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후보군 이어 이원석 대검 차장 새로 주목…여성 메리트 노정연, 전정부와 틀어진 조남관도 물망
#인사 다 끝나고 시작된 총장 인선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에 반발하며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퇴임한 지 66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63일 만에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가 구성됐다. 법무부는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당연직 위원 5명, 비당연직 위원 4명 등 모두 9명을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총장을 지낸 김진태 전 총장이 맡게 됐다. 김 전 총장은 “워낙 중요한 자리니 정말로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추천됐으면 한다”며 “1차적으로 능력이 출중해야 하고, 국가관이 투철하고 소신이 있어 당당하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당연직 위원인 법원행정처 차장 김형두,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한국법학교수회장 정영환,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한기정, 법무부 검찰국장 신자용 외에 비당연직 위원으로는 김진태 전 총장과 권영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고문, 권준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이우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위촉됐다.
7월 12일부터 19일까지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를 국민 천거 방식으로 추천받는데, 15년 이상의 법조인 경력이 있어야 천거가 가능하다. 법무부 장관은 이들 가운데 적합한 인사를 추천위에 제시하고, 추천위는 적격 여부 검토 뒤 법무부 장관에게 후보자 3명 이상을 추천하는 형식이다. 이후 장관은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7월 20일부터 본격적으로 돌아가게 될 추천위 일정과 장관 추천 및 대통령 인선, 인사청문회를 고려하면 새 총장 취임까지는 짧게는 20여 일, 길게는 한 달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계속 바뀌는 유력 후보군
김오수 전 총장 사퇴 후 꾸준한 관심사였던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은 조금씩 ‘유력후보군’이 바뀌고 있다. 초반만 해도 이두봉 대전고검장(사법연수원 25기)과 같이 윤석열 대통령 측근이거나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사법연수원 24기), 김후곤 서울고검장(사법연수원 25기)처럼 내부 평이 좋은 비윤 계열의 특수통 검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사법연수원 23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강남일 전 고검장에게 총장 제의가 갔다는 ‘설’도 돌았다.
법무부 장관이 사법연수원 27기로 현직 고검장들(사법연수원 24~25기)보다 후배인 점을 감안할 때, 현직 고검장이나 사법연수원 21~23기인 검찰 외부 인사를 모셔와 ‘검찰 내 뒤숭숭한 분위기 정비 및 인사 시스템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력 후보군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 김후곤 서울고검장이나 이두봉 대전고검장은 지속적으로 거론되지만, 검찰 외부 인사 중에는 배성범 전 법무연수원장(사법연수원 24기)과 기획통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사법연수원 21기), 검찰 내부 인사 중에서는 노정연 부산고검장(사법연수원 25기)과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7기)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고검장 추가 인사가 이뤄지기 전에만 해도 김후곤이나 여환섭처럼 ‘비윤’ 라인의 특수통을 임명해 분위기를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면 최근 3차례 인사를 하는 과정을 통해 ‘그립감(장악력)’이 약한 총장을 앉히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게 됐다”며 “한동훈 장관이 편하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을 앉히려고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주목받는 한동훈 동기 이원석 차장검사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차기 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초 ‘너무 기수를 건너뛴다’는 평가 속에 차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인물. 하지만 거꾸로 총장 후보군에 오른 이들 대부분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27기)보다 선배인 점을 감안할 때, 편하게 손발 맞춰 일할 수 있는 27기 이원석 차장검사를 총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역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두 달여 동안 ‘함께 일해 봐서 실력이 확인된 검사’라면 기수와 상관없이 법무부 장관, 금융감독원장 등 요직에 앉히지 않았냐”며 “한동훈 장관과 미리 사전에 의견을 조율해 ‘1명’을 낙점해 둔 상태에서 검찰총장 인사가 진행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동훈 장관의 입장을 배려해 준다면 이원석 차장검사가 낙점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풀이했다.
특히 법무부가 검찰총장 인선 전에 3차례에 걸쳐 검찰 인사부터 강행하면서 ‘식물 총장 논란’이 제기됐을 때에도 법무부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인사에 대해 조율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총장 직무대리 자격으로 검찰 인사 과정에 직접 관여한 만큼 이른바 총장 패싱이나 식물 총장 논란에서 그나마 자유롭다.
이원석 차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왔는데, 2016~201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에는 윤 대통령, 한 장관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때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했다가 2020년 수원고검 차장으로 좌천되고, 2021년 제주지검장이라는 비교적 한직으로 임명됐다.
다만 변수는 현재 고검장들보다 이 차장검사가 후배라는 점이다. 이 차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경우 현직 고검장들은 물론, 사법연수원 26~27기 검사장들 가운데 사의를 표명하는 이들이 대거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은 자신보다 후배 기수가 검찰총장에 오를 경우 자진 사퇴하는 조직 문화가 있다.
여성이라는 메리트가 있는 노정연 부산고검장(사법연수원 25기)도 주목받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첫 여성 출신 검찰총장이라는 상징성을 챙기면서, 동시에 법무부가 주도하는 현 분위기에 반기를 들지 않을 인물이 노정연 부산고검장”이라며 “한동훈 장관 입장에서는 ‘갈등이 벌어지지 않을 인물’이 총장에 임명되길 바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 당시 승승장구하다가 막판 사이가 틀어진 조남관 전 법무연수원장(사법연수원 24기)의 이름도 후보군에 등장했다. 익명의 한 검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윤석열 당시 총장과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이 서로를 잘 몰랐지만 함께 일하면서 윤석열 총장이 조남관 차장에 대해 높게 평가하며 인정을 했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검찰 내 ‘친윤 라인 득세’ 분위기를 감안해 내부를 다독이고 싶다면 조남관 전 연수원장만 한 인물도 없고 동시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도 반대했던 터라 법무부-검찰이 함께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도 예측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원석 차장검사 정도를 제외하면 ‘식물 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앞선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총장 추천위가 돌아간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1명 혹은 2명을 이미 결정해 놓았다는 것이고, 이미 한 달 전부터 20~23기의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지금 가면 식물총장’이라며 고사하고 있다”며 “검사 능력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장관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립감이 강한 인물을 총장에 앉힐지 아니면 한동훈 장관을 위해 그립감이 약한 인물을 총장에 앉힐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