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피난민’들 음지로 더 음지로…
금감원은 검사결과 처리절차가 끝나는 대로 4개 대부업체의 위규사항을 관련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할 예정이며 이들은 법규상 6개월 영업정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금 당장은 확정된 게 없지만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파급효과 전망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대형 대부업체 영업정지 예고에 따른 후폭풍 속으로 들어가 봤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의 에이앤피파이낸셜 및 미즈사랑, 원캐싱과 산와대부는 지난 6월 대부업상 최고이자율이 연 44%에서 연 39%로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자율 인하 이후 만기도래한 대출 6만 1827건, 1436억 원 상당에 대해 종전 이자율을 적용해 총 30억 원가량의 이자를 더 받은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4개 업체에 대해 초과 수취한 이자 금액을 대부이용자에게 즉시 반환(대출금이 남아 있는 경우 초과 이자금액을 대출원금 상환에 충당하고 남는 금액이 있으면 반환)토록 지시했다. 이 같은 내용의 금감원의 감사결과 발표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 두 업체의 반응은 대조적이다. 우선 아프로파이낸셜은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프로파이낸셜 측은 “대부업계 대출 상품은 ‘자동연장 조항’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적으로 대출기간이 만료되면 원금이 전액 상환돼야 하는 조건이 적용된다. 다만 원금이 전액 상환되지 않을 경우 연체로 분류돼 인하되기 전의 금리를 적용해왔다”고 밝혔다. “지난 6월 개정된 법률은 신계약이나 재대출, 추가대출에만 적용되는 것이지 연체이자에는 해당사항이 없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룹 관계자는 “연체로 전환되는 점은 제1, 2 금융권과는 달리 만기에 원금을 일시 상환하기 어려운 대다수 고객들의 입장을 고려해 취해진 조치였다”며 “정상금리와 연체금리가 같아 우리에게 실익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위법사실이 없었다는 법률 전문가의 판단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혹 연체이자에 대한 문제가 법률에 저촉된다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법적 문제가 되진 않지만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이미 납입한 이자금액과의 차액까지도 모두 소급해 지난 10월 초 환급을 완료했다. 때문에 금감원이 발표한 이자율에 관한 부분도 깨끗하다”고 덧붙였다.
▲ 러시앤캐시(왼쪽)와 산와머니 홈페이지. |
이처럼 아프로파이낸셜은 적극적인 반박에 나섰지만 산와대부는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산와대부 측은 “상부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어떤 내용도 답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당사자인 대부업체 말고도 저신용 대출 시장 관계자들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대부업체의 영업정지 가능성이 알려지자 지난 7일 주식시장에서는 저축은행 관련 주가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진 못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적발된 대부업체의 공백을 제2금융권이 메우기보다는 적발되지 않은 나머지 업체가 채울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다만 우리 저축은행은 일부지만 9~10등급의 저신용자에게도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 있으니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릴 뿐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상대적으로 저신용자에게 대출의 문턱이 낮다. 대부업체 이용자들의 80% 이상이 7등급 미만의 저신용자인데 저축은행 기준으로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등급이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원금 회수에 대한 위험을 떠안으면서까지 대부업체 이용자들을 잡기 위한 상품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발되지 않은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채시장의 상징인 명동에서는 혹여나 엉뚱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조용히 눈치를 보고 있을 뿐 별다른 변화의 바람을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다.
명동 사채시장 관계자 A 씨는 “이번에 적발된 대부업체의 영업시장과 명동 업체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대부업체가 개인을 상대로 10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대출해주는 반면 명동 시장은 대체로 기업을 상대로 한다”면서 “이처럼 상대하는 대상도 다를뿐더러 금액도 차이가 많다”고 설명했다.
물론 명동 사채시장에서도 개인에게 대출을 해주는 업체가 있긴 하다. A 씨는 “대부업체와 같이 일부 명동 업체도 개인에게 대출을 하고 있다. 다만 신용이 확실하고 담보가 있어야만 가능하며 금액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 시장이 작다. 거래가 많지 않은 만큼 명동 시장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후폭풍에 대한 우려는 상당하다고 한다. A 씨는 “사실 명동은 과거의 명성으로 인해 늘 주시를 받고 있다. 때문에 매년 한 차례 정도 무작위로 몇몇 업체들이 조사를 받고 있어 법이 정한 이자율을 넘길 수가 없다. 적발 시 영업정지는 물론이고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어 다들 조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부업체 적발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있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 업체들은 또 영업이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A 씨는 “기존에도 법적 이자율을 지켜 돈을 빌려줬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 이자를 낮춰 달라 요구하는 소비자도 벌써부터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이래저래 명동 사채시장은 이번 사건으로 더욱 힘들어질 뿐 반사이익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돈줄을 쥐고 있는 업체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서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돈을 조달할 통로가 더욱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및 서민금융회사들의 서민대출 취급 증대를 통해 대부이용자들의 자금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은행권의 서민금융상품 및 공적중개기관(한국이지론)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햇살론’은 정부가 나서는 보증부 대출이라 금리가 싸다. 또 저신용자(6~10등급)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요건이 덜 까다로워 가장 대출의 문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 10%대의 상대적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뿐만 아니라 연소득 4000만 원 이하로서 신용등급 6~10등급이거나 연소득 2600만 원 이하의 자영업자·근로자 등도 신청할 수 있다.
‘새희망홀씨’는 지난해 출시된 제1금융권의 서민 맞춤형 상품이다. 신용등급 5~10등급으로 은행에서 쉽게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계층에게 별도의 심사기준을 마련해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신용등급 5~10등급이면서 연소득 4000만 원 이하이거나 연소득 3000만 원 이하가 이용대상이다. 금리는 연 11~14%로 대부업계의 3분의 1 수준이며 내년에는 1조 5000억 원으로 재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도 한계는 있다. ‘새희망홀씨’ 등은 총 대출액이 해당 은행 영업이익의 10%로 한정돼 있다. 또 별도 심사기준이 마련돼 있다고 해도 대출자의 소득수준과 신용등급 제한 등 절차가 까다로워 서민들의 대출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저신용 대출 시장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대출 대란이 오기 전에 정부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