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건설 무이자 대출 알선한다더니…국토부·지자체 “법상 규제 어려워”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처음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 이른바 ‘뉴스테이’ 사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주거 형태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가 확대됨에 따라 중산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뉴스테이사업은 공공의 지원에 비해 임대료가 비싸고 입주 자격의 제한이 없어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는 뉴스테이를 보완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시행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란 임대사업자가 주택도시기금의 출자, 용적률의 완화 등 공공지원을 받아 건설·매입하는 민간임대주택을 일정 기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취득해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른 임대료 및 임차인의 자격 제한 등을 받아 임대하는 민간임대주택을 말한다. 뉴스테이와 달리 '무주택 세대 구성원'을 우선으로 하는 일반공급에 80% 미만의 물량을 할당하고, 20% 이상은 청년 및 신혼부부 등 주거지원 계층에 특별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거지원 계층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120% 이하인 19~39세의 청년, 혼인 기간 7년 이내인 신혼부부와 고령층 등이 해당한다. 다만 준공한 지 3개월이 지난 뒤에도 임차인을 구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유주택자도 입주할 수 있게 했다.
초기 임대료는 일반공급의 경우 주변 시세의 90~95%, 청년·신혼부부 등은 70~85% 이하로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지 여건은 역세권과 대학교, 산업단지, 인구집중 유발시설 등 임대수요가 많은 지역에 중점적으로 공급한다. 입주까지 전매가 자유롭고, 청약통장과 주택 소유 여부 등 자격 제한 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끈다. 입주자가 원하면 5~10년간 주거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률도 2년 5% 이내로 제한돼 있다. 내 집처럼 편안하게 살다가 임대 기간이 끝나면 분양전환도 가능하다. 물론 시기와 분양전환 여부는 사업마다 조금씩 다르다. 취득세 및 재산세 등 세금 걱정이 없고, 분양전환 후 양도소득세 면제 등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문제가 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서울 신내역 시티프라디움은 중랑구 양원공공주택지구 내 주상복합용지에 위치했다. 시행은 시티해양건설, 시공은 시티건설과 시티종합건설이 맡았다. 2023년 11월 입주 예정으로 지하 4층~지상 40층 4개동, 전용 84㎡ 총 495세대 규모다. 특히 이곳은 서울 첫 올 전세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로, 최대 8년간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하고 월세와 취득세, 보유세 부담에서도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보통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함께 부담하는 반전세가 많다. 보증금을 대출받으면 월 임대료에 대출 이자와 관리비까지 부담이 커지는데, 신내역 시티프라디움의 경우는 전세형이라는 점 때문에 매력이 있었다.
실제로 2021년 1월 초 진행된 청약접수 결과 일반공급 395세대 모집에 2441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6.18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 84㎡I 타입은 4가구에 93건이 몰려 23.25 대 1로 일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별공급은 100세대 공급에 1159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11.5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전용 84㎡ K 타입은 33.18 대 1의 특별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자 모집 당시 무이자로 중도금의 49%까지 대출을 진행해준다는 점도 귀를 솔깃하게 했다고 말한다. 이 약속은 지난 5월까지도 계속됐고, 이를 철석같이 믿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에 따르면 올해 5월 초 진행된 중도금 대출에서 중도금 비율은 약속한 49%에서 40%로 축소됐고, 현재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보증을 받은 입주 예정자는 2억 2000만 원 이상 대출이 어렵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입주예정자 A 씨는 “중도금 무이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직원에게 여러 차례 문의했고 신용 문제없으면 대출 실행에 문제없을 것이라는 얘길 들었다”며 “5월 중순 계약서에 사인하러 갔을 때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잘될 거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A 씨가 여러 차례 대출에 문제가 없을지 물었던 이유는 임차인 모집공고에 나와 있는 ‘중도금 대출 관련 유의사항’ 때문이었다. 유의사항에는 ‘사업주체 및 시공사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중도금 대출취급기관을 알선할 뿐 개별 고객의 대출 비율 축소 및 대출 불가에 대해 책임이 없으니 이점 유의하시기 바라며 신중하게 계약에 임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A 씨는 결국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현재 전세자금대출을 받고 있어서 대출이 8000만 원만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A 씨는 “중도금으로 대출을 1억 8000만 원 받아야 하는데, 1억 원이 부족하게 됐다. 시티건설 측에서는 일단 8000만 원이라도 대출을 받아놓고 있으라며 다음주에 실행될 거다, 문제없이 될 거라고 끝까지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 예정자 B 씨는 “중도금 무이자라고 해서 신청했고 계약 당시에도 그런 얘기가 없었는데, 이제 와서 대출이 어려우니 자납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청구한다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시티건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입주 예정자들에 따르면 시티건설은 대출 불가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람들에게 100만 원 이상의 위약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계약 해지 신청서에 계약 포기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과 이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에 서명도 하게 했다. A 씨는 “대출이 안돼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해지하는 건데 위약금도 내야 하고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서약도 해야 한다. 시티건설이 위약금 장사를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둘러싼 잡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5월 30~31일 임차인을 추가 모집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 ‘은평뉴타운 디에트르 더 퍼스트’는 “10년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퇴거하면 임차보증금에 정기예금 이자율을 곱한 금액만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시공·임대를 맡은 대방건설은 표준임대차계약서가 정한 2년치가 아닌 10년치로 규정해 금액을 높였던 것. 이에 더해 비싼 위약금에 분양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까지 논란이 됐고, 계약을 포기한 청약 당첨자가 속출했다.
1년 전 대전의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이 막혀 계약 취소자가 대거 발생한 적도 있다. 무주택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이 본래 취지와 달리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사인 간의 계약에서 발생한 분쟁이기 때문에 제재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다. 신내역 시티프라디움이 위치한 서울 중랑구청 관계자는 “임차인 모집은 사업주체와 당사자 간 민사적인 계약을 통해 이뤄지고 임차인 모집공고상 중도금 대출 관련 유의사항이 기재돼 있는 등 민원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며 “해당 사업주체에 민원 내용을 전달하고 임차인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게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규정하는 민간임대주택법에는 중도금 관련 규정이 따로 없다. 민사상 영역이라 지자체와 국토부 모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의무기간 등의 규정을 어겼다면 과태료나 등록 말소 같은 제재가 있겠지만 중도금 대출은 특약으로 서로 합의하에 설정한 것이므로 민사소송 등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보니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민간임대주택 본래 취지를 위해) 기금 등을 활용해서 원래 예정했던 금리로 대출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에서 건설사들이 대출 불가로 인한 취소시 입주자들에게 위약금을 물리지 않도록 표준약관 등을 개정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입주를 원하는 사람들은 주변 인프라 조건이나 대출 특약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입주공고를 낼 때 약속한 인프라나 조건 등을 시행사가 과대 포장해 홍보하는 경우가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가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요신문i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시티건설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시티건설 측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