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권리 존중받아야” vs “하청지회 권력화·세력화”
그런 가운데 금속노조는 7월 20일 총파업대회를 서울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앞에서 함께 열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노조 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하청지회 노동자들의 농성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동정여론과 비판이 상존한다. 자본에 억압을 받아온 노동자들의 권리 투쟁이라는 옹호론과 함께, 현 노동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노동의 권리는 응당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 같은 권리가 세력화·권력화되면서 불법행위를 해도 노사협상 타결 시에는 민·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는 관례가 당연시 돼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하청지회의 불법점거가 국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서로 공멸의 길로 간다는 판단에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자는 투표를 실시했다. 이에 전체 조합원의 41%가 찬성하며, 대우조선 노동자와 협력사 노동자 간의 초유의 노노 갈등까지 일어났다.
이번 농성은 그 근거와 주장을 파헤쳐 보면 성격이 분명해진다. 먼저 법적으로 따지면 옥포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선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준공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산업입지법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대우조선만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1차협력사들은 산업단지 내에 사무실 등을 둘 수가 없다. 대우조선에 인력송출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인 협력사의 노동자들이 노동쟁의를 펼칠 근거가 희박한 것이다.
하청지회가 요구하는 노조사무실 지급,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지급,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이 가능한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먼저 노조사무실을 지급할 경우에는 대우조선은 산업입지법을 위반하는 경우에 속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산업단지가 준공되지 않았기에 사업시행자인 대우조선만 토지와 건축물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노조사무실 지급은 산업입지법 위반이다. 하청지회의 요구는 산업입지법을 고치지 않으면 불가능한 요구다.
임금 30% 인상과 상여금 300% 지급은 자신들이 소속된 1차협력사와 협의해야 할 문제다. 협력사는 인력송출로 수익을 창출한다. 대우조선은 인력 한 명당 시급 3만 2000원(4대보험, 퇴직금, 고정비 포함) 정도를 지급한다.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에 70~80%에 재하도하고, 최종 물량팀에는 시급 1만 7000원 정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으로부터 인력송출 시 받는 시급은 1차협력사에서 근속 및 기능공에 따라 차등지급한다. 1차협력사가 하청지회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빚을 내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므로 현재 폐업을 결정한 1차협력사가 발생하고 있다.
노조 전임자를 인정하라는 것은 일하지 않고 급여를 받겠다는 말과 맥이 닿는다. 1차 협력사는 인력송출에 따른 기성금을 청구하기에 노조 전임자가 일하지 않으면 협력사의 기성금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다. 협력사가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동료 노동자의 노임을 쪼개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대우조선 1차 협력사 관계자는 “과거 협력사를 운영한 사업주가 노동자를 착취해 부를 창출한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는 하청지회 100명이 대우조선으로 인해 먹고사는 관련 생계자의 목숨줄을 갖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며 “이 상태로는 견딜 수가 없다. 하청지회 좋은 일 할 바에 스스로 폐업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협력사 직원 전체 30% 인상이 아니라 하청지회 노조원만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 임직원 2만 명에 딸린 식구 3인이면 8만 명이고, 사외 기자재 등 대우조선으로 인해 먹고사는 전체 국민이 작게는 100만 명은 될 것이다. 이들이 하청지회 100명에게 생명줄을 맡기고 있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하청지회 측은 본보의 거듭된 입장 표명 요청에도 아무런 대답을 전하지 않았다.
한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월 14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선박 점거 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단을 촉구했다. 두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각각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정식 장관은 “도크에서 진수를 기다리는 선박을 점거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이는 원청근로자 8000명과 하청근로자 1만 명에게 피해를 준다”고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