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전국노래자랑’ MC 할 것” 약속 지켜…후임 MC 누가 될지 주목
경찰 등에 따르면 송해는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2022년 1월부터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코로나19 3차 백신까지 접종했음에도 3월 코로나19 감염 소식을 알려 대중들을 놀라게 했다.
회복 이후 자신이 34년 동안 맡아온 KBS1 '전국노래자랑' 복귀 의사를 밝혔으나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5월 초부터 다시 병원 신세를 졌다. 이 시기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면서 방송가에서는 관객 대면 녹화와 야외 녹화를 재개하던 중이었다.
'전국노래자랑' 역시 2년 만에 야외 녹화를 재개했으나 송해는 지난 4일과 7일, 각각 전남 영광군과 경기 양주시에서 진행된 녹화 스케줄에 참여하지 못했다. 당시 현장에는 작곡가 이호섭과 아나운서 임수민이 임시 MC를 맡아 대신 방송을 진행했다.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기자들에게 송해 측은 "건강에 큰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나이가 있다 보니 지방까지 장시간 이동이 부담스러워 현장 녹화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당시 송해는 자신의 건강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전국노래자랑' 하차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제작진은 하차를 확정하진 않았으나 여러 가능성을 두고 후임 진행자 물색, 접촉을 진행해 왔다.
명실상부 한국 연예계의 '살아있는 역사'로 자리매김한 송해는 1927년 황해도 재령군에서 태어나 북한의 예술대학인 해주예술전문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본명은 송복희이며 송해는 예명이다. 1950년 월남 중 타고 있던 선박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그 넓은 바다 같은 세상을 다 품겠다는 마음을 다지며 직접 지은 예명이라고 했다.
월남 후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활동하며 국내 방송연예가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1963년 영화 'YMS 504의 수병'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등 10여 편의 영화에서 배우로도 활약해 왔다. 또 1980년대는 코미디언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이주일, 이상해, 심형래, 임하룡 등과 함께 KBS '코미디출동' '코미디 하이웨이'에 출연했으며 구봉서, 서영춘, 배삼룡 등과 함께 한 MBC '웃으면 복이 와요'를 통해 큰 인기를 얻었다.
동양방송(TBC)의 라디오 교통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의 진행을 17년 동안 맡으면서 첫 장수 프로그램 MC로서의 진가를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1986년 당시 스무 살밖에 안 된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으면서 마이크를 놓았다. 2010년 KBS2 예능프로그램 '승승장구'에 출연했던 송해는 이 이야기를 언급하며 "아들이 사고 난 뒤로는 교통방송 진행자였지만 도저히 안전운전하자는 말을 못 하겠더라. 그래서 교통방송 DJ에서 하차했다"고 말했다.
아들을 잃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그를 일으켜 세운 이는 '전국노래자랑'의 PD였다고 했다.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한 그에게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 자리를 제안하면서 송해는 1988년 5월 8일 제5대 '전국노래자랑' MC를 맡게 됐다.
1994년 5월 KBS 개편에서 6년 동안 '전국노래자랑' MC로 활동했던 송해가 하차하고 6대 진행자인 김선동 아나운서로 진행자가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제작진은 송해가 67세의 고령이고 이전에도 몇 차례 진행자가 교체됐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부적으로는 판단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방송사로 거센 항의가 밀어닥쳤다. 그 결과 시청률 폭락으로까지 이어지자 방송사는 5개월 만인 1994년 10월 부랴부랴 송해를 다시 7대 진행자로 앉혔다. 이때부터 '전국노래자랑'은 피치 못할 상황으로 송해가 진행을 할 수 없는 때를 제외하고는 그가 '영원한 MC'로 자리매김했다.
1988년을 시작점으로 송해의 '전국노래자랑' MC 활동 기간은 34년에 달한다. 이는 한국을 벗어나 세계적으로도 놀랄 만한 기록이었다. 4월 말 기네스 협회는 송해를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했다. 당시 송해는 "긴 세월 전국노래자랑을 아껴 주신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만 84세였던 2011년 생애 첫 콘서트이자 전국 순회공연으로 진행된 '송해 빅 쇼'를 성황리에 마무리하면서 최고령 단독 콘서트 부문 기네스 기록 등재를 추진했지만 불발된 것을 청설한 셈이었다.
'전국노래자랑'은 송해에게 있어 인생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세를 넘어서부터는 건강 문제가 외부로 계속 알려지면서 후임 문제가 몇 차례 거론되긴 했지만 매번 다시 일어서서 무대를 밟았다. 송해는 "죽을 때까지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할 것"이라며 그와 방송을 사랑해 온 시청자들을 안심시켜 왔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한편 '전국노래자랑' 제작진은 송해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에 구체적인 상황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후임 MC와 방송 제작 방향에 대해 고민해 온 제작진은 특히 후임 MC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송해가 곧 '전국노래자랑'의 대표 브랜드나 다름 없기에 임시 MC가 아니라 완전히 교체된 MC에 대중들이 쉽게 익숙해질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큰 난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