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입법안 권한쟁의심판 청구…헌재 국회 입법 개입 부담, 진보 성향 재판관 많은 점도 변수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헌재 재판관의 구성’을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야가 국회에서 첨예하게 입장이 다른 정치적 사안인데, 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많다고 분석되는 현재 구조를 감안하면 법무부나 검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당장 가처분신청은 인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권한쟁의심판 판단에서는 국회의 권한을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드물게 이뤄지는 권한쟁의심판…명분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기존 6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패·경제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경찰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추가적인 범죄 혐의를 찾아내 수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범죄 사실 내에서만 보완 수사가 가능하도록 명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리고 검사장 인사가 이뤄진 직후인 27일 오후, 헌재에 올해 4월 30일과 5월 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대상으로 권한쟁의심판을 검찰과 공동청구했다고 밝혔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또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권한 범위를 헌재가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에는 국회에서 이뤄진 법률 제·개정 문제를 놓고 중앙정부기관(법무부, 검찰)과 국회가 부딪히는 구조다.
검찰이 국회의 입법 과정에 대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을 무소속으로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한 점은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이 헌법상 명시된 검사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헌법은 12조 3항과 16조에서 검사를 ‘영장 청구의 주체’로 명시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단순 영장 청구를 대신해주는 역할’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고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해석대로라면 민주당이 강행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위헌으로 볼 수도 있다. 법무부와 검찰 측은 “검사에게 부여한 역할과 기능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고, 준사법기관의 지위도 침해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회 입법권 건드리기는 부담?
법무부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헌법재판관 정족수는 6명로 추정된다. 권한쟁의심판 자체는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법안 내용에 대해 위헌 결정까지 하려면 재판관 가운데 6명의 ‘위헌’ 판단이 필요하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규정이 헌법재판소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헌재는 사안을 다루면서 5명인지 6명인지 정족수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부터 설정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헌재 재판관 구성이다. 9명 전원이 심리하는 권한쟁의심판에서 진보 성향이 다수인 지금의 헌재 구조를 고려할 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법조계는 임명권자과 그동안의 재판관 결정을 고려할 때, 6명을 ‘진보 성향’으로 분류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김명수 대법원장,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이은애·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다. 바른정당이 추천한 이영진 재판관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평가되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명한 이선애·이종석 재판관 정도만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자연스레 ‘법무부·검찰의 청구가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쏠린다. 헌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변호사는 “과거 일제강점기 때부터 경찰에 과도하게 쏠렸던 수사 권한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 하에, 신병 확보 등 영장 청구 시 검찰의 관할을 받도록 한 것”이라며 “당시 헌법에 명시된 취지를 고려할 때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됐다’라고 볼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3~4명의 재판관으로부터 이 같은 해석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헌재가 국회의 입법 과정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또 다른 변호사는 “헌재는 국회의 입법 과정을 문제 삼아 위헌으로 판단한 적은 그동안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헌재는 여론과 정치적인 균형을 모두 고려해 판단하는 성향이 있는데, 헌재가 입법권을 가진 국회를 상대로 위헌을 판단한다는 것은 민주당을 적으로 돌리는 위험한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헌재는 국회의 판단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결정을 한 적이 없다. 한국정책금융공사법 심의 중 반대토론이 제한됐다는 이유로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제기한 2011년 청구 때 “입법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법률 자체에 대해서는 위헌이라거나 법률안 가결을 무효로 판단하지 않았다.
#관건은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여부
다만 법무부가 9월 10일 검수완박법 시행을 앞두고 낸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헌재의 본안 판단 전까지 개정 법률의 효력이 정지되는데, 본안이 아닌 만큼 헌재 재판관들이 ‘본안 심리전까지 일시적인 유예 연장’을 선택할 수도 있다. 앞선 변호사들 모두 “본안과 다르게 가처분 결정은 부담이 적고, 헌재 재판관들이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검찰과 경찰 수사가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볼 부분도 있다.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본안 심리 기간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는 사안이라는 점은 적지 않은 변수다. 2023년 3~4월에는 이선애(보수)·이석태(진보) 재판관, 11월에는 유남석(진보) 소장의 임기가 끝난다. 2024년 9~10월에는 이종석·이영진(보수), 이은애·김기영(진보) 재판관도 물러나게 된다. 임기가 끝나는 재판관이 무려 7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나 윤 대통령이 임명할 신임 대법원장, 여당에게 부여된 몫이 과반 이상이다.
본안 심리가 길어질수록 법무부와 검찰에 유리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대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사안은 검찰의 권한이 달려 있다는 점, 현재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라는 점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헌재도 빠른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신중하게 여론을 고려해 시간을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법무부·검찰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본안 심리가 더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