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훈 금천구청장 4년 전 싱크홀 사태 당시 2시간여 방문 추정…유 구청장 측 “주민과 대화 향응 아냐, 일정 등 오해”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서울시 금천구 유흥가에선 소문 하나가 돌았다. 재선을 노리는 유성훈 금천구청장이 4년 전 어느 날 유흥업소를 출입한 CCTV 화면이 존재한다는 내용이었다. 취재에 따르면 그간 금천구 유흥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소문 진위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청장이 유흥업소에 출입한 시기가 ‘비상시국’이었기 때문에 믿지 못한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2018년 8월 전국적으로 ‘싱크홀 공포’가 엄습했다.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지반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한 까닭이다. 2018년 8월 31일 새벽 4시 36분 가산동 신축공사장 흙막 붕괴 및 땅꺼짐 신고가 접수됐다. 사건 발생 이후 1시간 24분 만인 오전 6시 유성훈 금천구청장이 사건 현장을 찾았다.
유 구청장이 도착한 뒤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대피 작업이 실시됐다. 오전 6시 39분 주민 200여 명에 대한 대피가 완료됐다. 오전 7시 10분 지반붕괴사건과 관련한 금천구청 통합지원본부 운영이 시작됐다. 지반 붕괴 사건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일주일 뒤인 2018년 9월 6일엔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상도초등학교 단설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일주일 사이 서울시 한강 이남 두 개 지역에서 연이어 지반 붕괴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까닭에 문재인 정부에서도 두 사건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18년 9월 8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과 동작구 상도동 지반붕괴 현장을 방문했다. 이 전 총리는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시공회사나 지자체는 위험을 은폐·호도·축소하려 하지 말고 확실히 처리하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 전 총리가 방문하기 전날 밤 유성훈 구청장이 서울시 금천구 소재 H 룸살롱을 방문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취재에 따르면 유 구청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2018년 9월 7일 오후 10시 24분경부터 9월 8일 새벽 0시 25분경까지 룸살롱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요신문이 단독입수한 CCTV 자료화면에 따르면 2018년 9월 7일 오후 10시 24분 29초 유 구청장이라고 추정되는 인물이 지역 부동산 업자와 룸살롱 카운터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포착돼 있다. 그로부터 1분 뒤인 오후 10시 25분 33초엔 유 구청장 추정 인물이 방으로 들어간다. 뒤이어 몇몇 여성 접대부가 같은 방으로 들어가는 화면이 포착된다.
그 다음 화면은 2018년 9월 8일 오전 0시 25분 25초를 포착한 장면이다. 유 구청장 추정 인물은 건물 외부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뒤이어 접대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일상복을 입고 유 구청장 추정 인물 쪽으로 다가왔다.
새벽 0시 27분 3초 유 구청장 추정 인물은 관용차량이 아닌 고급승용차 뒷좌석에 탑승했다. 접대부들이 유 구청장 추정 인물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 사진과 한 여성이 유 구청장 쪽으로 걸어오는 사진 등 4장에 대해선 정확한 시간이 명시돼 있지 않아 사진의 전후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유 구청장 추정인물이 이 업소를 방문한 뒤 차량을 타고 떠난 시간은 정확하게 명시돼 있다. 이 사진 한 장이 금천구에서 돌고 있는 소문의 뿌리가 된 셈이다.
일요신문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4월 28일 H 룸살롱을 방문했다. 건물엔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가운데 금천구 소재 자영업자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 당시에도 CCTV 영상이 돈다는 소문이 동네에 떠돌았다”면서 “한 부동산 업자가 룸살롱을 찾아와 ‘이거(CCTV 영상) 때문에 구청으로부터 받기로 한 20억짜리 일감이 날아갔다’고 화를 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이 자영업자는 “당시 그 업자가 ‘영상 내놓고 전부 삭제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구청장이 가만둘 것 같냐’면서 일종의 협박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면서 “어느날 H 룸살롱 건물이 임대로 나왔더라. 구청장 관련 소문의 중심에 서며 지자체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던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 영업을 계속 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고 주장했다.
금천구와 가까운 구 소재지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H 룸살롱은 금천구에서 가장 큰 규모로 영업하는 룸살롱이었다”면서 “거기에 구청장이 왔다 갔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당시에도 ‘설마 구청장이 이 시국에 왔겠나’ 하는 의구심이 업계에서 돌았다. 지반 붕괴 사건이 터지면서 지역 내 분위기가 흉흉했던 까닭”이라고 했다.
취재에 따르면 이 CCTV 영상은 해당 유흥업소 측에서 저장된 것 일부가 제3자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흥업소 내부 관계자들끼리 유 구청장 방문 진위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영상을 저장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CCTV 화면이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은 것을 보면, 당시 상황이 지역 정치권 VIP가 올 타이밍이라고 믿겨지지 않았을 시점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요신문은 폐업한 H 룸살롱 관계자를 수소문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H 룸살롱 측 관계자는 “그 영상에 대해 여기저기서 달라고 문의를 하는데, 우리는 그 영상을 다 지웠다”면서 “지금은 업소도 폐업했고, 더 이상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중앙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정치권에 입문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활동했다. 2012년엔 민주통합당 사무처 사무부총장을 지냈고, 제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중앙선대위 총무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7만 2796표(득표율 63.37%)를 얻어 당선됐다. 유 구청장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천구청장 재선을 노리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유 구청장 공천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점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3월 14일 비대위 회의에서 “성비위와 성폭력 문제는 성별로 나눌 수 없는 인권 유린, 폭력 문제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면서 “다가오는 지방선거 공천 기준에서도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 구청장 측은 “룸살롱에 간 것은 맞다”면서도 “관내 업체에서 지역 주민들을 만나서 잠깐 얘기하는 것이 어떠한 불법이나 위법 사항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유 구청장 측은 “향응이라는 단어는 사실 관계와 다르다. 또 9월 7일 22시 25분에 방으로 들어가는 CCTV 장면은 있으나, 여성 접대부가 들어가는 화면에서 날짜, 시간 등이 찍혀 있지 않아 증거가 되지 않음에도 ‘접대부가 같은 방으로 들어가는 화면이 포착된다’고 적시하는 것은 잘못된 사실관계임을 밝힌다”고 했다.
이어 유 구청장 측은 “금천구 소재 자영업자 발언에서 ‘구청으로부터 받기로 한 20억짜리 일감이 날아갔다, 구청장이 가만둘 것 같냐, 지자체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등은 어디선가 간접적으로 들었다는 카더라 통신에 불과하다.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유 구청장 측은 “2018년 8월 31일 금천구 가산동 소재 아파트단지 지반 붕괴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9월 8일 저녁에 방문했다. 룸살롱 방문은 9월 7일 저녁으로 전혀 다른 날이었다. 일정들이 같은 날인 것처럼 보이나 서로 연관성이 없으며, 붕괴사고가 발생한 날이나 국무총리가 방문한 날에 방문한 적이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