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돈 요구하더니…결국”
▲ 한국에서 열린 미인대회에 참가한 에이미 윌러튼이 “성상납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데일리메일> |
지난 10월 15일, 부산에서는 ‘2011미스아시아퍼시픽월드’라는 국제 미인대회가 개최됐다. ‘동아시아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대 슈퍼 탤런트 올림픽 게임’이라는 기치 아래 처음 열린 이번 대회는 세계 50개국의 미인들이 참가하면서 화려하게 치러졌다. 이번 대회는 (주)엘리트아시아퍼시픽그룹, (주)쇼비즈엔터테인먼트 등 국내기업이 주최했다. 지난 10월 1일부터 서울 일정을 시작으로 11일에는 대구에서 예선대회를 열었고, 15일에는 본선대회가 진행됐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 10월 19일 <BBC> <데일리메일> 등 주요 영국 매체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 여성이 ‘대회일정 도중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인용 보도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참가자는 영국 웨일즈 출신의 여성 에이미 월러튼(19)이다. 그는 매체를 통해 “조직위 측이 대회에서 입상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지 않느냐고 참가자들에게 말했다. 그들이 말한 것은 성관계였다”며 “한 주최 측 관계자는 자신의 몸에 손을 넣고 더듬는 등의 성추행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더 놀라운 것은 월러튼이 이러한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주최 측 관계자가 출동한 경찰에 돈을 건네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는 것이다.
월러튼의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주최 측이 참가자들에게 부실한 식사와 숙박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최 측이 숙박비를 못내 발이 묶이는가 하면 침대가 없는 방에 묵기도 했다. 또 50명의 대회 참가자들에게 하루 한 끼 식사만 제공됐다. 조직위는 참가자들이 점심값을 내지 않아 점심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월러튼은 결국 본선대회를 앞둔 10월 13일, 대회참가를 포기하고 돌연 영국으로 돌아갔다. 영국의 주요 매체들은 월러튼의 이번 폭로를 현지 주요 소식으로 전하고 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당시 주최 측이 성상납을 대가로 상을 팔았다는 어처구니없는 구설에 휘말릴 수 있다.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가 없다.
최근에는 가이아나와 코스타리카 참가자가 월러튼을 옹호하면서 그의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가이아나 참가자인 알레사 세퍼드는 페이스북을 통해 “월러튼을 110% 지지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또 자신의 블로그에 “월러튼과 또 다른 피해자인 코스타리카의 파멜라 페랄타와 함께 변호인단을 꾸리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주최 측인 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회과정에서 일부 미숙한 진행은 인정하면서도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자는 10월 21일 전화통화를 통해 대회 발기인이자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엘리트아시아퍼시픽그룹 CEO 최영철 씨의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
최 씨는 “조직위가 대회운영에 미숙한 점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당시 조직위가 문제가 많았다. 월러튼이 말한 것처럼 호텔에 체크아웃을 못해 묶인 적이 있다. 부랴부랴 내 사비를 들여 체크아웃 했다. 또 대구에서 마지막 날 스케줄 착오로 참가자들에게 불편하게 한 적도 있다. 참가자들이 많이 짜증이 난 상태였다. 모든 것은 여기서 비롯된 오해다. 월러튼도 이러한 진행미숙에 화가 나 있었고 대회를 포기하고 영국으로 출국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월러튼이 말하는 것처럼 성접대나 성추행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모두 사실 무근이다. 또 당시 경찰이 출동한 적이 있으나 우리는 돈을 건넨 적이 없다. 우리가 명함을 건네는 것을 보고 그가 착각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후 해당 경찰 역시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했다.
월러튼에 동조하는 가이아나와 코스타리카 참가자에 대해서도 최 씨는 “그들 역시 대회의 미숙한 진행을 핑계로 중간에 대회를 포기한 자들이다. 직접적으로 그들이 성추행과 관련해 인정한 적도 없다. 그들은 떠나면서 우리에게 오히려 돈을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일이 터지고 월러튼의 성추행 폭로를 보도한 영국 매체들과 접촉해 항의했다고 한다. 그는 “사건을 보도한 <BBC>와 직접 접촉했다. <BBC>는 또 다른 매체인 <텔레그래프>로부터 소스를 받아 보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도에 있어서 사실 확인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점에 대해 비공식 사과했다. 현재 <텔레그래프>는 책임을 <BBC>에 떠넘기고 있다. 답답한 상황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최 씨는 본격적인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마도 월러튼이 유명세를 타기 위해 영국 현지에서 ‘노이즈마케팅’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월러튼을 연결시켜준 영국 현지 에이전시로부터 사과와 함께 협조할 수 있다는 내용의 메일이 왔다. 함께 대회에 참가한 다른 참가자들 중에서도 사실을 증언할 친구들이 많다. 사실 확인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보도해 우리의 명예를 실추시킨 국내외 언론들을 상대로도 정식 법적대응을 검토 중이다. 현재 이번 사건을 두고 변호사와 접촉중이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완전히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월러튼은 주최 측의 부당한 대우와 함께 성추행 사실을 주장하고 있지만 주최 측은 월러튼의 ‘노이즈 마케팅’ 의혹을 새롭게 제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새로운 증인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의 진실 공방전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