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부과소득에 국민연금은 포함, 사적연금은 제외…“국민연금 불안 해소해야 할 정부가 사적연금 활성화”
이번 연금개혁 방안에는 사적연금 세액공제 납입한도 상한액을 올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적연금 세액공제 상한을 연금저축은 연 4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퇴직연금을 포함하면 연 700만 원에서 연 900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이것만 보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중요한 부분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의 관련성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기존 재산 중심에서 소득 중심으로 개편을 추진하면서 보험료 부과 기준이 되는 개인 소득에 공적연금은 포함되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은 제외한다. 기본적으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 그동안 피부양자로 있던 개인이 그동안 내지 않던 건보료의 상당액을 부담하는 상황이 생긴다.
개편되는 건보료 부과체계를 보면, 피부양자의 재산기준 자격요건은 과세표준 3억 6000만 원 이하여야 하고(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의 60%, 주택은 70%를 과세표준으로 잡는다), 재산이 3억 6000만~9억 원인 경우에는 연간 합산 소득이 2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소득 기준 연간 합산소득 기준이 현재 3400만 원 이하에서 2000만 원 이하로 낮아진 것이다.
사학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경우 소득인정비율이 기존 30%에서 50%로 오른다. 만약 연 4000만 원의 연금 소득을 받고 있다면 이 가운데 50%인 2000만 원이 소득으로 잡혀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뀌게 된다. 공적 연금소득으로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연금생활자들이 대량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과세표준액 9억 원의 아파트가 있는 경우 수령하는 국민연금액이 월 167만 원 이상이면 그동안 피부양자 자격으로 내지 않던 건강보험료를 월 20만 원가량 부담하게 된다. 이는 특히 퇴직한 노년층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
반면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은 합산소득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건보료 부과소득에 국민연금은 포함시키고 사적연금은 제외시킨다는 것은 사적연금 세제혜택 확대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사적연금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는 곧 공적연금을 축소하고 이를 사적연금으로 대체하겠다는 노골적 개악 의지”라며 “건강보험 보장성이 축소되면 실비보험 시장이 커지는 것처럼, 공적연금이 축소되면 사적연금 시장이 확대된다. 이는 명백한 공적연금 페널티이자 사적연금 인센티브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벌과 금융자본이 지속적으로 공적연금을 축소하고 사적연금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등의 보고서를 내놓으며 국민연금 ‘흠집 내기’에 적극 나서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 붕괴가 곧 사적연금 시장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연금저축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대의 사적 연금저축 가입 증가율이 70% 폭증했다. 하지만 연금저축의 10년 이상 유지율은 52%에 그쳐 상당액이 금융회사의 수익 증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소득이 많지 않은 사람의 경우엔 사적연금을 가입해도 낸 세금이 적어 세액공제 납입상한의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결국 우회적 세액공제를 통한 또 다른 ‘부자감세’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정부는 연금개혁의 중요 축인 공적연금 개선안에 대해 “내년 하반기에 마련하되 기금운용 개선 방안 논의를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오해와 불안부터 먼저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할 정부가 공적연금 논의는 미룬 채 오히려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부터 발표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한국은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의 노인빈곤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국민연금의 저연금 문제 해소와 노후소득 보장 강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 연구,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문제 해소 등 공적연금 제도 개혁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공적연금 강화의 개혁 논의는 뒤로 미루고 사적연금 활성화부터 추진하는 것은 대다수 국민의 기대에 맞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연금정책 방향은 반드시 재설계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