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현지 여행사에서 암암리에 증명서 만들어줘…돈 더 주면 양성을 음성으로 바꿔주는 검사소도 있어 실효성 의문
#방역당국 아닌 승무원이 확인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출발일 0시 기준 48시간(2일) 이내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거나 24시간(1일) 이내 전문가용 항원검사를 받아서 발급받은 음성확인서를 지참해야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다. 만약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확진자로 판명되면 항공기 탑승이 제한돼 현지에서 최소 10일 이상 더 체류해야 한다. 또 서류가 기준에 미달해도 항공기 탑승이 제한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현지에서 한국으로 입국할 때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음성확인서를 확인하는 건 현지 방역당국이 아니라 해당 항공사 수속 카운터의 직원”이라며 “항공사나 직원에 따라 꼼꼼히 보기도 하지만 대충 훑어보기도 하고, 한 항공기 내에 탑승객 국적이 다양할 경우 음성확인서 체크를 깜박하기도 한다”며 입국 시 음성확인서 확인의 허점을 인정했다.
또 외국계 항공사 승무원은 “바쁘게 돌아가는 공항 탑승 카운터에서 한국인 승객이 타면 음성확인서까지 체크해야 하고 양성이면 탑승을 제한해야 해서 솔직히 일이 더 많아지는 데다 서류에 미비점이 있을 땐 탑승객들과 실랑이도 자주 오간다. 항공 현장 복귀 인력이 아직 다 충원되지 않아 능력과 인력 모두 불충분한 상태”라며 “이런 이유로 승무원들 사이에선 한국인이 ‘국제적 밉상’으로 불리고 있는 상황이라 단체 관광객 전원이 음성확인서를 떼어 온다고 해도 아무런 제동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 항공사의 경우 항공사가 국가별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탑승 기준을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못했거나 직원이 미처 숙지하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며 “실제로 항공사 수속 카운터를 통하지 않고 맡길 짐 없이 기내 수화물만 가지고 셀프 체크인을 하는 경우엔 음성확인서 확인 없이 바로 항공기 탑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사소와 가이드 ‘짬짜미’도
한 현지 가이드는 “국가에 따라서는 병원이 아닌 약국이나 간단한 검사소에서 음성확인서를 떼주기도 한다”며 “한국 입국 시 음성확인서 필수 지침 때문에 현지에서는 가이드가 암암리에 검사소와 거래를 맺고 관광객의 방문이나 검사 없이도 이름과 신상을 넘겨주면 그냥 증명서를 떼주는 불법 업소와 브로커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백신접종증명서만 있으면 되거나 아예 코로나 관련 출입국 규정을 없애는 등 입국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방역 완화를 하고 있는 시점이라 이런 불법 업소와 브로커는 대부분 한국인을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가이드는 “음성확인서 발급이 현지 가이드에게는 또 하나의 수입원이 되기도 한다. 검사 없이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조건으로 원래 검사비에서 얼마를 더 얹어 받기도 하고, 만약 검사를 해서 양성이 나올 경우엔 비용을 더 내면 음성확인서로 교체해 준다. 상황에 따라선 부르는 게 값”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지에서는 검사 없이 단체 관광객의 음성확인서를 조달해 오는 일이 마치 여행사나 가이드의 능력처럼 인정되기도 한다. 쉽든 어렵든 코로나19 검사를 하려면 반나절 정도 관광 시간의 일부를 검사에 할애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에 여행객에게는 확실히 번거롭고 피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은 해외에서 코로나19 검사 후 양성이 확인되면 확진일로부터 10일 경과 40일 이내에 국내에 입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성일 경우 현지에 최소 10일을 더 체류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현지에서 격리를 하게 되면 보통 숙식 등 체류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고 국내 일정에도 무리가 생기는 등 여행객으로선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물론 국내 입국 시 검역관이 한번 더 음성확인서를 확인하지만 서류가 없거나 미비하다고 해도 입국 1일 이내에 거주지 관할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다시 받으면 된다. 일단 입국만 하면 이후 양성으로 판명되어도 큰 문제는 아니다. 국내 자가격리 7일과 현지에서의 10일 격리는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A 씨는 “여러 이유로 여행객 입장에선 일단은 위·변조라도 해서 음성확인서를 떼어 입국하고 보자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음성확인서 실효성 없어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사실 현지 병원에서 검사를 해도 누군가 양성이 나오면 음성이 나온 사람이 다른 병원에서 대신 검사를 해주는 일이 많다. 외국인이라 국내처럼 양성 결과가 질병청에 바로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체계적이지 않은 나라도 많다. 또 막상 양성이 나왔다고 현지에서 체류비를 물어가며 10일을 더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여행사나 가이드로서도 못할 짓”이라며 “타액으로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나라도 꽤 있어서 음성이 나온 사람이 일행 중 양성이 나온 사람을 대신해 검사를 해주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입국 시 음성확인서의 효력이 현장에선 거의 없는 셈이다.
질병관리청은 만약 현지에서 음성확인서 위·변조가 의심될 때는 현지 경찰이나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관광객과 가이드, 여행사 모두에 편익을 가져다주고 있어서 신고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게다가 현지에서도 양성으로 확진된 이를 체류하게 하는 것보다는 본국으로 보내는 것이 더 이로운 일이라 출국자를 그리 깐깐하게 살피지 않는다. 세계 주요국들이 전면적인 입국 제한을 해제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위·변조된 문서 등을 제출하거나 거짓 사실이 적힌 서류를 제출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증명 자료를 제출한 것이 확인된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9조 제1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그리고 이로 인한 감염병 전파 시 구상권 청구, 음성확인서 위·변조가 의심될 시 해외출입국관리팀에서 검역소 및 법무부 등 관계부처에 정보공유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