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알선 클럽 단속해도 자발적 참여 손님 불체포…‘언더그라운드 비즈니스’ 정착 가능성
스웨덴 동부에 위치한 도시 노르셰핑의 한 대형 극장주인 로빈 칼손이 한 말이다. 이 극장에선 2013년 10월 19일 ‘아담과 이브’라는 스와핑(파트너를 교환하는 성행위) 클럽이 주최한 스와핑 파티가 열렸다. 신청자가 600여 명이나 몰렸는데 스웨덴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인원 제한뿐이었다. 신청자 600여 명 가운데 300명이 650크로나(당시 환율로 11만 원가량)를 내고 배우자나 연인과 함께 참석했다. 참가자의 상당수가 직접 성행위를 했고 일부는 타인의 성행위를 관람했다. 대규모 스와핑 파티를 두고 노르셰핑 주민들이 극심하게 반발하자 극장을 대관해준 로빈 칼손은 “지금은 2013년”이라고 강조했다.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2014년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 ‘사랑의 소용돌이’(愛の渦)는 난교 파티를 위해 풍속점에 모인 남녀 8명의 욕망을 다룬 영화다.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8명의 남녀는 처음 보는 사람과의 만남으로 숨겨온 욕망을 충족시킨다. 소용돌이치는 욕망의 끝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가 국내에서는 일본의 야한 영화 정도로만 알려졌지만 사실은 유명 연극이 원작이다. 극단 ‘포츠도르’의 극작가 미우라 다이스케가 쓴 희곡으로 2005년 4월에 초연됐다. 연극에서는 남녀 10명이 나온다. 성욕을 테마로 한 회화극(대화에 중점을 둔 극)인 이 연극은 2006년 제50회 기시다 국사희곡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유럽에서도 공연됐고 2014년에 영화화됐다.
#일본에서 열린 대규모 난교파티
그리고 지금은 2022년. 최근 일본에서는 대규모 ‘난교파티’가 적발돼 화제가 됐다. 6월 11일 오후 3시 일본 시즈오카현의 호수 하마나코 인근의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임대 별장에서 난교파티가 열렸다. 파티의 목적은 ‘스와핑’으로 무려 120명이 모였는데 40~50대가 가장 많았지만 20대와 60대 참가자도 있었다. 남녀 커플만 참여할 수 있는 혼음파티였던 터라 부부나 불륜관계, 이성친구 등이 참석했다. 참가비는 커플당 1만 엔(약 9만 6000원)이었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미 암묵적으로 이런 난교파티가 성행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파티를 주최한 다부치 데루아키(54)와 가토 사에코(51) 역시 2015년쯤 한 난교파티에서 만났는데 이후 정기적으로 이런 파티를 개최해왔다고 한다. 문제는 20여 명 미만의 규모로 열리는 난교파티를 12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로 키운 것이었다. 결국 경찰은 이례적인 난교파티 참가자들을 체포했지만 처벌 여부는 아직 물음표다.
일부 일본 언론에선 공연 외설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그럴지라도 피해자 없는 범죄라는 점에서 처벌 수위는 높지 않을 전망이다. 참가자들이 모두 스스로 신청해 자발적으로 파티의 목적에 동의하고 참가한 것이기 때문. 게다가 커플당 1만 엔의 참가비 역시 파티 경비 수준이지 수익을 위한 행사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요일 별로 테마 바꾸는 한국의 클럽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6월 24일 밤 11시 무렵 서울경찰청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한 클럽을 단속해 음행매개 등 혐의로 업주 1명과 종업원 2명을 체포했다. 현장에 손님 26명이 있었지만 경찰은 이들을 체포하진 않았다. 해당 클럽은 손님들에게 스와핑이나 집단성교 등을 제공해왔는데 요일마다 다른 테마를 정해 손님을 모집했다. 스와핑이나 집단성교 파티가 열리는 클럽으로 역시 손님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상호 동의 하에 스와핑이나 집단성교를 한 터라 이들을 처벌할 법률이 존재하지 않아 경찰은 이들을 체포하지 않았다. 대신 업주와 종업원들만 변태 행위를 알선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번에 단속된 업소는 팔로어가 1만여 명이나 되는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손님을 모집해 왔는데 입장료는 10만~30만 원이었다. 직접 스와핑이나 집단성교 등을 할 수도 있지만 참여하지 않고 관전만 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유사한 형태의 업소가 더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계속 수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역시 처벌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부분이 문제다.
