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보선 개입 ‘진짜 승부사’였다
▲ 일요신문DB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이벤트는 뭐니뭐니 해도 선거 이틀 전 이뤄진 안철수 원장의 박원순 후보 지지 표명이었다. 좀처럼 승패를 가늠할 수 없던 긴박한 상황에서 이뤄진 그의 등장에 막판 선거판은 요동쳤고 정치권도 발칵 뒤집혔다.
편지 두 장을 들고 박 후보 캠프에 나타난 안 원장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오차범위 내 혼전양상을 보이던 판세는 일순간 뒤집혔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 후보 지지율 최소 5% 상승 예측과 함께 ‘게임오버’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사실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그를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경쟁 상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안풍’의 위력이 입증됨으로써 이제 정치권의 눈은 안 원장과 박 전 대표가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학교로 돌아가겠다”던 안 원장이 박 후보 캠프에 나타난 것 자체가 바로 그의 정치적 야망을 그대로 드러낸 일종의 출정식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9월 6일 안 원장이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후에도 정치권에서는 미심쩍은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그의 정치 행보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기존 정치인들을 KO시켜버릴 만큼의 압도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안 원장이 정치적 목표로 내년 대선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꼬리를 물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학자로 돌아간 듯했던 그가 선거 이틀 전 불쑥 등장한 것이 철저히 계산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안 원장이 박 후보 캠프에 절묘한 시기에 나타나 국민의 뇌리에 자신의 존재를 기가 막히게 재각인시켰다는 것에 주목한다. 정치에 뜻이 없다면 자신의 등장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선거판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을 뻔히 알면서 박 후보를 직접 찾아가 공개지지를 하는 강수를 둘 리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로 인해 안 원장이 계속 학교에 머무를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머릿속에서 신당창당과 같은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는 얘기는 ‘승부사 안철수’에 관한 것이다. 안 원장의 정치행보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지만 이번 선거로 인해 안 원장의 머릿속에서 복잡한 셈법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치컨설턴트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박 후보 지지표명은 대선에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사실상의 정치선언이라 봐야 한다. 그는 현재의 여야 구도를 뛰어넘은 정치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특히 안 원장이 투표율에 미친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안 원장이 무당층의 투표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무당층은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부류로 부동층이 되기 쉽다. 이번 선거는 무당층의 투표참여를 얼마나 이끌어내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안 원장으로 인해 이들이 투표장에 나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투표장에 나와 박 후보를 찍은 이들은 박 후보가 아니라 안 원장을 대통령으로 밀어주기 위해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보선에 안 원장이 승부수를 띄웠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선거 전 이미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보선결과가 안 원장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가 나왔다.
▲ 안철수 원장이 10월 24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방문해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편지를 건네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안 원장의 대선출마를 단정 짓기는 이르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정치컨설턴트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본인이 대선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안철수 돌풍과 비슷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다. 이미지로 정치권을 뒤흔든 것은 2011년의 안철수보다 90년대 이회창이 훨씬 강력했다”고 밝히면서 “안 원장에 대해 검증된 데이터조차 없는 상황에서 그의 정치행보에 대해 코멘트를 하거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적 해석을 담아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치컨설턴트 이재술 인뱅크코리아 대표도 “안 원장이 위협적인 인물로 부상한 것은 확실하지만 이번 박 후보 지지표명을 대권도전 의지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언론이 확대해석한 면이 있다. 이번엔 ‘한나라당에서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 ‘범야권이 흩어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정도로 보는 게 맞다”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야권 및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지지를 받아 새로운 정치세력의 중심축으로 등장할 가능성과 함께 올해 안에 신당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한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안 원장이 입을 여는 순간 본격적인 대권 경쟁의 막이 오를 거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앞서의 이재술 대표는 “당분간 안 원장은 정치적 행보를 자제한 채 납작 엎드려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안 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이 있을 것이다. 영리한 안 원장이 초장부터 나서 검증대에 오르며 만신창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가 찔끔찔끔 등장하는 것도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그에 대한 갈망과 신비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그는 이 파급력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최대한 기대심리를 촉발한 후 파이널에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정치컨설턴트는 “대선출마가 서울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이 험난하리라는 것을 그가 모를 리 없다. 출마선언 후 자신이 감당해야할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벌한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지를 비롯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타진하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승부사 안철수’라는 평가와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은 “안 원장은 생각보다 훨씬 영리하고 진중한 사람으로 지지율만 믿고 무리수를 던지지 않을 것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치고 나올지 알 수 없기에 기성 정치권에 더욱 위협적이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 컨설턴트는 ‘영리한 승부사’ 안철수 원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이번 박 후보 캠프방문 때 들고 간 편지를 본 순간 소름끼쳤다. ‘박원순’이라는 이름 한번 거론하지 않고도 확실하게 임팩트를 던지는 안 원장이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비정치적이면서도 거부감을 유발하지 않는, 가장 안철수다운 방법이었는데 진짜 무서운 것은 정치인이 아닌 그가 이런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온화한 얼굴로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갖가지 확률을 타진하고 있는 안 원장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안철수 신당론’ 막후
