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소액주주와 시민단체 합병비율 문제 제기…동원그룹 “규정에 따른 것”
상장사인 동원산업 기업가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이번 합병에서는 자본시장법의 계산법에 따라 9156억 원으로 평가됐다. 합병에 앞서 이뤄진 액면분할(5000원→1000원)을 적용하면 주당 4만 9792원이다.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외부평가기관인 안진회계법인이 순자산가액 기준 자산가치와 현금흐름 할인에 따른 수익가치를 1 대 1.5 비율로 산술평균해 2조 2346억 원으로 평가했다. 역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의한 평가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 대 3.8385530으로 산정됐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남정 부회장과 김재철 명예회장이 지배하고 있다. 둘의 합산 지분율은 92.77%에 달한다.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합병법인에서 김재철 명예회장 부자의 지분율도 높아진다. 이번 평가 결과가 적용되면 동원엔터 주주들에게 더 많은 신주가 발행돼 동원산업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주가 희석 부담이 커진다.
논란의 근원은 상장사는 증시에서 할인 또는 할증된 가치로 정해지지만 비상장사는 장부상 가치 또는 잠재가치로 따지는 데에 있다. 기준이 다르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상장사 가치가 할증됐다면 비상장사 주주에 불리하고, 상장사 가치가 할인됐다면 비상장사 주주가 유리해지는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동원산업의 장부상 순자산가치는 1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시가는 9000억 원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순자산이 2조 원이 넘는다. 상장사가 아니어서 할인 없이 가치가 평가됐다.
이번 합병은 사실상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우회상장이다. 그러면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비슷한 상장기업들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평가를 받고 있을까. 기업공개(IPO·상장)에서 흔히 쓰는 비교평가법으로 추정해 봤다.
안진회계법인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수익가치 산정 과정에서 식품제조업을 영위하는 7개사(CJ, 농심홀딩스, 롯데지주, 샘표, 오리온홀딩스, 크라운해태홀딩스, 대상홀딩스)를 비교했다. 이들의 평균 주가순자산배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은 각각 0.53배, 13배다. 이 수치를 적용하면 동원엔터프라이즈 추정 시장가치는 순자산 기준 1조 원, 순이익 기준 약 7500억 원이다. 동원산업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작다. 합병법인과 피합병법인 주주 간 유불리가 바뀔 정도의 차이다.
8월 열릴 합병 찬반 주주총회의 관전 포인트는 주식매수청구권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총에서 합병 등 특별결의사항에 대해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대하여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양사는 주식매수청구 액수를 700억 원으로 정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 등 특수관계인의 동원산업 지분율이 무려 63%에 달해 표대결로는 합병 무산은 어렵지만 지분율 8%만 뭉치면 700억 원의 벽을 넘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동원산업의 현금성자산은 연결기준 1562억 원, 개별기준 100억 원이다. 700억 원이 넘는 매수청구에 응하려면 상당한 자금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합병을 재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다. 단 매수청구권이 700억 원을 넘어도 동원산업 이사회가 합병을 강행한다면 소액주주들이 저지할 방법은 없다.
이와 관련, 동원그룹 한 관계자는 "합병 결정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합병비율은 규정돼 있는 평가 방법에 따랐다"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