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환자 수술 이유로 간호조무사에게 지혈 맡겨…재판부 “의료진이 환자에 집중할 수 없는 시스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양경승 부장판사)는 19일 성형 수술 중 숨진 권대희 씨 사망 사건의 피고인 장 아무개 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병원장인 장 씨와 함께 기소된 동료 의사 이 아무개 씨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 원, 신 아무개 씨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됐다.
장 씨는 2016년 9월 권 씨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경과 관찰과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과다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장 씨는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는 이유로 간호조무사에게 권 씨의 지혈을 30분 동안 맡겨 의료법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장 씨의 병원 시스템에 대해 비판했다. 장 씨의 병원은 여러 개의 수술방을 두고 순차적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한 환자에게 전념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시스템 때문에 과다출혈이 발생한 것을 면밀히 살피지 못하고, 수술이나 전원 등 조처를 할 기회를 놓쳐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 씨 등은 간호조무사의 지혈이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출혈 부위를 누르는 동작 자체는 문제가 아닐지 몰라도 이 사건처럼 마취 상태의 환자에게서 출혈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간호조무사가 전적으로 지혈을 맡은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씨 어머니인 이 아무개 씨는 선고 직후 “재판부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의사 면허가 이렇게 ‘강철 면허’이고 ‘제왕적 면허’인지 또다시 실감했다”고 비판했다.
이 씨는 의료진의 이른바 ‘유령 대리 수술’로 아들이 사망했다며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이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100일 넘게 이어온 바 있다.
한편 장 씨는 재판부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을 집행하지 않고 보석 상태를 유지하기로 해 법정 구속을 면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