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따줘? 난 교수고 넌 학생이야~”
▲ 드라마 <광개토대왕>에서 약연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이인혜. 그는 2009년 만 28세 나이로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연합뉴스 |
인덕대학교에서 2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배우 신현준. 그는 배우가 되길 반대했던 부모님에게 이제야 큰 선물을 주게 됐다며, 교수로 임용된 후 기쁜 마음으로 강의에 임하고 있다. 그는 제자들과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술자리에도 참석하는 등 눈높이를 맞추는 교수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그가 학생들을 상담해 줄 때는 반드시 지키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고 한다. 그가 교수로 임용되기 위해 대학 이사장과 총장을 최종적으로 만나던 날, 그들은 신현준에게 “학원가도 말이 많은 곳이니 늘 조심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과거 ‘스캔들의 제왕’으로 불리던 그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는 말이라 여긴 신현준은 “교수 연구실 문을 늘 열어놓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교수 연구실에 여학생이 찾아와 상담을 구할 때에는 늘 조교가 동석하며, 지나가는 사람이 모두 볼 수 있도록 교수 연구실 문도 활짝 열어 놓는다.
지난 2009년 만 28세의 나이에 한국방송예술진흥원 교수로 임용돼 최연소 교수로 등극한 탤런트 이인혜. 그는 처음 교수 제안을 받고 너무 이른 나이에 겁 없이 덤비는 건 아닌지 오랜 시간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오히려 친근한 교수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교수직을 수락했다는 이인혜. 하지만 ‘얼마나 하는지 지켜보자’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어’ 등의 시선으로 인해 상처받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의 빛나는 동안 외모로 생긴 해프닝도 다양하다. 심지어 강의를 위해 학교를 찾은 이인혜를 다른 과 학생들이 미처 몰라보고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뒤를 졸졸 따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이 그를 못 알아보고 인사도 안 해 나무라자, 예쁜 여학생인 줄 알았다고 대답해 그를 황당케 하기도 했다.
스타 교수라고 해서 모든 학생들의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이름만 걸쳐놓고 수업은 나 몰라라 하는 무늬만 교수인 연예인들도 일부 있는 것. 그렇지만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며 교수강의평가 1위를 차지한 스타 교수도 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개그맨 남희석. 그는 지난 2009년부터 대구에 위치한 대경대학교에 전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는데, 첫 학기 교수강의평가에서 만점에 가까운 성적으로 학과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300명이 넘는 전체 교수들 가운데 13위에 차지하는 기록. 당시 그는 <미녀들의 수다> 진행 등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결강 없이 학기를 마쳤으며, 학과 1위를 차지한 학생에게 사비로 특별장학금 100만 원까지 지급하는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지나친 충성심이 때론 스타 교수를 당황케 하기도 한다.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 학과에서 강의를 오랫동안 맡은 바 있는 개그우먼 이영자. 그는 첫 강의 때 자신보다 한참 어린 학생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며 범상치 않은 등장을 알렸다. 학생들은 친절하고도 예의바른 모습에 그의 수업을 기대했다고. 그렇지만 두 번째 강의부터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거친 용어로 학생들을 휘어잡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의 첫 강의 때에는 취재진이 몰려와 있어 하는 수 없이 존댓말 수업을 했었던 것. 결국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학생들은 압도당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게 충성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학생들은 당시 다이어트 파문으로 여전히 악플 세례에 시달리던 이영자를 위해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고 모의해 인터넷 게시판에서 악플에 대응하는 댓글을 일일이 올리기 시작했다. 한 사람당 여러 개의 아이디로 ‘이영자 씨의 실제 모습을 보면 오해가 풀릴 겁니다’ ‘여러분이 아는 모습은 TV 속 이영자일 뿐입니다’ 등의 글을 올리며 악플에 맞서던 학생들. 그러나 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영자는 더 큰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너 이영자지?’ ‘이영자 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등의 악플로 인해 이영자는 댓글논란에까지 시달리게 된 것. 당시 이영자 교수를 위해 충성을 맹세하던 이들은 다름 아닌 훗날 개그맨으로 성공한 양배추 김신영 등이다.
▲ 이영자의 제자 양배추(맨 오른쪽)와 김신영은 인기 개그맨으로 성장했다. |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TV 드라마의 이해’라는 과목을 자신의 모교 선배이자 배우 선배인 배종옥에게 들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그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F학점을 보며 이게 말로만 듣던 ‘배종옥 F’구나라며 상당히 당황했다는 후문.
한편 서울종합예술학교에서 개그맨 지망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개그맨 박성호는 개그의 특성상 커리큘럼 짜기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체계화돼있는 연기론과는 달리 현장실습 위주의 개그 수업은 이론적으로 정리하기가 무척 힘들다고. 한 학기 동안 그의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는 한 학생의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3월 1주 차. 이빨에 김 붙이는 방법. ‘굽지 않은 생김을 잇몸과 입천장까지 붙이는 게 중요, 앞니의 개수를 센 뒤 홀수로 붙이기’> <4월 3주 차. 실전 콧물 그리기. ‘최대한 콧물의 끝을 위로 말아 올려 그리기’> <기말고사. 각목 맞고 쓰러지기. ‘맞고 한 바퀴 더 굴렀더니 가산점 받았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