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 유지만 하기엔 검사 2000명 너무 많아…검사·수사관 경찰 파견 시 직급·업무 대혼란 불가피
#검사와 경찰 간 직급 차이
검찰은 헌법재판소에 이번 검수완박 내용이 담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위헌 여부를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민형배 의원의 탈당 후 무소속으로의 안건조정위원회 참여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헌재에서 국회의 입법 권한을 문제 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팎에서는 ‘검사의 경찰 파견’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사권이 없다는 가정 하에, 검찰 조직은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가 너무 비대하고 거꾸로 경찰은 규모에 비해 업무량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다만, 검사와 경찰 간 직급 차이가 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 당장 평검사가 경찰서장보다 급이 높다.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유예기간이 부여된 네 달 사이 효율적인 검찰과 경찰의 세부 업무 조정 및 조직 구성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사하고 싶은 검사는 경찰로?
이제 검찰은 유예기간이 끝나면 진행 중인 사건 대부분을 경찰로 넘겨야 한다. 대장동 사건을 예시로 분석해보자. 대장동 사건 관련 뇌물 제공의 지점은 검찰 수사가 가능하지만 이를 공직자가 수수했을 경우 공직자의 지점은 경찰이 수사를 맡게 된다. 단순 부패나 경제 범죄만 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논리는 ‘수사하고 싶은 검사와 수사관은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 등으로 가서 하면 된다’는 논리다. 당장 경찰 파견 등을 통해 부족한 경찰 수사력을 메꾸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현실성은 낮다. 직급 체계를 고려하면 검사들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평검사는 공무원 조직 호봉으로 따질 경우 3급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경찰서장들의 직급인 총경 계급은 공무원 4급이다. 평검사가 경찰로 가게 될 경우, 서장보다 높게 ‘본청’으로 가야만 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일선 수사가 아니라 지휘를 하게 되는 셈이다.
차장검사 등 고위직은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1급 공무원 대우를 받는 차장검사의 경우 경찰 치안감(2급 대우)보다 직급이 높고,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장급 검사들은 서울지방청장에 해당하는 치안정감(1급 대우) 직급 정도를 받아야 한다.
#"검찰 공무원들 어디로 가야 하나"
공소 유지만 하기에는 2000여 명의 검사가 너무 많기 때문에 경찰, 공수처까지 조직 규모를 손보고 관계를 재구성한다고 하더라도 검사들의 파견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장 할 일이 사라지게 된 수사관들 역시 경찰로 가게 될 경우 경찰에서의 직급 및 업무에 있어 큰 폭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실제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수사관, 실무관, 행정관(운전, 방호 등 격무 담당), 공무직 이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냐”며 “그들이 다니던 직장이 폐쇄되거나 경찰로 옮겨가야 하는데 이분들 의사는 물어보기는 했냐. 이분들의 노동권, 직업 선택의 자유는 무시해도 되는 것이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번 검수완박 법안으로 이제 검찰 조직은 공소 유지를 하기에는 너무 비대하고, 경찰은 수사를 하기에는 턱없이 수사 능력과 인력이 부족한 조직이 되어 버렸다”며 “검사들이 경찰로 파견 가는 것을 원하는 이가 얼마나 될 것이며, 거꾸로 검찰 조직 사람들이 대거 경찰 조직으로 넘어오는 것을 원하는 경찰은 얼마나 되겠나. 대혼란이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