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건설 최대주주 올랐지만 이사회 장악 실패…MGB파트너스 측 유상증자 추진하자 법적대응
5월 11일 법원 등에 따르면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사인 엠지비파트너스(MGB파트너스)는 2017년 성지건설의 전환사채와 주식 등을 매입하고, 유상증자까지 참여하면서 성지건설 최대주주에 올랐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유치한 투자금을 MGB파트너스에 넘기고, MGB파트너스가 이 돈으로 성지건설을 지분을 산 것이다. 성지건설 경영권을 확보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성지건설로 하여금 투자·대여 등의 명목으로 수백억 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사에 보내면서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성지건설의 재무구조는 악화됐고, 결국 2018년 상장폐지됐다. MGB파트너스는 옵티머스자산운용 2대주주였던 이 아무개 씨가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대표이사로 있었던 회사다.
서울남부지법은 2020년 11월 앞서의 이 아무개씨와 함께 MGB파트너스 대표를 맡고 있던 박 아무개 씨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250억 원을 선고했다. 이어진 2심 재판부는 징역 6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했다. 박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얻은 이익이 없거나 액수를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로 판단돼 벌금 액수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이후 법원의 명령에 따라 MGB파트너스가 보유한 성지건설 지분 일부가 경매로 나왔고,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이를 매입해 성지건설 최대주주가 됐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성지건설의 주요 주주는 대우조선해양건설(지분율 29.28%), 빌리언(13.75%), MGB파트너스(7.95%) 등이다. 당시 MGB파트너스는 경매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성지건설은 지난해 11월 새로운 이사진 구성을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은 주주총회를 통해 성지건설 이사회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이에 MGB파트너스는 빌리언 등과 연합해 대우조선해양건설에 맞섰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당시 “MGB파트너스는 성지건설 지분 7.95%만을 보유한 주주일 뿐”이라며 “박 전 MGB파트너스 대표는 현재 복역 중이고, 성지건설의 상장폐지를 초래했지만 주주들에게 사과는커녕 자신의 이익을 위한 노력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주총회 결과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추천한 이사는 한 명도 선임되지 못했고, 김용빈 회장 역시 성지건설 이사회에 진입하지 못했다. 반면 MGB파트너스와 빌리언이 추천한 이사는 대부분 선임됐다. 또 이용승·김현경 당시 성지건설 공동대표이사는 사임했고, MGB파트너스가 추천한 전병우 씨가 새로운 성지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표대결에서 완패한 것이다.
당시 성지건설의 경영진들은 MGB파트너스의 경영 참여를 우려했다. 성지건설은 지난해 11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용승·김현경 당시 대표이사 명의의 의견서를 통해 “박 전 대표는 옥중에서 현 경영진에게 자필 편지로 ‘A 변호사를 자신의 대리인으로 삼았으니 회사의 모든 경영권을 일임해주라’고 불법적인 청탁을 했다”며 “A 변호사는 5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신규 발행 주식을 제이더블유에셋매니지먼트(JW에셋매니지먼트)에게 귀속시킨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MGB파트너스는 주주총회 직전 “성지건설 이사들은 자리보전에만 몰두한 나머지 월 고정비용만 1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여러 배임·횡령 행위를 자행했다”며 “법적으로 문제될 상황에 처하자 대우조선해양건설과 야합해 성지건설 경영권 탈취에 동조하고자 (주주총회가) 개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JW에셋매니지먼트는 지난 2월 40억 원 규모의 성지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말 기준 성지건설의 주요 주주는 대우조선해양건설(25.23%), JW에셋매니지먼트(13.83%), 빌리언(11.84%), MGB파트너스(6.85%)로 변경됐다. 전병우 성지건설 대표는 현재 MGB파트너스 대표와 JW에셋매니지먼트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MGB파트너스와 JW에셋매니지먼트가 밀접한 관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지건설은 지난 3월과 4월에도 각각 150억 원, 2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3월 유상증자는 주주배정방식으로 진행하되 JW에셋매니지먼트가 실권주를 배정받고, 4월 유상증자는 JW에셋매니지먼트가 10억 원 규모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유상증자가 최종 완료되면 JW에셋매니지먼트가 성지건설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상증자 일정이 미뤄지면서 현재까지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성지건설 최대주주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성지건설을 상대로 신주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모회사가 자회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성지건설 유상증자 일정이 연기된 것도 법원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중에는 법원도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가처분을 인용한다고 한다”며 “추후 상황을 살펴보고 대응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MGB파트너스 측은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성지건설의 경영 정상화가 아닌 내부 자금 사용에만 몰두한다고 주장한다. 김용빈 회장은 2017년 한국코퍼레이션을 인수한 뒤 2019년 디에스씨밸류하이1호로부터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인수했다. 디에스씨밸류하이1호 실소유주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임이 드러나면서 여러 뒷말이 나왔다. 김용빈 회장 본인의 자금 지출 없이 대우조선해양건설과 성지건설 등을 인수했고, 이에 따라 성지건설 경영 정상화에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 MGB파트너스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전병우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MGB파트너스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자금을 투자한 회사 중 하나는 맞지만 (현재는) 옵티머스자산운용과 전혀 관계가 없는 회사”라며 “경영권 분쟁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주장일 뿐이고,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이기지 못하니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건설은 어떤 회사?…두산그룹과의 인연 눈길
성지건설은 1969년 설립된 건설 업체로 목동 아이스링크, 장충체육관, 평창 스피드스케이트장, 인천 월드컵경기장, 마포대교 등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해 건설업계에서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한 후에는 일반 대중에게도 그 이름이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은 당시 두산그룹 오너 일가와 갈등을 겪은 뒤 성지건설을 인수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2009년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박 전 회장의 아들 박경원 전 성지건설 회장이 회사를 이끌었다. 하지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로 건설업계는 불황을 맞았고, 성지건설 역시 실적이 악화되면서 채권단 관리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결국 성지건설은 2011년 대원에 매각됐고, 2016년 아이비팜홀딩스에 다시 매각됐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MGB파트너스가 성지건설 최대주주에 올랐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