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국민과 함께 한 67년 방송사 뒤로 하고…10일 영결식·발인식 열려
이날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는 김학래, 이용식, 유재석, 조세호, 최양락, 이상벽, 이수근, 임하룡, 강호동 등 코미디언 후배들과 설운도, 이자연, 문희옥 등 대한가수협회 가수들 약 8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가수에서 코미디언으로, 또 배우로, 그리고 방송인으로 무대를 가리지 않고 활약한 방송가 큰어른이었던만큼 분야를 막론한 조문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영결식 사회는 코미디언 김학래가 맡았고 엄영수 대한민국코미디언협회장 겸 장례위원장이 조사를, 코미디언 이용식과 이자연 대한가수협회 회장이 추도사를 읽었다.
엄영수 장례위원장은 "선생님은 '전국노래자랑'에서 출연자와 그냥 대화만 한 게 아니다. 선생님이 거친 그곳들은 재래시장이 되고, 무·배추밭이 되고, 화개장터가 됐다. 모두가 춤추고, 노래하고, 흥겹게 노는 자리를 깔아주신 우리 선생님은 할아버지·할머니를 청춘으로, 출연자를 스타로 만드는 마술사셨다"라며 송해의 업적을 기렸다.
그러면서 "송해 선생님은 무작정 가출하셔서 이북에서 무작정 월남하셨고, 피란 후에는 부산에서 무작성 상경해서 데뷔하신 '무작정 인생'이셨다"라며 "우리는 이 '무작정'을 믿는다. 이번에도 선생님이 무작정 일어나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며 눈물을 삼켰다.
이용식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에 슬픔과 아쉬움을 남기시고 뭐가 그리 바쁘시다고 가셨는지. 이곳에서는 '전국노래자랑'을 많은 사람들과 힘차게 외쳤지만 이제 수많은 별들 앞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외쳐 주셔라"라며 "사모님과 아드님과 반갑게 만나서 이제 아프지 마시고 편히 쉬시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동해, 서해, 남해, 그리고 송해가 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자연 회장은 "송해 선생님은 70년 동안 모든 사람들의 스승이었고, 아버지였고, 형, 오빠였다. 한결같이 우리들을 사랑으로 대해주셨고 변신을 거듭하며 희망과 용기를 주신 만인의 선생님"이라며 "세상 사는 지혜를 가르쳐주셨고,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누구에게나 따뜻한 미소로 친절히 대해주셨던 우리 선생님을 기억한다. 우리는 선생님을 보내드릴 수가 없다.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영결식장에서는 지난 2021년 공개됐던 다큐멘터리 '송해 1927'에서 발췌한 고인의 생전 육성이 흘러나와 모인 이들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했다. 이어 고 송해가 34년간 진행했던 KBS1 장수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고인의 상징인 "전국~"이라는 코멘트가 울려퍼지자 참석자들은 다같이 눈물 속에서 "노래자랑~"을 외쳤다.
이후 설운도, 현숙, 문희옥, 이자연, 김혜연, 신유, 배일호가 고인의 노래인 '나팔꽃 인생'을 조가로 부르며 고인을 애도했다. 유재석, 이상벽, 임하룡, 이수근, 양상국, 전유성, 조세호 등 후배들도 고인에게 마지막으로 헌화한 뒤 목례로 그를 배웅했다.
이어진 발인식에서는 강호동, 양상국, 유재석, 임하룡, 전유성, 최양락 등 코미디언 후배들이 고인을 운구했다. 발인을 마치고 빈소를 떠난 운구차는 오전 5시 40분께 송해가 생전 자주 이용했던 국밥집, 이발소, 사우나 등이 있는 종로구 낙원동 '송해길', '전국노래자랑' 방송사인 KBS 본관 등을 들러 노제를 치렀다. KBS에서는 고인과 함께 했던 '전국노래자랑' 신재동 악단의 조악과 함께 임수민 아나운서가 사회, 김의철 사장이 추모사를 맡았다.
김의철 사장은 "송해 선생님, 들리십니까. 대한민국 전국 공원에서, 널따란 운동장에서 '전국노래자랑'의 딩동댕 소리가 울렸습니다. 선생님의 작은 거인 같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고, 국민들과 웃던 그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부디 세상의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편히 영면하소서"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한편 고 송해는 지난 6월 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별세했다. 향년 95세. 1927년 황해도 재령군에서 태어나 1950년 월남한 그는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국내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88년부터는 '전국노래자랑'의 MC를 맡아 34년 간 방송을 진행하며 국민들의 일요일을 책임졌다. 송해의 기록은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부문으로 지난 4월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며 전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또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된 최초의 희극인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고인의 유해는 생전 그가 제2의 고향으로 불렀던 대구 달성군 옥포리 송해공원에 먼저 안장된 아내 석옥이 씨의 곁에 누이게 된다. 그의 방송인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KBS는 오는 12일 '전국노래자랑'을 송해 추모 특집으로 방송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