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지청장 이창수, 동부지검 차장 전무곤, 중앙지검 1차장 성상헌…전 정부 수사 속도전 불보듯
#이재명 수사 맡게 된 ‘윤의 입’ 이창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성남시장 시절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성남지청장에는 ‘윤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창수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이창수 신임 지청장은 사법연수원 30기 중에서도 수사와 기획에서 모두 역량이 있다는 평이 나오는 인물이다. 과거 청와대에 파견돼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법무부 검찰과와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공정거래 및 경제범죄전담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식품의료전담부) 부장검사를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에는 대검찰청 대변인으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속에서 윤석열 당시 총장의 입장을 정제된 표현으로 언론에 잘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성남지청장은 원래 요직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함께 대표적인 검사장 승진 코스다. 이번에는 무게감이 막중하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사건 등 경찰이 수사 중인 건을 넘겨받아야 한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앉혀야 했고 그래서 낙점된 게 이창수 신임 지청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성남 FC 후원금 사건은 이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7년 성남 FC 구단주를 맡으면서 6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및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 원을 받으면서 비롯된 의혹이다. 후원금을 대가로 해당 기업들에게는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특히 두산건설은 2014년 10월 성남시에 ‘두산 신사옥을 건립할 수 있도록 분당의 한 병원 부지 용도를 변경해주면 성남 FC에 대한 후원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 성남시는 이듬해 7월 용도변경에 따른 두산그룹 사옥 신축 계획을 발표했고, 3개월 뒤에는 성남 FC와 두산건설의 광고 협약이 이뤄졌다.
사건과 관련해 2021년 성남지청 수사팀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법무부 감찰담당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중징계를 주도했던 박은정 성남지청장은 이를 묵살했다. 이에 박하영 당시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사표를 내며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박은정 지청장은 이번 인사에서 중경단 단장(부장검사)이라는 ‘좌천성 인사’를 받게 됐다. 이 밖에도, 성남지청은 이 의원의 측근 출신 인사가 관여해 용적률이 바뀌면서 3000억 원의 분양 수익이 발생했다는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도 수사해야 한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번 인사의 특징은 ‘실력’도 있지만, 주요 수사를 담당해야 하는 곳에는 ‘믿을 수 있는 사람, 지난 5년 동안 정권에 줄 서지 않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추렸다는 게 특징”이라며 “성남지청장은 워낙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수사 실력도 있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지검도 동부지검도 특수통 위주로
문재인 정부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수사 주축들도 바뀌었다. 전무곤 안산지청장(사법연수원 31기)이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에, 서현욱 부산서부지청 형사3부장(사법연수원 35기)이 블랙리스트 전담부서인 형사6부 부장검사에 각각 임명됐다. 전무곤 신임 차장검사는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 등을 역임한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특수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 수사에도 역량이 있다는 평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를 역임한 특수통 임관혁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사법연수원 26기)의 지휘 아래,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청와대 블랙리스트 사건에 다시 속도를 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서울동부지검에 임명된 이들 사이에서 ‘수사를 잘 끝낼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며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특수통들이 서울동부지검에 배치된 것은 ‘실력도, 충성심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추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첨예한 고소·고발 사건 등을 담당해야 하는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에는 성상헌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사법연수원 30기)가 임명됐다. 성 차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로 근무한 바 있다. 1차장 산하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사건이 한창 수사 중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전국 차장검사 중 최선임 역할을 해야 하는 동시에, 밀려드는 정치 관련 사건 다수를 처리해야 하는 곳”이라며 “수사 능력도, 정무적인 판단도 잘해야 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향후 특수 수사를 주도하게 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특수통들이 대거 포진됐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사건을 맡은 반부패수사1부에는 엄희준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사법연수원 32기), 2부장에는 김영철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사법연수원 33기), 3부장에는 강백신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사법연수원 34기)이 각각 낙점됐다. 반부패수사1부장인 엄희준 부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찰청 수사지휘과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을 지휘한 바 있고, 김영철 부장검사와 강백신 부장검사는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와 특검팀에 파견돼 근무했었다.
5년 전처럼, 특수통들이 특수 수사 전담부장이 되는 것이라는 평과 함께 ‘주요 보직은 윤석열 사단 차지’라는 평이 동시에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 출신의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이번 인사를 놓고 과거 박근혜 정부 때처럼 실력과 전문 분야 중심으로 구분해 보냈다는 평이 나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핵심 보직이나 예민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곳에는 무조건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거나 믿을 수 있는 사람만 보냈다는 평도 동시에 나온다”고 지적했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검찰의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를 앞세워 줄을 섰다는 평을 받는 검사들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분위기가 분명 있었다”며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실력’과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추렸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