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황금주’ 상장 ‘멍석’은 깔렸다
▲ 조국 교수(왼쪽)와 배우 문성근 씨. 이들은 범야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들이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현재 범야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외 황금주’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배우 문성근 씨다. ‘강남 좌파’의 이미지에 꼭 맞는 대표적인 인물론 꼽히는 조 교수는 깔끔한 외모와 인상, 날카로운 논리와 언변,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 등으로 인해 이미 ‘진보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총선과 지방선거 때마다 민주당 등의 영입 대상으로 분류돼 왔지만 번번이 고사하는 바람에 정치권 진출은 이뤄지지 않아 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박원순 후보가 선거판에 뛰어들자마자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선거캠프에서 멘토단에 포진했다. 특히 조 교수는 선거전 초반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측이 융단폭격을 연상케 하는 검증 공세를 폈을 때 박 후보의 대리전에 나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13만 9000여 명의 트위터 팔로어로 무장한 그는 트위터에 하루에도 수십 건의 글을 올려 ‘적들의 공격’을 조목조목 반박해 왔다. 박 후보의 허위 학력 의혹, 대기업 기부금 협찬 의혹 등이 불거졌을 당시 그의 모습은 ‘박원순의 보디가드’에 가까워 보였다.
조 교수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처럼 적극적인 선거 지원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오세훈 전 시장의 서울시정, 이런 식의 한나라당 집권이 연장되게 되면 학자로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최소한의 합리와 상식을 지키는 정권이 들어서야지 제가 학자로서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번 공개적으로 (선거에) 나섰다”고 말한 바 있다. 제도 정치권과 명확히 선을 그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발언이다. “한 번 발을 담그면 관성으로 간다”는 정치권 속설처럼 ‘선거 참여’와 ‘직접 정치’는 불과 종이 한 장 차이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당선 일등공신이면서도 내내 정치권 밖에 머물렀던 문성근 씨의 행보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가 지난해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범야권 통합정당 창당운동에 뛰어들 때만 해도 범야권 내에선 ‘제2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가 만들어지는가’ 하는 정도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그의 노력이 진보적 시민사회 및 정치권 밖 친노세력이 주축이 된 범야권 통합정당 추진모임 ‘혁신과 통합’ 창립으로 이어지면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 씨가 더 이상 정치인 팬클럽의 중심인물이 아니라 정당 건설을 위해 뛰고 있음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혁신과 통합’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 모두 “문성근이 없었다면 ‘혁신과 통합’도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 씨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지난 3일 박원순 후보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간의 범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박원순 후보가 승리한 데에는 문 씨가 일등공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선 당일 오후 내내 이어진 젊은 층의 투표 참여 열기는 문 씨가 조직해 놓은 ‘국민의 명령’ 회원 18만여 명의 조직적 독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이 경선에서 60년 전통의 민주당 조직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잘 짜여진 박원순 조직에 무릎을 꿇었다. 이런 적극적인 행보 때문인지 이미 범야권에선 문 씨가 선거 출마 등 본격적인 정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씨 스스로도 사석에서 ‘아직까지는 직접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지만 범야권 통합정당이 만들어진다면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국 교수와 문성근 씨 외에도 박원순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장외 우량주’는 많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을 지낸 김기식 씨(전략기획특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을 이끌었던 하승창 씨(공동선대본부장), 민만기 전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정책자문단), 오성규 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사무처장),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공동선대위원장) 등 진보적 시민운동을 이끌어 온 대표주자들의 정치 참여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들은 출마 결정에서부터 초기 선거캠프 구성, 범야권 후보 경선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박 후보를 도왔던 인물들이다. 멘토단으로 결합한 신경민 전 MBC 앵커와 대변인을 맡은 송호창 변호사도 주목되는 영입 대상 인물들이다.
정치권에서는 숱한 검증을 통해 성장한 정통 정계 출신이 아닌, 외곽을 기반으로 한 ‘장외 황금주’의 경쟁력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린다. 그들의 활약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총선-대선의 핵폭풍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