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순경 역으로 배우 첫 발 “경찰 나오는 드라마 ‘라이브’ 보면서 공부”
“프로 연기자가 아닌 데다 첫 도전이다 보니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 미숙하고 부족한 부분이 충분히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점이 불편하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나름대로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 했으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웃음).”
4월 23일 첫 방송을 앞둔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은 MBC가 2년 만에 야심차게 부활시킨 주말드라마다. 지난 2020년 ‘꼰대인턴’으로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배우 박해진이 2년 만에 다시 MBC로 귀환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먼저 드라마 팬덤의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가수 김희재가 OST 가수뿐 아니라 연기자로까지 합류하면서 가수 팬덤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아무래도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떻게 하면 대사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주어진 대사를 어떤 톤으로 연기하고, 그 대사에 맞는 모션도 취해야 하는데 어색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죠. 처음 제안을 받고는 연기 선생님과 촬영 두 달 전부터 계속 레슨을 받았어요. 또 제가 순경 역이다 보니 ‘라이브’라는 경찰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며 경찰이 어떻게 일을 하고, 그중에서도 막내 경찰은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를 많이 공부했었던 기억이 나요.”
귀신 부리는 마술사 차차웅(박해진 분)과 열혈 순경 고슬해(진기주 분)의 본격 귀신 공조 코믹 수사극을 그린 ‘지금부터, 쇼타임!’에서 김희재는 고슬해의 직속 후배이자 파출소 막내 순경 이용렬을 맡았다. 뺀질뺀질하지만 결코 진심으로 미워할 수 없을 만큼만 얄미운 그는 순찰 중에 만난 애기무당 예지(장하은 분)에게 첫눈에 반해 무조건 ‘직진’만 하는 순정남의 모습을 보여준다.
“용렬이는 사수인 고슬해 순경에게 귀엽게 깐족깐족 거리는, MZ세대의 솔직함을 담은 캐릭터죠(웃음). 또 첫눈에 반한 로맨스에서는 오늘 거절당해도 내일 또 대시하는 직진남이기도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게 용렬이와 다른 점인 것 같아요. 전 외모만 보고 반하지 않고 대화를 오래 해서 상대가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아는 걸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또 제가 좋아한다고 얘기했을 때 상대가 거절하면 그것도 용기를 내서 거절한 것이니까 충분히 그 마음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스스로가 마음을 정리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용렬이는 저와 반대로 ‘네가 날 싫어해도 끝까지 날 좋아하게 만들 거야!’ 하는 식이죠(웃음).”
어린 시절부터 연기에 대해서도 막연한 꿈을 지니고 있었다는 김희재는 넝쿨째 굴러들어 온 기회를 잡기 전, 몇 번이고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고 했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지 못 할 수 있다는 걱정을 넘어서 혹여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 받으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가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고.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것은 그 결과가 좋든 그렇지 않든, 트롯을 선택할 후배 가수들에게 뚜렷한 ‘선례’로 남고 싶다는 열정 덕이었다.
“트롯이라는 장르가 다시 사랑 받기 시작한 지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저는 이 장르를 너무 사랑하는데 주변에서 ‘트롯가수는 이런 거 못해’ 하는 한계치를 정해 놓은 게 있더라고요. ‘지상파 무대엔 못 서’ ‘지방방송, 행사 무대에만 올라야 해’ ‘방송 한번 나가는 건 하늘에 별 따기야’ 이런 이야기를 늘 듣고 자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트롯가수가 지상파 예능에도 나올 수 있잖아요. 이 상황에서 트롯가수가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된다면 트롯에 도전하고 싶은 꿈나무들이 더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선례가 되고 싶은 작은 마음이 있었기에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김희재는 본업인 가수의 길도 놓지 않았다. 배우 김희재로 대중들 앞에 서면서 동시에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오는 6월엔 첫 정규앨범 발매까지 앞두고 있다. 5월 1일 발매되는 ‘지금부터, 쇼타임!’의 첫 OST 곡은 주인공 차차웅의 테마곡으로 이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김희재의 애절하고 서정적인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6월 발매될 그의 첫 정규앨범에는 김희재가 직접 작사에 참여한 곡이 담긴다는 귀띔도 이어졌다.
“원래 OST 곡은 코믹한 드라마 분위기에 맞춰 템포가 빠른 곡이 주어졌었는데, 드라마 전개상 차차웅 캐릭터가 고뇌하는 모습이 그려져야 할 것 같아서 좀 더 서정적인 노래로 바뀌었어요. 아마 들어보신다면 ‘김희재에게서 이런 목소리는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아’ 하실 거예요(웃음). 정규앨범 같은 경우도 제가 대학생 시절부터 늘 자작곡을 쓰시는 선배님들을 멋있어 하고, ‘나도 저렇게 내가 쓴 곡을 남들이 불러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드라마 촬영하느라 바빴고, 또 제가 노래를 뚝딱하고 만드는 편이 아니다 보니 곡을 쓰지 못했어요(웃음). 그래도 이번 정규앨범에서는 자작곡까지는 아니어도 제가 작사한 곡은 수록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희재에게 있어 2022년은 놀라움과 뿌듯함의 연속이다. 낼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첫 정규앨범 발매에 연기자로서도 첫 발을 뗀 기념비적인 해가 됐으니, 올해 받을 복을 상반기에만 연이어 받은 셈이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믿을 수 없을 결과로 매일을 맞이하는 행운에 대해 김희재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를 응원하고 지탱해주는 가족과 팬덤 ‘희랑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공을 돌렸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가 될 것이라곤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트롯 장르는 팬덤이 있는 분들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제가 희랑별에게 너무 감사한 건 제가 특출한 게 없는데도 제가 가진 재능보다 더 과한 사랑을 주신다는 거예요. 다른 멤버들, 선배님들도 있는데 굳이 그 많은 스타들 사이에서 저를 선택해주셨잖아요. 제가 뭐라고…. 타고난 재능이 엄청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저 제가 가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었는데 너무나도 과분한 사랑을 주시더라고요. 형식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절 선택하신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진심을 담아서 앞으로도 좋은 행보로 잘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