#2009년 커플 테마 클럽, 식품위생법 위반 단속
사실 한국에서 이런 클럽이 엄청난 화제를 양산한 것은 2009년 6월이다. 당시 서울 강남 역삼동의 한 번화가에 ‘커플 테마 클럽’이 개업했다. “성과 관련한 어떤 금기도 금기시한다”는 이 클럽은 온라인 사전 예약과 커플 동행 입장이 원칙이었다. 클럽은 손님에게 맥주, 양주 등 다양한 주류를 공급하고 손님들이 유사 성행위, 집단성교, 스와핑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직접 참여하지 않고 관람만 하는 것도 가능했다.
아예 이 클럽은 홈페이지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손님을 받았다. 성인인증을 거쳐 가입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커플 단위 출입을 허용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참가자들의 “좋았다”는 글이 꾸준히 올랐다. 게다가 해당 홈페이지에는 “변호사와 법무사 등을 만나본 결과 밀폐된 공간에서 고용된 종업원에 의한 행위가 아니라 실정법으로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문구까지 실려 있었다.
실제로 당시 경찰은 현행법상 근거가 없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히려 형사법학자들이 엇갈린 견해를 밝힌 부분이 화제가 됐다. 당시 서울대 법학과 교수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완전 합의가 이뤄졌다면 공연음란죄로 손님을 처벌하기는 어렵고 과다노출 정도의 경범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고, 당시 연세대 법학과 교수이던 전지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밀폐된 공간이라도 10여 명이 볼 수 있으면 공연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손님들이 성행위에 동의했더라도 공연음란죄는 보는 사람의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성립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소식이 2009년 6월 30일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됐고 결국 경찰은 하루 뒤인 7월 1일 클럽 업주를 불구속 입건했다. 그렇지만 성매매방지특별법 위반이나 공연음란죄 등은 아니었다. 경찰은 영업장 면적을 기존에 신고했던 132㎡에서 198㎡로 불법 확장하고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주점 영업을 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업주를 입건했다.
2016년에는 소위 ‘관전클럽’ 업주가 법원에서 유죄 처벌을 받았다. 업주 원 아무개 씨는 2014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서울의 한 건물 지하 1층을 빌려 손님들로부터 입장료로 1인당 10만~15만 원을 받고 마음에 드는 상대방과 성관계를 하거나 성관계를 구경할 수 있도록 하는 ‘관전클럽’을 운영했다. 결국 단속당해 재판을 받게 된 원 씨에게 서울중앙지법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원 씨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유죄를 받았는데 그 이유는 종업원들을 고용해 손님들과 성관계를 맺게 했기 때문이다. 모든 참가자가 자발적으로 참가해 집단성교나 스와핑을 한 사례와 달리 원 씨는 종업원을 고용해 손님들과의 성관계를 알선한 이유로 유죄를 받았다. 다만 입장료를 내고 손님을 받은 행위 자체는 무죄가 나왔다. 재판부가 “손님 가운데 성관계를 맺지 않은 이들도 있어 입장료가 성관계의 직접적인 대가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관전’까지는 성매매의 범주에서 처벌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다.
#종업원과 성관계 없다면 단속 근거 미비
이처럼 스와핑, 집단성교, 관람 등이 이뤄지는 클럽은 처벌이 모호하고, 그런 이유로 우리 사회의 한 구석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바탕으로 계속 수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현행법상 단속 근거가 미비한 상황이다.
일본에서 최근 시즈오카현 대규모 난교파티가 화제가 된 까닭은 이런 종류의 난교파티가 ‘언더그라운드 비즈니스’로 거대화될 조짐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뜻에 맞는 10~20여 명이 모여 난교파티를 벌이는 것은 사생활로 볼 수도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자칫 언더그라운드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120명이 참석하고 참가비도 커플당 1만 엔(9만 5000원) 수준이었지만 참가자를 200명(100커플)로 늘리고 참가비를 3배인 3만 엔(28만 5000원)으로 잡으면 개최자는 300만 엔(2850만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한국에선 아예 요일 별로 스와핑이나 그룹섹스 등으로 테마를 바꾸는 클럽 형태 업소가 적발됐다. 입장료도 10만~30만 원 수준이다. 하루 50명의 손님이 방문하면 최대 1500만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그것도 매일 영업하는 형태다. 이미 한국에선 ‘언더그라운드 비즈니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