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기 중 홀로 승진’ 특수통 임관혁 임명…산업부 블랙리스트 등 “확실하게 수사하라는 대통령 의지” 해석
검찰에서는 여러 보직 중 ‘서울동부지검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기획통 심우정 서울동부지검장(사법연수원 26기)을 인천지검장에 보내고, 대신 좌천성 인사로 고검 검사로 밀려나 있던 특수통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6기)를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를 겨눈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동부지검장에 특수통 검사를 임명한 자체가 ‘강력한 지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상대로 특수통만? 공안통도 주요보직 임명
6월 21일 인사를 위한 원칙을 세우는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던 법무부는 22일 오후 곧바로 대검검사급 검사 33명에 대한 인사를 6월 27일자로 단행했다. 고검장 승진자 4명, 검사장 승진자 10명이 포함된 인사였다.
예상대로 승진자 중에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포함됐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는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9기)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에는 정진우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 의정부지검장에는 신응석 서울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8기)가 각각 임명됐는데 이들은 모두 윤 대통령과 근무한 인연이 있다.
전국의 부패 관련 수사를 지휘하게 될 신봉수 신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다스(DAS) 수사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맡은 특수통 출신이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지검장과 특수1부장으로 같이 근무한 바 있어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됐다. 이 밖에 정진우 차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형사8부장을 역임했으며, 신응석 검사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형사3부장으로 일했다.
이들만 놓고 ‘윤석열 사단 중용’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검 형사부장에 임명된 황병주 서울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9기)나 공판송무부장에 임명된 김선화 제주지검 차장검사(사법연수원 30기) 등은 형사통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내내 천대 받았던 공안통 검사들도 중용됐다. 대검찰청 기조부장에 송강 청주지검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가 발탁됐는데, 송 차장검사는 검찰에 남은 몇 안 되는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정영학 울산지검 차장검사(서울북부지검장), 정진우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대검 과학수사부장)도 공안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기도 하다. 검찰 관계자는 “28~29기를 중심으로, 윤석열 사단만 중용됐다기보다는 과거 검찰 인사처럼 ‘예측 가능한’ 특수와 공안, 기획과 형사통이 모두 고르게 승진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좌천된 친문 성향 검사들
‘검찰총장이 바로 코앞’인 자리, 고검장에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두봉 인천지검장(사법연수원 25기)이 대전고검장으로 영전했다. 이외에도 최경규 신임 대구고검장(현 의정부지검장), 노정연 부산고검장(현 창원지검장), 이주형 수원고검장(현 울산지검장) 등 사법연수원 25기가 모두 고검장 자리를 채우게 됐다.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던 여환섭 대전고검장(사법연수원 24기)은 법무연수원 원장에 임명됐는데, 그와 함께 좌천성 인사로 대표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자리에 신성식 광주고검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7기), 고경순 춘천지검장(사법연수원 28기), 이종근 대구고검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8기), 최성필 대검 과학수사부장(사법연수원 28기), 김양수 부산고검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가 이동하게 됐다.
신성식 검사장은 대검 반부패강력수사부장 당시, 이종근 검사장은 대검 형사부장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앞장섰고, 고경순 검사장은 추미애 전 장관과 동문으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추 장관 편에 선 바 있다. 최성필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시절 채널A 이동재 전 기자 사건 관련 수사팀에 보완수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김관정 수원고검장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중용됐던 검사장들은 사의를 표명해 옷을 벗게 됐다.
예상된 좌천 멤버라는 평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지난 5년 동안 실력에 비해 ‘줄을 잘 섰다’라는 평을 받는 검사들이 다수 있었고, 그들이 사건을 처리하는데 있어 검사라기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을 중시했다는 느낌이 있었다”며 “그런 이들이 사직을 하거나 대거 좌천성 인사를 받게 되는 ‘검찰 내 인사의 정상화’가 이뤄지는 감이 있다”고 평가를 내놨다.
#주목해야 할 서울동부지검장 ‘임관혁’
검찰이 가장 주목하는 인사는 임관혁 신임 서울 동부지검장(사법연수원 26기)이다. 사법연수원 28~30기가 주로 승진하는 정기인사에서, 26기 중에선 홀로 승진했다. 광주고검 검사로 좌천됐던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역임한 바 있는 특수통이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을 맡았던 그는, 과거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사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 내내 ‘좌천’ 성격의 인사만 받아야 했다. 그런 임관혁 검사를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를 겨눈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동부지검장에 앉힌 것은 ‘강력한 수사’를 주문한 것과 다름없다는 평이 나온다.
임관혁 신임 서울동부지검장과 동기인 검찰 출신 변호사는 “동기들 사이에서 특수통 중 ‘제일’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하는 게 임관혁인데, 이번 인사에서 승진을 시키면서 서울동부지검에 보낸다는 것은 ‘확실하게 수사하라’는 사인이나 진배없다”며 “아마 이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사건이 진행 중인 대전지검장에는 이진동 서울고검 감찰부장(사법연수원 28기)이 임명됐는데, 그는 감찰부장은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형사3부장을 지낸 바 있다. 형사부서를 주로 역임했지만, 특수 수사에도 일가가 있다는 평을 받는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장 인사를 놓고 외부에서는 승진만 중요하다고 보지만 사실 어떤 ‘보직’을 받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검찰에서 20여 년 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활용해야 하는 곳에 임명됐을 때는 강력한 근무 동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정부 관련 사건들이 있는 곳을 맡게 된 검사장들은 ‘내가 온 이유’를 찾아 관련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