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드라마 ‘493km’ 화제…‘군대스리가’ ‘청춘야구단’ 섭외 전쟁…OTT 프로야구 다큐도 주목
최근 방송을 시작한 배드민턴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가 화제다. 라이징 스타 박주현과 채종협을 앞세운 이 드라마는 배드민턴 실업팀을 배경으로 혼합 복식조가 된 남녀가 운동하면서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다. 예능의 스포츠 사랑은 더 적극적이다. 이미 SBS ‘편먹고 공치리’, TV조선 ‘골프왕’ 등 골프를 다룬 예능이 인기를 끈 가운데 축구와 야구를 새롭게 조명하는 프로그램들도 론칭을 앞두고 있다. 2년 동안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으로 흠뻑 땀 흘리는 스포츠 승부에 대한 대중의 갈증과 관심이 고조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흐름이다.
#스포츠 콘텐츠 왜 안돼?
KBS 2TV 월화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의 무대는 배드민턴 실업팀이다. 올림픽 유망주 박주현과 슬럼프로 운동을 관두려는 채종협이 혼합 복식조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청춘 로맨스 드라마가 사랑의 매개체로 배드민턴을 선택해 궁금증을 일으킨다.
제작진은 청춘의 이면에 담긴 고민과 성장을 그리기 위해 배드민턴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조웅 감독은 “운동선수는 일반 직장인과 달리 전성기는 물론 은퇴에 대한 고민도 빨리한다”며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 선수가 주인공이고 겉으론 청춘의 싱그러움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삶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배드민턴 소재인 만큼 시너지 효과도 기대를 모은다. 배드민턴은 흔히 ‘생활체육의 꽃’으로 통하는 종목. 국내 동호인 수를 정확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랑받는 국민 스포츠다. 2021년 방송한 SBS ‘라켓소년단’ 역시 중학생 배드민턴 선수들의 꿈과 우정을 그려 ‘무공해 청정드라마’로 주목받았다. 스포츠 세계가 만들어내는 짜릿한 승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리는 선수들의 굵은 땀방울이 선사하는 감동은 ‘덤’이다.
이런 흐름 속에 태권도를 다룬 드라마도 준비 중이다. 8월 방송 예정인 tvN 드라마 ‘멘탈 코치 제갈길’이다. 배우 정우가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멘탈 코치 역을 맡아 국가대표 선수촌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선수촌이 극의 무대인 만큼 태권도를 비롯해 쇼트트랙, 수영 등 다양한 종목도 다뤄질 예정. 제작진은 각 종목 선수들과 코치진이 서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물론 ‘승자 독식’인 스포츠 세계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까지 담을 계획이다.
스포츠 드라마가 늘면서 주연 배우들에게도 숙제가 생겼다. 해당 종목을 익혀야 하는 훈련 과정은 필수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의 박주현은 극 중 ‘스매싱 여왕’이라는 설정에 어울리는 기본기를 갖추기 위해 촬영 전부터 배드민턴 훈련을 거듭했다. “다행히 운동을 좋아하고, 배드민턴 자체가 접하기 쉬운 운동이어서 두려움이 크지 않았다”는 박주현은 “기본기를 잡는 게 어려웠지만 어느 정도 익힌 뒤에는 재미가 들려 선수들과 즐겁게 시합도 했다”고 밝혔다.
#예능이 사랑하는 스포츠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행 예능의 제작이 가로막히면서 스포츠는 새로운 킬러 콘텐츠로 급부상했다. 골프를 비롯해 SBS ‘골 때리는 그녀들’과 JTBC의 ‘뭉쳐야 찬다’가 택한 축구, tvN ‘올 탁구나’의 탁구 등 다양한 종목이 예능에 등장했다. 덕분에 스포츠 선수들 가운데 예능 스타로 떠오른 이들도 여럿. 안정환, 서장훈 등 1세대 스포테이너를 넘어 골프 박세리, 축구 김병지, 농구 허재, 펜싱 남현희, 쇼트트랙 박승희 등 스타가 탄생했다.
시청률이 보장되다 보니 스포츠를 활용하는 예능은 갈수록 늘고, 포맷도 다양해지고 있다. 5월 23일 시작하는 tvN 예능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는 축구와 군대를 접목한 프로그램. 남자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두 가지, ‘축구’와 ‘군대축구’를 접목한 첫 시도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이천수, 송종국, 최진철, 이운재 등 레전드가 뭉쳐 군부대 축구팀들과 실력을 겨룬다.
야구도 빠지지 않는다. 5월 7일 방송하는 KBS 1TV ‘청춘야구단: 아직은 낫아웃’을 비롯해 방송을 앞둔 JTBC도 ‘최강야구’, 방송 중인 MBN ‘빽 투 더 그라운드’가 모두 야구 소재 예능이다. 김병현, 이승엽, 양준혁 등 야구 대표 스타들이 각각 프로그램의 얼굴로 나서 자존심 대결도 벌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예능 제작진은 스포츠 선수 섭외를 두고 그야말로 ‘모시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당 종목의 전‧현직 선수 여러 명이 동시에 출연해야 하는 포맷이 많아, 얼마만큼 유명한 선수를 섭외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최강야구’는 스타플레이어를 싹쓸이해 물량공세를 퍼붓는다. 홈런왕 이승엽을 중심으로 박용택, 유희관, 정근우, 심수창, 장원삼, 송승준 등 쟁쟁한 야구 스타들이 뭉쳤다. 이들은 “프로야구 팀에 대적할 만한 11번째 구단을 만든다”는 포부 아래 전국의 야구 강팀들과 대결을 벌인다.
#스포츠 빅 이벤트의 해
이처럼 스포츠 소재 드라마와 예능이 봇물인 데는 ‘타이밍’도 한몫을 했다. 올해는 유독 굵직한 스포츠 빅 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11월에는 카타르 월드컵이 예정돼 있다. 이에 더해 올해는 한국 축구가 새로운 역사를 쓴 2002 한‧일 월드컵 개최 20주년이자,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4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1년 내내 스포츠 이슈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이에 맞춘 스포츠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까지 활발히 기획되고 있다.
콘텐츠 확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도 이런 흐름을 놓칠 리 없다. 왓챠는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의 시즌 준비 과정을 담은 오리지널 시리즈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를 공개했다. 프로야구 40년에 맞춘 다큐멘터리 ‘풀카운트’도 MBC와 OTT 플랫폼 공개를 목표로 제작 중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