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꼼수 탈당’ ‘회기 쪼개기’ 논란, 국민의힘 헌재 권한쟁의 청구…정치권 “지방선거 미칠 영향 미미” 전망
검수완박 법안은 4월 27일 새벽 0시 12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뒤, 같은 날 오후 5시 7분 본회의에 상정됐다. 16시간 55분 만이다. 국민의힘은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법 93조의2에 따르면 ‘본회의는 상임위가 법률안 심사를 마치고, 의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한 후 1일이 지나지 않았을 때는 상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 규정에 ‘다만 의장이 특별한 사유로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협의를 거쳐 정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들어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협의에 응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예외조항이 통할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법사위 통과와 동시에 본회의 상정한 것은 국민의힘 필리버스터와 무관하지 않다. 국회법 5조의 ‘임시회 요구가 있을 때는 집회 기일 3일 전에 공고한다’는 조항에 따라 3일씩 말미를 두고 본회의 일정을 역산하니 ‘4월 27일 검찰청법 상정 후 필리버스터→4월 30일 검찰청법 표결 후 형사소송법 상정과 필리버스터→5월 3일 형사소송법 표결’의 수순이 필요했다. 5월 3일은 문 대통령의 마지막 국무회의가 예정된 때였다.
민주당의 회기 쪼개기는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서였다. 국회법 106조2 8항의 “회기가 끝나면 토론 종결이 선포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근거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4월 27일 오후 5시 5분 본회의 시작과 동시에 임시회 회기 변경을 안건으로 상정, 5월 5일까지였던 회기를 당일 자정까지로 단축했다. 곧바로 30일 임시회 소집요구서도 제출하며 이른바 ‘살라미 전술(단계를 잘게 나누어 압박하는 협상)’을 성공시켰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와 국무회의 개최 시간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국회법 72조에 따르면 본회의는 평일 오후 2시, 토요일은 오전 10시에 개의한다. 그런데 4월 27일 수요일 본회의는 오후 5시, 30일 토요일은 4시, 5월 3일 화요일 본회의는 오전 10시에 열렸다. 민주당은 ‘다만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개의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이용했다고 하지만, 국민의힘은 본회의 개최 자체를 동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상 오전에 열어온 국무회의를 오후 2시로 연기하며,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공포를 의결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5시간 만에 국무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회의 시간 조정에 대해 “국회에서 통과돼 정부에 공포를 요청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에 대해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책임 있게 심의하여 의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촛불정부라는 시대적 소명에 따라 권력기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했다”며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하는 범죄를 부패·경제 2개 범죄로 좁히고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를 실현하는 한편, 합리적 이유 없이 별건 수사를 하거나 관련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진술 강요를 할 수 없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에는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졌다가 파기되면서 입법과정에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은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검수완박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입법 문턱을 넘어, 4개월 뒤인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국민의힘이 4월 29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에 권한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다툼이 생겼을 때 헌재가 헌법해석을 통해 유권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다. 헌재 재판관 9명 전원이 심리해 과반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관련기사 “위헌 정족수 채우기 어렵다” 헌재 출신 법조인들 ‘검수완박 심판’ 전망).
검찰 역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찰청은 TF를 구성, 새 정부가 출범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되면 청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입법이 강행돼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는지, 또 헌법이 검사를 수사 주체로 인정해 부여한 기능과 역할을 국회가 과도하게 제한했는지 등이다.
첫 번째 문제는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과 관련 있다. 민형배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국민의힘 안건조정위원들의 심의·표결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권한쟁의심판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1997년 노동법 등 ‘날치기’ 입법 사태 관련 판례와 2011년 한국정책금융공사법 등의 심의 중 반대토론이 묵살됐다며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제기한 청구 관련 판례가 있다. 다만 앞서 두 판례 모두 헌재가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하면서도, 법률 효력에 대한 위헌 확인 청구나 법률안의 가결에 대한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했다.
두 번째는 검수완박 법안이 검사의 수사권과 국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최상위 법률인 헌법을 보면 검찰의 영장청구 권한에 ‘수사권’이 포함돼 있는데, 개별 법률 개정을 통해 헌법의 취지가 위반됐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 수사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사라져 부실수사 구제 수단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선례가 없다. 중앙행정기관이 국회의 법률 제·개정을 문제 삼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는 헌법상 ‘국가기관’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청구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느냐 의문도 있다. 이에 차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대신해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영장청구권에 대한 해석도 관심사다. 검찰 해석과 달리 검사를 영장청구권자로 둔 것은 경찰의 압수·구속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권침해 방지 수준의 의미라는 시각도 있기 때문. 헌법에 검사의 수사권 보장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조항이 없다는 것도 연장선이다.
정치권에서는 검수완박 법안 의결이 6·1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선 지자체장 후보로 뛰고 있는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국 법안은 처리됐다.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이제 법적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지방선거 20여 일 사이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그런 이슈가 발생하면 검수완박 논란은 수면 아래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선거운동을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