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꽉 막히자 코스닥서 ‘머니 시추’?
현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사업과 관련해 정부 실세로부터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됐던 KMDC가 이번에는 코스닥 상장기업 인수를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한 의혹이 일고 있다. 10월 25일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 금융위원회 예산안 현안 질의에서 “KMDC가 CSJ네트웍스를 앞세워 코스닥 상장기업 ‘유비컴’의 경영권 확보를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CSJ네트웍스는 유비컴의 최대주주가 된 후 KMDC의 임원들을 유비컴의 이사 및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국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사업목록에 추가했다. 단말기 생산업체로 애초 해외자원 개발과는 전혀 상관이 없던 유비컴에 KMDC의 우회상장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한 KMDC의 유비컴 경영권 확보 소식은 유비컴 주가의 이상 급등을 불러와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우 의원은 “KMDC의 코스닥 시장 우회상장에 따른 주가조작으로 투자자 피해가 양산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혜 논란에 이어 우회상장 의혹에 휘말린 KMDC 사건의 핵심을 짚어봤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양대 사조직 중의 하나였던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끌며 현 정권 개국공신으로 꼽혔던 이영수 회장은 2010년 5월경에 해외자원개발업체인 KMDC를 설립했다. 그리고 8개월여가 지난 2011년 1월 KMDC는 미얀마 가스전 탐사·개발사업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2010년 8월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정부합동조사단의 사업성 조사 결과 KMDC가 탐사 및 개발권을 획득한 A5, A7 및 M15, M16 광구의 석유·가스 탐사 가능성은 매우 낮거나 비어있는(Dry) 광구인 것으로 확인돼 불확실한 사업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또한 ‘왕차관’으로 통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그해 12월 미얀마를 다녀온 뒤 KMDC가 미얀마 해상 4개 광구의 동시 탐사개발권을 수주해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지난 8월 국회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에서 우제창 의원은 지식경제부로부터 제출받은 ‘제4차 한-미얀마 자원협력위원회 개최 결과보고’를 언급하며 “지난해 12월 23일 미얀마 에너지부에서 박 전 차관이 룬 띠 미얀마 에너지부 장관 등을 면담하면서 KMDC가 해상광구사업을 수주하는 것을 검토해주기를 부탁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여기에 탐사 과정에서 광구 1곳당 300억~500억 원이 소요되고 실제 생산까지는 수조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자원개발 사업권을 당시 자본금 16억 5000만 원에 불과한 신생회사가 따낸 것을 두고도 업계 주변에서는 뒷말이 무성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자원개발 사업은 워낙 리스크가 큰 분야라 사업권을 따내고 나면 융자를 받거나 투자자를 모집해 추진하는 게 관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KMDC의 경우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았다. 실제로 KMDC는 올해 7월부터 지역별 투자설명회를 계획했지만 국회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진 뒤 이를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혜 의혹과 사업의 불확실성으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KMDC는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이 대형가스전 확보에 성공하면서 다시 투자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사업성이 없는 광구를 손에 넣은 이영수 회장이 이를 활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KMDC의 행보를 주시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KMDC의 우회상장 시도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9월 27일 인수합병전문회사인 CSJ네트웍스는 IBK삼호사모전문회사와 김은종 전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유비컴 주식 923만 주(지분율 35.74%)를 양도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주당 1545.37원에 양수도대금 142억 7103만 원에 주식을 인수한 것이다.
단순히 인수합병회사인 CSJ네트웍스가 유비컴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10월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안준석 CSJ네트웍스 대표가 유비컴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유비컴이 보여준 행보에서 KMDC의 우회상장 시도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후 유비컴은 ‘사업다각화’라는 이유로 ‘국내외 자원개발 및 수출입업·천연가스 채굴업·바이오연료 사업·기업인수 합병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단말기 생산을 주로 하며 애초 해외자원 개발과는 전혀 상관이 없던 회사로서는 다소 의외의 사업목록 추가였다. 이와 동시에 유비컴은 김상엽 KMDC 전무이사와 김순기 KMDC 글로벌 대표이사를 각각 이사와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이를 두고 우 의원은 “KMDC의 임원진이 유비컴 이사진에 선임된 것은 사실상 KMDC가 유비컴의 경영권 확보를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하려는 것”이라며“CSJ네트웍스는 70억 원의 자본금 중 700여 만 원만이 남은 페이퍼 컴퍼니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KMDC의 우회상장 시도가 사실이라면 그 목적은 무엇일까. 우 의원은 미얀마 정부에 지급할 ‘서명 보너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KMDC는 미얀마 정부와 해상가스전 개발에 따른 PSC(생산물 분배 계약)를 체결하며 1개 광구당 통상 200만 달러씩, 4개 광구에 대해 총 800만 달러(약 96억 원)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주 미얀마 대사관이 국무총리실과 외교통상부에 보고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KMDC가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상당한 자금투여가 예상되므로 파이낸싱 관찰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과정을 전후한 유비컴의 주가 변동 상황에서도 KMDC의 우회상장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지난 8월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유비컴의 주가는 급등 징조가 보였다. 지난 9월 8일부터 16일까지 유비컴의 주가는 5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해 한국거래소가 ‘투자유의 종목’ 및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9월 28일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공시 이후 유비컴의 주가는 한때 최고 2645원을 기록하는 등 이상 급등 현상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550원에 불과하던 유비컴의 주식은 한 달 새 372%가 폭등해 10월 21일 기준으로 2050원까지 수직상승했다.
우 의원 측은 과거 KMDC가 코스닥 상장사를 통해 우회상장을 추진하다 실패한 적이 있었던 만큼 보다 교묘한 방법으로 우회상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 방법으로 우 의원은 ‘비상장기업의 영업 전부 또는 일부를 상장기업에 양도하고 상장기업은 대금지급에 상응하여 제3자 배정 증자로 신주 등을 발행하거나 주식을 이전하는 방식’을 꼽았다. 실제로 유비컴은 9월 27일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다음날인 28일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유상증자 3자 배정 증자를 실시했다.
KMDC 우회상장 의혹과 관련해 유비컴 관계자는 10월 27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KMDC가 유비컴을 통해 우회상장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까다로워진 우회상장 심사 기준으로 자격조건이 안 되는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을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상장기업이) 상장폐지될 수도 있는 마당에 유비컴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M&A 전문가 A 씨의 말은 달랐다. A 씨는 “그 또한 편법 우회상장 방법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보통 상장기업이 유망한 비상장기업을 인수한다는 소문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그 자금이 비상장기업에 흘러들어가 주식양도에 쓰이기 때문에 사실상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꼴이 된다”고 A 씨는 설명했다.
기자는 10월 28일 우회상장 의혹과 관련해 김순기 KMDC 부회장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KMDC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기자가 ‘KMDC의 우회상장 의혹이 불거진 이유’를 묻자 김 부회장은 “KMDC는 우회상장 조건에도 부합하지 못하고 규정상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KMDC와 CSJ네트웍스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전략적 사업파트너 관계”라고 말했다.
‘우회상장이 아니라면 유비컴에 사외이사로 가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기자가 묻자 김 부회장은 “CSJ네트웍스 측에서 먼저 사업파트너십을 제안해 왔다. 미얀마에서 모바일 통신망 사업을 하는 유비컴을 KMDC가 도와주는 조건이었다. 미얀마에서 무역·유통망을 구축한 KMDC로부터 시너지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그 대가로 유비컴은 KMDC의 자원개발사업의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이었다”고 답했다. 다만 김 부회장은 “최초 CSJ네트웍스가 약속한 대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파트너십 유지에 고민하고 있다. 곧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