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과 광주공장 부지 매각 본계약 잇달아 무산…인근 부지 먼저 매각 나서
금호타이어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1위 타이어 기업이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무리한 인수-합병에 따른 재정난으로 2018년 중국 타이어제조업체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매각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금호타이어는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2조 6012억 원으로 전년(2조 1707억 원) 대비 19.8% 늘었다. 하지만 4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당기순손실은 751억 원이었다. 재무지표도 악화됐다. 금호타이어의 부채비율은 234.3%로 전년(229.4%) 보다 높아졌다. 차입금 비율은 154%이며 차입금 의존도는 45.5%다. 차입금 의존도는 총자본에 대한 차입금 비율로 차입금 의존도가 높을수록 수익성이 낮아져 경영의 안정성을 저해한다. 통상 금호타이어와 같은 제조업에선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을 경우 재무구조가 불안하다고 판단한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가격 인상 등 다양하다. 그중 광주공장 노후화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국내 타이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생산 거점이다.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이곳에선 연간 1600만 본 이상의 타이어를 생산한다. 하지만 이곳은 1974년 지어져 설비 노후화로 인한 공장 가동률 저해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자동차 업계 최대 화두로 전기차가 떠오르면서 최첨단 설비 구축도 요구됐다. 이에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말 광주공장을 전남 함평 빛그린국가산업단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빛그린국가산업단지는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로 광주 광산구 삼거동·덕림동과 전남 함평군 월야면 일대 406만㎡ 부지에 조성된다. 1단계 사업구역(264만㎡)인 광주 광산구 삼거동·덕림동의 경우 2009년 조성이 시작돼 지난해 12월 완료됐으며 2단계 사업구역(142만㎡)인 전남 함평군 월야면 일대는 오는 2023년 6월 준공 예정이다.
전남 함평 빛그린국가산업단지는 자동차 부품 혁신 기업들이 모여 드는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곳에는 자동차 시트 생산공장, 자동차 범퍼 제조 공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금호타이어는 이곳 약 50만㎡ 부지에 친환경 타이어 생산공장을 짓는다. 올해 초 빛그린국가산업단지 조성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공장 이전 부지 계약보증금을 납부했다.
#광주공장 매각 지지부진에 발목
보증금까지 납부했지만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은 계속 진통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과 공장과 부지 매각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업계에선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 비용에 약 1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공장부지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지 않는 한 이 비용을 충당할 여력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지난해 말 부채는 1조 8884억 원이다.
공장부지 매각이 지지부진하자 금호타이어는 기존 광주공장 부지를 매각하기 전에 상업용으로 용도변경하고 이를 담보로 빛그린국가산업단지 신공장 건설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광주광역시(광주시)는 용도변경을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광주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현재 광주공장을 가동하고 있지 않냐”며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을 하기 위해선 공장이 이전돼야 한다. 공장 가동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즉, 공장 이전이 먼저라는 것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공장 부지를 상업용으로 변경하기 위해선 광주공장이 유휴토지(사용하지 않아 수익이 발생되지 않는 휴경지)가 돼야 한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현재 광주공장 가동을 멈추기 힘든 실정이다.
#인근 부지부터 매각
용도변경을 통한 자금 마련조차 어려워지자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인근 부지 매각에 먼저 나섰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광주공장 정문 맞은편에 있는 대운동장과 주차장, 테니스장 등 필지 2만 1182㎡(6408평)를 주식회사 아이에스에스앤디에 약 600억 원에 매각했다. 이 토지는 그간 직원들을 위한 주차장으로 일부 사용돼 왔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금호타이어는 지난 3월 대운동장 인근에 있는 금호타이어 소유의 소주차장 2곳(광주 광산구 소촌동 586, 광산구 소촌동 583)도 주식회사 아이에스에스앤디에 팔았다.
금호타이어가 부지를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공장 이전 비용이 아닌 채권단 부채를 상환하는 데 썼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광주공장 인근) 모든 부지를 총 818억 원 정도에 매각해 약 110억여 원은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과 가계약을 하고 나머지는 KDB산업은행에 (부채를) 갚았다”고 귀띔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에는 약 8500억 원 규모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근저당권자는 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며 이 중 가장 큰 규모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곳은 산업은행이다.
금호타이어와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이 광주공장 부지 매각 계약을 두 단계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광주공장 인근 부지 매각을 실시한 뒤 본계약인 공장부지 매각을 나중에 따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광주공장 인근 부지를 사들인 부동산업체 주식회사 아이에스에스앤디가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과 연결된다.
주식회사 아이에스에스앤디의 법인등기 주소지로 돼 있는 빌딩에는 다양한 업체들의 소사무실이 여럿 들어서 있다. 빌딩 관계자가 “어떤 업체들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답할 정도다. 주식회사 아이에스에스앤디와 같은 주소지로 동일한 사무실을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관계자도 “(주식회사 아이에스에스앤디가)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은 규모의 부동산 업체가 광주공장 인근 부지를 두 차례에 걸쳐 매입할 만큼 자금력이 있냐는 게 궁금증의 출발이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본계약을 체결하는 컨소시엄에 회사(광주공장) 인근 부지를 매각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인사는 “미래에셋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컨소시엄과 연결돼 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와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 간 광주공장 매각 본계약은 지난 4월 말, 5월 말, 이달 15일 총 3차례 무산됐다. 타이어 업계에선 본계약이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금호타이어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일각에선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과) 본계약이 늘어지는 상황에 대해 우려할 수 있지만 본계약 협상이 중단된 것도 아니고 진행 중이기 때문에 평가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광주공장 이전을 위해 잘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