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람의 존엄을 짓밟은 잔혹성 고려, 피고인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
대전고법 형사1-1부(정정미 부장판사)는 27일 아동학대 살해와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아무개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0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 씨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신상 공개, 아동·청소년 등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등도 함께 명령했다.
양 씨는 지난해 6월 15일 새벽 동거녀 정 아무개 씨의 딸을 이불로 덮어 수십 차례 주먹과 발로 폭행해 숨지게 했다. 당시 양 씨는 술에 취해 있었다.
양 씨는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 안 화장실에 방치했다. 이때 정 씨도 시신 은닉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양 씨는 학대 살해 전 정 씨의 딸을 성폭행한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양 씨는 아이를 살해하기 전 ‘근친상간’ 등을 3차례에 걸쳐 검색하고, 동거녀의 모친에게도 성관계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양 씨는 ‘PCL-R(Psychopathy CheckList Revised)’이라고 불리는 체크리스트에서 26점을 받아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생후 20개월 된 피해자는 아빠로 알고 따랐던 피고인에게 처참하게 맞고 성폭행당하다 사망했다”며 “사람의 존엄을 무자비하게 짓밟은 잔혹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게 맞다”고 판시했다.
다만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원심 결정은 그대로 유지했다. 검찰의 성 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청구도 무기징역 선고 형량을 고려해 1심에 이어 기각했다.
한편 정 씨는 사체은닉 등 죄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으며 형량이 더 높아졌다. 정 씨 또한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의 아동·청소년 등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