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배당 공공수사1부 조직 개편 후에도 규모 유지…수사팀 확대 전망 속 ‘신중론’ 적지 않아
조직개편과 인사를 거치며 반부패수사부나 공정거래조사부는 검사 수가 다소 줄었지만, 사건을 맡게 된 공공수사1부는 규모를 줄이지 않은 점은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검찰 수뇌부의 의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안통 이희동 신임 부장검사가 부임한 뒤, 수사팀은 유족이 각종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벌써부터 검찰 안팎에서는 공공수사1부를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거듭되는 ‘수사 요청’과 인사를 통해 드러난 수사 의지
서해 피격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유족은 최근 잇따라 검찰을 찾아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고 이대준 씨 유족의 법률 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북한 측에 발견된 뒤 사망하기까지 6시간 동안 대한민국 정부와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사건 당시 대통령 기록물 공개 요청에 응하지 않은 민주당을 비판하는 동시에, 검찰의 대통령 기록물 압수수색을 촉구했다. 이 씨 사망 당일인 2020년 9월 22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방부, 해경 등과 소통한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고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국방부 장관? 안보실장? 사람을 죽여놓고 전부 발뺌하며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한다”며 당시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이었던 강건작 육군 제6군단장을 포함,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수사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이미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 3명을 고발했지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더 많은 수사를 촉구한 셈이다.
검찰도 이번 인사를 통해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서해 공무원 피살 관련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1부에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수사 당시 대검 선거수사지원과장이었던 이희동 부장검사(32기)가 부임했다. 수사 경험이 적지 않은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13~2014년에는 법무부 위헌 정당·단체 대책 TF(태스크포스)에서 근무했고, 이후 대검찰청 연구관(2015), 수원지검 검사(2016)를 거쳐 광주지검 공안부장검사(2018), 대검찰청 공안2과장(2019), 인천지검 공공수사부장(2020)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신뢰했던 간부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타 부서와 다른 점은 실질적으로 수사를 이끌고 가야 하는 부부장검사를 1명이 아니라, 2명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대검 반부패부 연구관 출신인 하준호 부부장검사(37기), 과거 이석기 전 의원 내란선동 사건과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한 최두헌 부부장검사(37기)를 모두 공공수사1부에 배치했다. 특수·공안 수사 경험이 많은 베테랑 검사들이 2명이나 배치된 것인데 부장검사 1명, 부부장검사 2명에 평검사 4명이다. 조직개편과 인사를 거치며 주요 수사 부서들의 규모가 줄어든 서울중앙지검 내 다른 부서들과 달리 규모를 유지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들이다. 현재 수사팀은 그동안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유족이 입수한 해경 초동수사 자료와 국방부 회신 자료 등을 건네받아 검토 중인데, 어디까지 수사를 펼칠 수 있을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 이번 사건은 ‘추론’만으로 사건을 설계하는 것은 쉽지만 ‘입증’을 하는 건 어려운 사건”이라며 “특히 이런 사건의 경우 내부에서 ‘실무진의 의견과 다른 윗선의 지시가 내려왔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첫 압수수색 범위가 매우 중요"
인사가 이뤄진 지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특별수사팀 구성 가능성이 거론된다. 청와대 안보실을 넘어 윗선으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검찰은 원론적인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무게감이 있는 사건인 건 분명하다”면서도, 특별수사팀 구성 같은 수사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당장 수사팀 확대보다는 수사 도중 ‘필요성’이 확인되면 확대하는 방식으로 특별수사팀 구성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변호사는 “사건 발생 이후 청와대와 해경, 국방부에서 어떤 보고와 지시가 오갔는지를 재구성하고 이 과정에서 직권남용 소지의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를 진술뿐 아니라 서류 등과 함께 확인해 사실관계를 재구성해야 하는 수사”라며 “정치적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에 수사팀 입장에서 절대 쉬운 수사가 아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는 검사 한 명이 아쉬울 것이고, 이를 위해 수사팀 입장에서는 계속 ‘수사팀 증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르면 이번주 중,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대통령기록관,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선 변호사는 “이런 사건의 경우 첫 압수수색을 어디까지 동시에 가는지, 확보하기 위한 자료는 어디까지 선택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첫 압수수색 이후 확보된 물증들을 가지고 수사팀이 구체적인 수사 전략과 출구 전략도 설정할 것이고, 위 전략들이 설정되면 수사팀 증원 여부도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안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 역시 “수사를 하기 앞서 기초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한데, 이번 사건은 기소할 수 있는 확실한 내용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가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 수사팀이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기소’를 염두에 둔 수사 자료 파악을 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의혹’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수사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 이 씨의 형인 이래진 씨는 더불어민주당 황희·김철민 의원으로부터 “월북을 인정하면 보상해주겠다”는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한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월북 회유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는데, 인권 침해를 넘어서는 범죄 행위가 의심되면 검찰 고발도 가능하다.
다만 신중론도 적지 않다. 무리한 수사는 오히려 검찰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와 가까운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안보 라인들이 수사 대상이 되겠지만, 검찰도 무리하게 수사를 위(문재인 전 대통령)나 옆(국회)으로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별수사팀이 꾸려지더라도 이는 수사를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는 빠르게 마무리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