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통 1위안’ 고백 전달, 실패 격려, 우울증 치료도…익명성 탓 부작용 있지만 10년간 3만 통 위로
광둥성 차오산에 사는 지우메이(여·가명)는 2010년 대학을 졸업한 뒤 최대 경제도시 선전의 한 기업에 취업했다. 지우메이에게 도시 생활은 낯설기만 했다. 무엇보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지우메이는 밤마다 외로움으로 힘들어했다. 그래서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는 도시 생활의 유일한 낙이었다. 여기서 착안한 게 바로 ‘굿나잇 메시지 서비스’였다. 지우메이는 2012년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 외로운 도시인들에게 자기 전 따뜻한 메시지 한 통을 보내자는 취지였다.
지우메이가 이런 쇼핑몰을 창업한 데엔 가정적인 영향도 컸다고 한다. 1987년 차오산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지우메이의 아버지는 무척이나 엄격한 편이었다. 집에선 말이나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았다. 지우메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는 권력자, 어머니와 자식은 복종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지우메이는 2006년 대학 진학을 위해 처음 집을 떠나야 했다. 자신을 먼 곳까지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우메이는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지우메이는 “아버지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런데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또 부끄럽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니 가족과 친구들에게 솔직한 감정을 얘기한 적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감사함, 미안함 등등 누군가의 감정을 대신 전달해주는 쇼핑몰을 떠올리게 된 배경이었다.
지우메이는 한 건당 1위안을 받고 문자 메시지를 대신 보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10년간 휴대전화 3대로 총 3만여 통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루에 평균 10개가량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사랑 고백처럼 누군가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구매자와 직접 문자를 주고받기도 한다.
지우메이의 고객은 다양하다. 학생, 주부, 환자 등등. 이들은 익명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우메이는 “한 손님이 ‘남극에 사는 사람’이라면서 너무 외롭다고 문자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2015년부터 3년 동안 매일 굿나잇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지우메이에게도 철칙은 있다. 바로 철저한 익명성과 프라이버시 보호다. 내면의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때로는 이를 악용해서 지우메이에게 욕설과 음담패설을 하는 이들이 있긴 했다. 누군가를 협박하는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굿나잇 메시지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선 익명성이 불가피하다.
지우메이는 단순히 메시지를 보내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고객의 말을 들어주고, 또 위로와 격려의 문자를 보내주기도 한다. 지우메이는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몇 살인지 등 묻지도 않는다. 그래야 메시지 구매자가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감정을 얘기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연애 실패로 우울증을 앓던 여성이 있었다. 4년 정도 매일 밤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는 당신이 만약 남자라면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우울증은 치료가 됐고 지금은 밝아졌다. 인간관계의 갈등, 투자 실패, 학업 스트레스 등을 낯선 사람에게 얘기하면서 많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지우메이는 얼마 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도 했다. 한 누리꾼의 사연 때문이었다. 이 누리꾼은 “2년 전 퇴직 후 딸과 함께 꽃집을 차렸다. 그런데 코로나로 장사는 멈췄다. 절망스러웠다. 이때 딸의 굿나잇 메시지를 받았다. 너무 힘이 됐다”는 글을 올렸다. 지우메이는 “이 글을 보고 눈물을 참지 못했다. 꽃집 주소를 수소문해서 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우메이 기억 속엔 많은 고객들이 남아있다. 새벽까지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에게 매일 굿나잇 메시지를 보내던 노동자, 오랜 짝사랑 끝에 고백을 결심한 회사원, 투자 실패로 목숨을 끊겠다고 결심했다가 문득 길거리에서 굿나잇 메시지를 신청한 사업가, 암 투병 중인 환자 등.
10년 동안 이 쇼핑몰을 하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이런 고객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지우메이는 “진짜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회의도 들었다. 가끔은 고객들로부터 욕이나 원망 섞인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굿나잇 메시지를 응원하는 고객들을 생각하면서 버텼다”고 했다.
지우메이는 현재 선전에서 식물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 중이다. 인터넷 쇼핑몰은 ‘부업’인 셈이다. 지우메이는 “나는 지금 두 아이의 엄마다. 가장 힘들고 외로울 때 만든 굿나잇 메시지는 나에게도 선물이자 축복이다. 낯선 사람들과의 연결은 나를 치유해줬다”면서 “굿나잇 메시지는 내 인생 전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우메이는 이 쇼핑몰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아무도 굿나잇 메시지를 찾지 않기를 바란다. 갈등, 고독, 실패…. 불가능하겠지만 이런 것들이 사라지는 세상이 오면 쇼핑몰 문은 닫겠다.” 장비라곤 휴대전화 한 대뿐인 쇼핑몰 대표 지우메이의 꿈은 그 어떤 업체보다 원대했다.
많은 누리꾼들은 지우메이의 이런 사연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한 블로거는 “한 통에 1위안이라니,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닌 게 분명하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요즘 누가 문자를 주고받느냐. 그런데 문자만이 주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그래서 꾸준히 굿나잇 쇼핑몰을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