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누른 김은혜, ‘제2의 나경원’ 배현진, 전투력 갑 조수진 등 3인방 행보 주목
보수진영의 새로운 여전사가 여의도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양대 축은 경기도지사 본선에 진출한 국민의힘 김은혜 전 의원과 제2의 나경원으로 불리는 배현진 의원이다. 여의도 안팎에선 이들을 “보수 여전사 1세대인 나경원·이언주·전희경 전 의원을 대체할 카드”라고 평가했다. 김 전 의원과 배 의원은 제21대 총선 출마 당시부터 같은 당 조수진 의원과 함께 ‘보수 여전사 트로이카’로 불렸다.
이 중 큰 정치인으로 발돋움한 정치인은 김은혜 전 의원이다. 지난 3·9 대선 때 ‘대장동 저격수’를 맡았던 그는 정권교체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입 역할을 했다. 김 전 의원은 인수위 해산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사가 강했지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전방위 설득 끝에 6·1 지방선거 도전으로 턴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은혜 후보는 윤 당선인의 회심의 카드”라고 했다. 이른바 ‘윤심’을 안고 출격한 김 후보는 거물급인 유승민 전 의원을 꺾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마저 격침할 경우 단번에 차세대 주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배현진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에서 도드라지는 활약을 펼쳤다. 배 의원은 4월 20일 민주당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한 직후 “이게 당신의 민주주의냐, 사퇴하라”며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배 의원을 비판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나경원 전 의원의 빠루(노루발못뽑이)를 연상케 한 활약”이라고 치켜세웠다.
나 전 의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차 때인 2019년 4월 26일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을 밀어붙이려고 하자, 노루발못뽑이를 들고 저항한 것을 빗댄 것이다. 당시 보수진영에선 나 전 의원을 차기 주자로 콕 짚었다. 당 인사들조차 “내부 변수가 황교안 체제를 흔들고 있다”며 ‘나경원 파괴력’을 높이 평가했다.
배 의원은 2018년 자유한국당 입당 당시부터 ‘제2의 나경원’으로 불렸다. 판사 출신의 4선 여성 정치인으로 우뚝 선 나 전 의원을 뒤이을 재목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배 의원은 인터뷰 때마다 쏟아진 이런 평가에 대해 “싫지 않다”고 말했다.
‘전투력 갑’인 조수진 의원의 향후 행보도 관심사다. 자유한국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로 정치권에 입문한 조 의원은 전투력 하나로 공천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보수 여전사의 명맥을 이을 여성 정치인으로 꼽힌다. 조 의원은 지난 3·9 대선 때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을 맡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충돌 끝에 사퇴했다. 조 의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중앙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이 대표가 자신과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 보도에 직접 대응하라고 하자 “내가 왜 말을 들어야 하나. 난 후보 말만 듣는다”고 했다. 사퇴 이후 조 의원은 사실상 백의종군했다. 다만 조 의원 퇴장 이면엔 윤핵관이 장악한 선대위와 ‘김종인 체제’로 개편을 노린 이 대표의 헤게모니가 깔린 만큼, 조수진 카드가 언제든 부상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새로운 보수 여전사들의 당 안팎 구심점 확보 여부는 윤석열 정부 내내 정국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