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신시키는 ‘어글리 코리안’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해외 성매매 문제에 있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쪽은 언제나 여성들이었다. 한국 남성들의 해외 성구매 문제는 일부 관광객의 추태 정도로 취급되고 처벌 또한 미온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보다 성구매 남성이 국제적으로 더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한국여성학회 주최로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는 한국 남성들의 성구매가 생각보다 뿌리 깊게 박혀있다며 그 심각성을 보고했다.
<일요신문>은 이날 학술대회 가운데 ‘한국형 성산업과 성매매 문화의 국제적 팽창’을 주제로 했던 발표 축약본을 입수해 한국 남성들의 나라별 성구매 실태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 중국
오랜 기간 기생 문화를 간직해왔던 중국은 사회주의혁명 이후 성매매를 금기시했다. 그러나 최근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성산업 역시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중국은 어떤 나라보다 한국 기업 진출이 활발하고 교민수가 많기에 성구매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터키탕’과 같은 마사지 업소를 통한 성구매가 많이 이뤄졌다. 이 중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업소도 존재하며 공안의 주기적 단속에도 불구하고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또 최신 트렌드로 KTV(중국식 노래방으로 성매매를 겸업하는 경우가 많다)를 찾는 손님들도 부쩍 많아지고 있다. 일부 KTV 업소들은 한국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식 영업 방식인 ‘2차 문화’를 도입하기도 한다.
성구매 남성들이 늘면서 대기업 직원이나 공관원들의 경우 한국인의 눈을 피해 고급 일본식 업소로 향하기도 한다. 일본식 업소는 한국식과 달리 여성을 터치할 수 없으며 2차 접대까지 갈 경우 상당한 돈이 지출됨에도 불구하고 늘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는 후문이다.
# 필리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필리핀은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성산업이 매우 발달한 나라다. 특이한 점은 서양인들의 경우 에스코트 업체를 통한 성매매나 클럽 즉석 만남이 주를 이루는 반면 영어에 서툰 동양인들은 노래방, 마사지 등을 겸업하는 성매매 업소를 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현재 마닐라 지역에만 100여 곳의 업소가 성업 중이며 필리핀 당국은 성산업이 차지하는 외화벌이를 감안해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인 업소들 역시 화교를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공동 운영하는 형태로 성업 중에 있다. 필리핀에서 주목할 또 다른 점은 유학생들의 성구매다. 필리핀은 어학연수를 위해 체류하는 유학생들이 많은 편인데 일부 유학생들은 현지 여성을 섹스 파트너로 삼으며 동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코피노(한국인과 필리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와 같은 국제적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 태국
태국은 다양한 형태의 성산업이 발달된 대표적인 국가다. 가라오케 겸업 업소를 비롯해 길거리 성매매, 마사지 업소, 에스코트 성매매, 트랜스젠더 성매매 등 형태가 다양하고 규모도 크다. 국내 여행사와 인터넷 카페에서는 암암리에 태국 섹스 관광을 주선하기도 한다. 배낭여행을 떠난 한국인 남성들은 종종 ‘콜걸’과 같이 숙박시설에서 성구매를 일삼기도 한다. 태국은 현지 접대를 위한 성구매도 활발한 편으로 이때는 성매매 알선과 함께 호텔, 식당을 제공하는 ‘원 스톱’ 형태의 성매매 업소를 이용한다.
방콕과 휴양지를 중심으로 하는 한인 업소들도 많은데 교민지에 공식적인 광고를 내고 영업을 하는 업소만 해도 30여 곳이 넘는다. 이들은 단속 정보를 주고받으며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 러시아
러시아 역시 교민 수에 비해 성구매가 활발한 국가 중 하나다. 동양인에 인색한 문화를 가진 까닭에 화교나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는 그리 활성화되지 못하고 유일하게 한인 업소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기업 출장자, 교민사업가, 공관원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이고 조직적으로 성구매가 이루어진다. 일부에서는 이런 기현상을 두고 현지를 찾은 한국 남성들이 추운 기후와 이질적인 문화 차이 등으로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한인이 운영하는 가라오케 겸업 업소를 찾는 남성들은 백인 여성을 구매할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2차로 이어지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러시아 백인 여성을 고용하는 한인 업소들의 경우 카페로 위장해 운영하거나 아예 간판을 달지 않고 철저히 한국 손님만 받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대부분 현지 마피아와 연계돼 뇌물을 주고받고 있다. 한인 업소와 성구매 남성들 모두 한국 기업과 교민이 많은 모스크바에 집중되어 있다.
# 우즈베키스탄
구소련 국가 가운데 한인 성매매 업소가 가장 먼저 등장한 국가가 바로 우즈베키스탄이다.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탓도 있겠지만 한국 남성들 사이에서 ‘우즈베키스탄에는 미인이 많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일부 남성들은 오직 성구매만을 목적으로 골프 관광 등을 빙자한 섹스 관광을 오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일부 골프장에서는 한국인 출입금지 조치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인 업소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들은 소위 ‘애인 대행’과 같은 성매매 형태를 겸하기도 하는데 상당수가 미성년자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일본이나 중국인이 운영하는 업소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반면 한인 업소들만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