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품 A/S까지… 가격 빼곤 다 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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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지방경찰청에서 압수한 짝퉁 가방과 서울본부세관에서 압수한 짝퉁 골프채. |
짝퉁 제조업자들은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품질 향상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22년 된 가죽 기술자가 짝퉁 제조업자로 변모해 경찰에 적발된 것을 실례로 들 수 있다.
10월 20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루이비통, 샤넬 등 가짜 명품가방 등을 제조하여 일본에 밀수출하거나 국내에 유통한 정 아무개 씨 외 피의자 10명을 검거했다. 정 씨 일당은 국내에 재단부터 완성품까지 제조 가능한 원스톱 ‘A급 짝퉁’ 제조공장을 갖추고 22년 경력의 최고 제조기술자 박 씨를 영입해 짝퉁을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10월~2011년 10월까지 약 6년간 정 씨 일당은 루이비통 등 가짜 해외명품가방 등 정품 가격으로 약 600억 원 상당에 달하는 총 9만 9000점을 제조해 일본에 밀수출하거나 동대문시장 등을 통해 전국에 유통시켜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하면 학원으로 위장한 짝퉁 보관창고를 만들어 놓고 제품에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창고에서 직접 A/S까지 해주는 짝퉁 유통업자도 적발됐다. 지난 8월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경기도 화성시 기안동의 모 초등학교 앞 건물을 임대해 샤넬·루이비통 등 시가 100억 원 상당의 위조상품 총 5197점을 보관·판매해 온 김 아무개 씨(여·40) 등 2명을 검거했다. 김 씨 일당의 위조품은 모든 위조상품에 제품번호까지 입력하는 치밀함에 명품전문가들도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김 씨는 고객으로부터 A/S가 들어오면 전문 기술자에게 의뢰해 실제 명품 판매점처럼 고객관리에도 신경을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짝퉁 품목은 명품가방에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 6월 서울본부세관은 중국에서 일본의 D 골프채 브랜드를 도용한 여성용 가짜 골프채를 수입·판매한 수입업자 A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2008년 10월부터 지난 3년간 시가 20억 원 상당의 골프채 968 세트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시켰다. 또 A 씨는 D 브랜드의 인지도를 이용해 가짜 모델 ‘ZENIS’를 수입해 마치 새로 출시된 정품모델인 양 판매하기도 했다. 세관이 일본의 상표권자에게 확인 결과, D 사는 ‘ZENIS’란 모델을 생산한 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짝퉁은 서울의 대표적인 귀금속 가게 밀집 지역인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에도 자리잡고 있다. 지난 10월 6~7일 이틀간 서울시는 종로 귀금속 밀집지역 1200여 개 점포를 단속해 해외 유명 브랜드를 위조한 귀금속 상품 163점을 판매한 70개 업소를 적발했다.
적발된 상품은 모두 160여 점으로 도용한 명품 상표는 샤넬, 구찌, 루이비통, 까르티에 등 15종으로 다양했다. 귀걸이가 41점으로 가장 많았고 펜던트 39점, 목걸이 37점 순이었다.
지난해 관세청에서 적발한 위조상품 규모는 1조 원대에 달했다. 짝퉁 시장이 해마다 점점 커지자 정부에서도 짝퉁 청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0년 9월 특허청이 상표권특별사법경찰대(이하 특사경)를 가동해 단속을 강화한 결과, 지난 1년 동안 특사경은 위조상품 사범 총 141명을 형사입건하고, 정품가액 120억 원 상당의 위조상품 4만 8000여 점을 압수하기도 했다.
압수된 품목별로 보면 장신구류 6618점, 의류 5583점, 가방류 5400점, 신발류 1272점 순이다. 브랜드별로는 루이비통이 8702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폴로 6085점, MCM 4653점, 샤넬 4651점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짝퉁 판매가 급증하자 명품 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에 일부 명품 브랜드업체는 법무팀을 통해 자체적인 대책을 간구하는 등 단속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오영덕 특사경 대장은 “짝퉁 제조·유통업자를 비롯해 위조상품 유통 빈발지역에 대한 집중단속,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에 대한 수사를 통해 건전한 상거래질서 확립 및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단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