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경비대 격상…“걸리면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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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 사살현장 포착, KBS 뉴스 캡처. |
이번 사건은 당시 북-중 국경지역을 취재하던 KBS의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탈북을 시도한 남성은 압록강을 건너 중국 지역으로 거의 다다랐을 때쯤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총성과 피격 방향으로 볼 때 북한군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기자와 통화한 ‘NK지식인연대’ 도명학 사무국장은 “중국 땅에 넘어간 사람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건은 의문점이 많다. 중국 국경지역에 북한군이 사살을 감행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아무리 탈북자라 할지라도 사살지역은 엄연한 중국 땅이다. 게다가 그곳은 매우 혼잡한 도로구역이었다. 중국인들이 총에 맞을 수도 있었다. 중국 당국도 자기 지역에서 총소리 나는 것을 달가워 할 리가 없다. 북한군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매우 심각한 일이다. 하도 많은 탈북자들이 국경지역을 넘어가니까 위험을 무릅쓰고 위에서 ‘넘어가면 사살하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을 수도 있다. 그만큼 북한의 내부통제가 심해졌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북한 내부에서는 국경경비 단속 및 탈북자 통제 강화와 관련한 몇몇 징후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국경경비대의 격상이다. 최근 북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국경경비대의 대우 수준이 민사경찰(민경)급으로 격상됐다고 한다. 민경은 한국으로 따지면 헌병의 일종으로 휴전선 부근에서 근무하는 특수한 북한군이다. 일반 군에 비해 피복을 비롯한 보급품과 배급은 물론 노동당 입당과 대학입학에도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 사무국장은 “국경경비대가 민경 급으로 격상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일반 군에 비해 대우가 좋다는 것도 그렇지만 민경은 휴전선을 넘어가는 탈북자들을 그대로 사살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 국경경비대를 민경 급으로 격상했다는 것은 북-중 국경지역을 휴전선과 같이 취급하겠다는 심산이다. 북-중 국경지역을 넘어가면 휴전선처럼 쏴 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경경비 수준이 그만큼 강화됐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NK지식인연대’와 접촉한 소식통에 따르면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힌 북한 주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조사가 최근 들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9월께 북한 보위부는 말단 보위기관들에게 ‘탈북자들에 대한 조사기간을 늘리라’는 지시사항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신의주 부근에서 탈북을 시도하던 일가족 3명이 보위부에 끌려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으며 한 19세 소녀는 한국에 있는 가족을 찾아 나서다 보위부에 붙잡혀 조사 도중 사망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만큼 조사강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