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교 상징” vs “애국심 왜곡 말라”
▲ 2009년 5월 30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초대형 손도장 태극기 제작 행사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모습. 최근 C 방송사가 손도장 태극기에 특정 종교단체의 상징이 새겨져 있다며 문제제기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연합뉴스 |
만남 측은 나라사랑 국기사랑의 의미로 자원봉사 단체에서 제작된 손도장 태극기가 특정 방송사의 종교 편파적인 보도로 현충원에서 반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손도장 태극기를 반대하는 단체에서는 “손도장 태극기의 제작이 국기법 위반이며, 만남은 특정종교 소속으로 순수한 의미가 아닌 자기 종교단체의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과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제작했다”고 맞서며 반출을 주장해 왔다. 이런 가운데 손도장 태극기 재전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던 현충원이 최근 재전시를 전격 결정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종교적 이념 논란에 휩싸였던 손도장 태극기의 반출 내막을 들여다봤다.
가로 60m, 세로 40m의 초대형 손도장 태극기는 지난 2009년 6월 제54회 현충일을 기념해 나라사랑 행사의 일환으로 (사)만남이 제작했다. 손도장 태극기는 초ㆍ중ㆍ고교와 대학 및 군부대, 한강, 공원 등 서울 전역에서 1만 7337명이 참여해 완성됐다. 국제규격의 빙상장 크기(가로 60m×세로 40m)로 제작된 손도장 태극기는 지난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때 붉은악마 응원단이 선보였던 대형 태극기와 동일한 크기다. 지난 2009년 7월 한국기록원으로부터 한국 최대 손도장 태극기 기네스북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이후 손도장 태극기는 만남이 2010년 10월 국립서울현충원에 기증하면서 전시돼 왔다.
하지만 2011년 8월 국립서울현충원은 ‘손도장 태극기가 특정 교주를 신격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C 방송사의 보도와 ‘손도장 태극기가 국기법 위반’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나오자 만남 측에 태극기를 가져가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손도장 태극기를 반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만남 측은 C 방송사에 성명서를 내고 “불공정 편파보도 방송을 자행한 C 방송사는 만남의 전 회원 및 국민 앞에 즉각 공개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또 “손도장 태극기에는 그 어디에도 특정 교단의 교리가 포함돼 있지 않았음에도 마치 특정 교단의 교리를 전파하고 포교한 것처럼 호도해 만남 회원 및 태극기 제작에 참여한 전 국민의 애국심을 짓밟은 C 방송사의 몰지각한 방송행태에 개탄스러움과 분노를 느낀다”고 항의했다.
도대체 손도장 태극기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길래 일부 방송사와 시민단체가 나서 반출을 주장했을까. 반출을 주장하는 측의 입장은 명확했다. 순수한 의미가 아닌 특정 종교단체의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 연합뉴스 |
실제로 S 종교단체의 총회장이자 만남의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이 아무개 씨는 설교에서 “우리는 손도장을 찍어 최고로 큰 우리나라 국기를 만들지 않았느냐. 내년 광복절에 큰 태극기를 공중에 띄우려고 하는데, 우리는 조그만 것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못하는 것을 해야 우리 단체를 알아줄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방송은 태극기의 의미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S 종교단체에서는 태극을 하늘과 땅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나라, 즉 S 종교단체를 상징한다고 공공연히 강조해왔다고 전했다. 그 증거로 현충원에 보관된 태극기에는 ‘SCJ’ 문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S 종교단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런 행위는 종교적 차원을 넘어 국가를 기망하는 모독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S 종교단체 대책 과천시 범시민연대’ 관계자도 “1만 7000명이 손도장을 찍었다는데 국기를 그렇게 제작해서는 안된다고 국기법에 나와 있다. 그 태극기에는 S 단체를 상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반출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만남 측은 “우리 외에도 이미 여러 단체 및 공공기관에서도 손도장 방식의 태극기를 제작했는데 왜 우리의 태극기만 불법으로 취급하냐”고 반문했다.
현충원의 손도장 태극기 반출 소식은 온라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손도장 태극기 반출 소식이 전해지자 국립서울현충원을 비롯해 국민권익위원회, 국가보훈처 등 공공기관 게시판에는 손도장 태극기의 재반입ㆍ전시를 주장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직접 태극기 제작에 참여한 사람’이라는 글에서부터 ‘종교적 편향성을 떠나 자원봉사단체가 순수한 의미로 제작한 태극기를 반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특이한 점은 하루에 몇십 건씩 올라오던 글이 지난 11월 4~6일 사이에는 2000건이 넘을 정도로 집중적으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런 민원이 단순한 항의글이 아니라 만남에 의한 조직적인 테러성 항의글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C 방송사의 경우에도 방송 이후 항의성 전화와 댓글로 곤욕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 네티즌은 만남 측에서 손도장 태극기 민원을 종용하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지난 11월 4일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는 공공기관 게시판에 집중적으로 항의성 글들이 올라온 시점과 맞물린다.
논란이 계속돼 온 지난 석 달여 동안 국립서울현충원은 손도장 태극기의 재반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11월 11일 현충원은 태극기 사랑정신을 고취시킨다는 의미로 손도장 태극기의 재전시를 전격 결정했다. 현충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손도장 태극기의 반출 경위를 설명하며 ‘제작에 참여한 단체와 시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 현충원은 “각종 추모ㆍ추도 행사에서도 특정종교를 배타적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3ㆍ1운동의 경우에도 종파를 초월하여 우리나라의 독립을 세계 만방에 알린 것처럼, 나라사랑 정신 고취와 호국영령들의 충의를 기리고 태극기 사랑정신을 고취시키는 의미에서 손도장 태극기를 재전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