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김남주·유진·현영 자녀 채드윅 보내…비싼 학비는 문제 안돼, 본업 접고 뒷바라지 올인도
입시 컨설턴트가 주도하는 상류층의 자녀 교육 이야기로 화제를 뿌린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한동훈 후보자 가족과 비교하면 ‘초보’ 수준이다. 평범한 가정에선 상상하지 못할 방식이 총동원됐기 때문이다(관련기사 “망하면 서울대” 2억대 해외 대학 입시 컨설팅의 세계).
사실 ‘상류층 부모, 국제학교 입학, 스펙 쌓기, 외국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상위 1%의 교육을 시도하는 건 한 후보자나 일부 재벌가 자녀에게만 해당하는 일도 아니다. 신흥 상류층으로 꼽히는 연예계 스타들 역시 자녀 교육에 적극적이다. 주로 국제학교를 택해 미국 등 해외 대학 진학을 시도한다. 학기마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학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타들이 송도로 모이는 이유
한동훈 후보자의 딸이 다니는 채드윅 송도 국제학교는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서울에 인접한 위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갖춘 점, 전체 정원의 40%를 해외 체류 조건 없이 선발하는 과정으로 인기다. 지난해는 배우 전지현의 아들이 이 학교 유치원에 입학해 화제가 됐다. 유치원이라고 입학이 수월한 건 아니다. 상류층 자녀들의 지원이 많아 경쟁률이 높고, 입학에 필요한 영어 실력 등 조건도 까다롭다. 지난해 전지현의 아들뿐 아니라 유명인들의 자녀들이 대거 지원했지만 대부분 탈락했다.
배우 김남주·김승우 부부의 10대 딸도 채드윅 국제학교 출신이다. 초등학생 때 ‘상위 5%의 영재’ 판정을 받은 딸을 위해 부부는 아예 송도로 이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명문 학교 채드윅 스쿨의 한국 분교인 이곳은 미국의 교육 시스템과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른다. 김남주·김승우 부부의 딸을 비롯해 유진·기태영 부부의 딸, 방송인 현영의 딸도 이 학교 학생이다. 일부 재벌가 자녀들도 이 학교를 거쳤다.
채드윅 국제학교의 등록금은 국내 최고가를 자랑한다. 매년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초등학교 과정이 약 3800만 원, 중학교 4000만 원대 초반, 고등학교 4000만 원대 중반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로 내는 등록비 등을 포함하면 국내 사립대학교 2~3년간의 등록금과 비슷하다.
#국제학교 성지, 제주를 찾는 유명인들
연예인들은 어린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내는 방법보다 국제학교 진학을 더 선호한다. 모든 교육과정이 영어로 진행돼 수준급 영어 실력을 갖출 수 있고, 해외 대학 진학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년 동안 계속된 코로나19로 해외 유학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국제학교는 더 각광받았다. 유명인 자녀 가운데 국제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도 여럿이다. 축구선수 출신 안정환의 딸 리원 양은 국제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상태에서 5월 초 미국 뉴욕대 스포츠매니지먼트학과 합격 소식을 알렸다.
스타들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제주도가 국제학교 성지로 꼽힌다. 제주도는 2008년부터 대정읍 농경지 115만 평에 국제 교육 허브를 조성하고, 영국 명문인 노스런던칼리지에이트스쿨을 비롯해 브랭섬홀아시아,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한국국제학교 등을 유치했다.
가장 먼저 제주도 국제학교로 자녀를 보낸 배우는 김희애다. 두 아들을 영국계 노스런던칼리지에이트스쿨에 보냈고, 그 역시 작품이 없을 때면 제주도의 집에서 지냈다. 고학년 과정의 연간 학비가 4000만 원대에 이르고, 기숙사 비용 역시 연간 1000만 원대에 달하지만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국 존스홉킨스대 등 해외 유명 대학교 진학률이 높다는 점에서 스타 부모들의 구미를 당긴다.
김희애 외에도 ‘제주파’는 더 있다.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딸은 2017년 개교한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에 재학 중이다. 이 학교는 ‘졸업생의 약 80%가 세계 100위권 대학에 합격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가수 박선주도 제주로 이주해 딸을 블랭섬홀아시아에 보내고 있다.
자녀 교육에 몰두하는 스타 부모들은 본업인 연기나 가수 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김남주는 송도로 이주하고 딸 교육에 집중하느라 5년째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 두 아들을 둔 전지현도 아들의 채드윅 국제학교 진학을 준비하면서 교육과정을 꼼꼼히 챙긴 열혈 엄마로 유명하다. 가수 박선주 역시 남편인 강레오 셰프와 따로 떨어져 지내는 생활을 불사하면서 딸 뒷바라지에 올인한다.
#홈스쿨링‧정시 공략하는 스타 부모도
연예인들의 국제학교 선택이 많은 이유는 현실적인 부분도 작용한다. 학교와 학원 등원 픽업을 일일이 맡아야 하고, 성적 향상과 유지를 위해 정보를 수집해 커리큘럼까지 챙겨야 하는 일명 ‘대치맘’처럼 할 수 없는 현실에서 미국식 교육 방식을 통해 해외 대학 진학을 노리는 게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비싼 수업료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물론 자녀 교육에 있어 부모의 가치관은 중요하게 작용한다. 뚜렷한 가치관으로 남다른 방법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배우 신애라·차인표 부부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자녀는 명문 초등학교, 홈스쿨링, 대안학교는 물론 미국 가족 유학까지 두루두루 경험했다. 신애라는 집에서 직접 커리큘럼을 짜고, 그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는 홈스쿨링까지 도맡을 정도로 자녀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2014년에는 아들과 두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족 유학길’에 올랐고 자녀들과 함께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업에 있어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자녀 교육을 이끄는 경우다.
배우 정은표는 정공법을 택해 아들을 서울대에 합격시킨 주인공이다. 세 자녀 가운데 맏아들인 지웅 군이 올해 서울대 인문계열 정시에 합격했다. 현역 고등학생이 수시가 아닌 정시로 서울대에 합격하는 일이 ‘희귀하게’ 여겨지는 입시 시장에서 지웅 군의 사례는 더 주목받았다.
서울대 정시 합격의 바탕에는 정은표의 교육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독서광’으로 유명한 지웅 군은 초등학교 시절 이미 6000권의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와 친숙했다. 이런 습관은 학업 성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은표는 과거 한 방송에서 “지웅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버려진 책을 항상 집으로 가져왔다”며 “방 하나를 쓰레기장처럼 책으로 쌓았고, 지웅이는 어릴 때부터 그 책들을 블록처럼 쌓으며 놀았다”라고 밝혔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