의 무위험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증권사의 가장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아 왔다. 수익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2016년까지는 증권사 최대 수익원이었고, 2018~2020년 사이 연평균 6조 원의 수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2조 원대로 급감했고, 올해는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며 손실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주식거래도 시원치 않고, IPO 시장도 침체되고 있다. 채권은 시장금리가 오르며 가격이 급락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증권사에게 ‘솟아날 구멍’은 있다. 고금리 대출이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매입할 때 해당 주식을 담보로 빌려주는 돈이다. 주목할 부분은 신용융자 금리의 절대 수준이다. 고객에 싸게 빌린 돈을 엄청나게 높은 값으로 빌려주는 구조다.
현재 주요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31~60일 기준)은 연 7~9%대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긴 돈(고객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증금)이 대신 맡아 운용한다. 증권사는 증금에서 이자(지난해 기준 연 0.8% 미만)를 받아 일부를 투자자에 돌려준다. 예탁금 이용료율이다. 약 연 0.10%~0.42%다. 금리 차이가 상당하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탁금 이용료율도 오르는 게 자연스럽다. 은행예금 이자처럼 금리 상승분 반영에는 인색하다.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재원을 증금에서 빌리기도 한다. 이자율은 지난해 기준 연 2%가 채 되지 않는다. 수익이 무려 5~7%포인트에 달한다.
조달 비용이 아무리 싸더라도 부실 위험이 크다면 이자율이 높을 수도 있다. 신용융자는 담보가 된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반대매매를 실행해 원금을 회수한다. 부실화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최근 증시 부진에도 고객예탁금은 60조 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의 25조 원대보다 배 이상 많은 액수다. 신용융자 잔고 역시 20조 원 이상으로 지난해 정점(25조 원)보다는 적지만 2019년 말(10조 원)보다는 갑절 이상 크다. 여전히 수익을 내기 양호한 영업 환경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인 데다 최근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증권사들은 오히려 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