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태림페이퍼 인수는 ‘얻어 걸린 셈’…4000억 자금 조달과 해외사업 손실 숙제 풀어야
글로벌세아는 창업 이후 의류 제조 외길만 걸었지만 2015년 세아상역을 글로벌세아와 세아상역 두 회사로 분리한 후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세아는 2018년 STX중공업의 플랜트 부문(현 세아STX엔테크), 2019년 골판지업체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를 인수했다. 최근에도 두산공작기계, 알펜시아, 대한전선, 전주페이퍼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글로벌세아에 따르면 김웅기 회장은 의류제조업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의류와 제지, 건설 등 여러 축으로 개편할 것을 지시했다. 실제 세아상역의 매출은 2020년 2조 245억 원에서 2021년 2조 134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 인수를 마무리하면 자산 규모가 5조 원을 넘어 내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될 전망이다. 쌍용건설 인수와 동시에 쌍용건설 정상화,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 창출, 재무 부담 완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대응 등 여러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금 조달은 어떻게?
글로벌세아의 쌍용건설 인수 과정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자금 조달 계획이다. 세아상역의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은 지난해 말 기준 542억 원, 글로벌세아의 현금성자산은 34억 원에 불과하다.
현재로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이번 거래에 관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를 측면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인수 대상이 알짜 매물이었던 대우건설과 달리 쌍용건설은 자금력이 취약하다. 대우건설 인수합병(M&A)에서는 대우건설의 자금력을 믿고 지원했지만 이번 거래의 경우 쌍용건설은 물론이고 세아상역마저도 잦은 M&A로 부채 부담이 너무 크다는 평가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이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현만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웅기 회장은 전남대학교 동문으로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 최대주주인 두바이투자청은 2015년 1700억 원을 투자해 쌍용건설을 인수했다. 두바이투자청은 지난해 유상증자로 621억 원을 지원해 총투자액은 약 2300억 원이다.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쌍용건설이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라 매각가는 투자액을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두바이투자청과 쌍용건설, 글로벌세아는 매각가 이상의 자금을 쌍용건설에 신규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쌍용그룹 오너 일가였던 김석준 현 쌍용건설 회장의 요청을 글로벌세아가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글로벌세아가 조달해야 할 자금이 4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세아 입장에서는 금융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글로벌세아가 금융권과 세심하게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아상역이 2019년 7300억 원에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인수할 당시 KDB산업은행(산은)이 4000억 원을 지원했지만 이는 소위 '얻어 걸린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산은은 당시 인수금융 시장 경쟁력 확대를 위해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섰고, 때마침 세아상역이 M&A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글로벌세아는 창업주가 맨바닥에서 일으켰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인지 당시에도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요구했었다”며 “후발주자 산은이 공세적으로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면 아마 꽤 오랜 기간 금융권과 마찰을 벌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글로벌세아는 회사채를 통해 나머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회사채 또한 금리를 놓고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글로벌세아는 2019년 5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만 발행했다.
지난 5월 태림페이퍼의 기업공개(IPO·상장) 추진 및 철회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공모 예정 주식의 60%가 구주매출이었던 것이나, 기업 시가총액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한 것, 일방적인 상장 철회 결정 등 글로벌세아가 시장 친화적이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더 큰 기업이 되려면 금융권이나 주식시장 참여자들과 소통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덕 컸던 태림페이퍼,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의 인수 후 쌍용건설 미래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글로벌세아는 태림페이퍼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했던 전례가 있다며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태림페이퍼는 코로나19 특수로 수혜를 입은 기업이므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골판지를 생산하는 태림페이퍼는 2018~2019년 매출이 4000억 원대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택배포장 수요가 늘면서 2020년과 2021년 매출은 각각 7434억 원, 8889억 원으로 급증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에야말로 글로벌세아가 M&A 승부사인지 지켜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은 플랜트 업체인 세아STX엔테크와의 시너지 효과와 쌍용건설의 국내 사업 경쟁력 등은 믿을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려 요인은 해외사업 손실이다.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해외 사업장이 다수여서 추가 손실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 글로벌세아 관계자는 “현재 현장 실사를 하는 등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인수가 완료되지 않아 당장 향후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