“연말 안에 밑그림 나올 것”
안철수 원장이 정치선언을 한다는 가정 하에 현재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당론’이 제기되고 있다. 안 원장이 그간 보여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에 비춰볼 때 그가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협력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정가는 새로운 세력들을 규합한 안 원장이 독자적인 노선을 갈 것으로 보는 관측이 강하다. 안 원장이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된 제3의 정치세력으로 등장할 경우 정치권의 새판 짜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가에서는 올 상반기부터 신당과 관련된 얘기가 나돌았다. 이미 안 원장이 신당창당에 대한 큰 틀을 짰으며 여야 구도를 뛰어넘는 구상에 들어갔다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안 원장의 남모를 고민이 깊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조직이나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비정치인인 안 원장에게는 적잖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 원장이 자신을 도와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인사들을 모으는 데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신당은 안 원장을 중심으로 기존 정당은 물론 시민사회진영 인사까지 폭넓게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원장은 제3의 당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안 원장이 신당을 만들면 이념을 초월한 다양한 인물들이 총망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의 신당창당과 관련해 다양한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며 이들과의 접촉을 통해 구체적인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이 안 원장 측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정치권 진입이 예상되는 전직 방송인 S 씨는 신당의 대변인이라는 구체적 제의까지 받았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안 원장 측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은 시민단체 인사들도 상당수라는 이야기 등도 떠돌고 있는데 대부분 설에 그칠 뿐 아직 구체적 정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반면 안 원장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전·현직 정치인들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를 막론하고 안 원장에게 ‘뜻을 모아보자’ ‘힘을 합치자’는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나라당이 내홍을 겪게 되면서 당에서 이탈하는 인물들을 안 원장 측에서 영입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인 창당시기도 나오고 있다. 정가에서는 올 연말에는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창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인 만큼 생각보다 긴박하게 진행될 거라는 분석이다. 특히 안 원장의 성격이나 스타일로 볼 때 결심이 서면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원장의 최종 목표가 대선이라는 전제하에 신당창당은 ‘정치인 안철수’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성 정치에 반감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을 안 원장이 모를 리 없다. [향]
“연말 안에 밑그림 나올 것”
▲ 안철수 원장이 지난 9월 7일 오후 경상북도 구미시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청춘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요신문DB |
정가에서는 올 상반기부터 신당과 관련된 얘기가 나돌았다. 이미 안 원장이 신당창당에 대한 큰 틀을 짰으며 여야 구도를 뛰어넘는 구상에 들어갔다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안 원장의 남모를 고민이 깊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조직이나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비정치인인 안 원장에게는 적잖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 원장이 자신을 도와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인사들을 모으는 데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신당은 안 원장을 중심으로 기존 정당은 물론 시민사회진영 인사까지 폭넓게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원장은 제3의 당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안 원장이 신당을 만들면 이념을 초월한 다양한 인물들이 총망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의 신당창당과 관련해 다양한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며 이들과의 접촉을 통해 구체적인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이 안 원장 측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정치권 진입이 예상되는 전직 방송인 S 씨는 신당의 대변인이라는 구체적 제의까지 받았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안 원장 측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은 시민단체 인사들도 상당수라는 이야기 등도 떠돌고 있는데 대부분 설에 그칠 뿐 아직 구체적 정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반면 안 원장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전·현직 정치인들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를 막론하고 안 원장에게 ‘뜻을 모아보자’ ‘힘을 합치자’는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나라당이 내홍을 겪게 되면서 당에서 이탈하는 인물들을 안 원장 측에서 영입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인 창당시기도 나오고 있다. 정가에서는 올 연말에는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창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인 만큼 생각보다 긴박하게 진행될 거라는 분석이다. 특히 안 원장의 성격이나 스타일로 볼 때 결심이 서면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원장의 최종 목표가 대선이라는 전제하에 신당창당은 ‘정치인 안철수’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성 정치에 반감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을 안 원장이 모를 리 없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