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개수 늘어난 만큼 개당 가격은 폭락…청산금 노리고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 조심해야
De-Fi 2.0은 다소 생소한 개념으로 출발했는데 수십만 퍼센트(%)의 연 수익률(APY)을 약속한 게 큰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프로젝트가 등장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사라지게 됐다. De-Fi 2.0 자체에 문제가 많았고 실패한 프로젝트도 많은 가운데 네버랜드는 그나마 정상적으로 운영했다는 얘기가 들려왔지만 결국 청산 수순에 들어갔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네버랜드 청산 과정을 들여다봤다.
네버랜드는 해적 이미지를 차용해 해골, 해적선 등을 주요 이미지로 내세웠다. 보상 토큰 이름도 후크 선장이 떠오르는 HOOK(훅)으로 정해졌다. 네버랜드는 그들을 따르는 팔로어들을 해적들(Pirates)이라 부르면서 결속력을 다진 프로젝트였다.
1월 네버랜드는 매우 많은 블로거, 유튜버, 텔레그램 채팅방 매니저들이 홍보한 프로젝트였다. 네버랜드 측이 각종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네버랜드를 홍보하면 성적에 따라 화이트리스트 참여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화이트리스트는 일종의 VIP 티켓으로 이 티켓을 가진 사람부터 네버랜드 IDO(탈중앙화 거래소의 판매 방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화이트리스트를 가진 사람은 네버랜드에서 보상으로 제공되는 훅 토큰을 더 싸게 먼저 살 수 있었다. De-Fi 2.0 특성상 조금 더 싸게 거래하고 먼저 선점한 만큼 토큰 개수가 엄청나게 증가해 그 뒤에서 받쳐주는 매수세가 있다면 수익률이 클 수밖에 없다. 먼저 들어갈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를 받기 위해 너도나도 홍보에 나선 것이다.
네버랜드는 1월 23일 화이트리스트 응모를 마감하고, 1월 24일 화이트리스트 대상자를 발표하고 IDO까지 실행했다. 이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IDO를 진행했고 1월 26일 토큰을 찍어내며 스테이킹(예치)도 시작했다. 당시 네버랜드 IDO 가격은 20.84클레이였다. 당시 클레이튼 가격은 약 1500원이었으니 IDO 당시 훅 토큰 가격은 1개에 3만 1000원 수준이었다.
한 블로그에 캡처된 네버랜드 초기 수익률은 De-Fi 2.0 특성상 APY가 자릿수를 세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숫자였다. 물론 이는 매일 복리로 재투자했을 때 연 환산 수익이다. 하루 약 13% 정도 수익이면 연으로는 셀 수 없는 자릿수 수익률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익은 토큰 개당 가격이 하락하면 지켜질 수 없다. De-Fi 2.0의 맹점인 셈이다.
실제로 클레이튼 토큰 차트를 볼 수 있는 덱사타(Dexata) 기준, IDO 직후인 1월 26일 훅 토큰 가격은 약 110만 원까지 치솟았다. 한 토큰 업계 관계자는 “네버랜드 파이낸스는 출범 첫날 봇(매매 자동화 프로그램)이 훅 토큰 초기 수익을 노리고 매수세에 뛰어들어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고 말했다.
De-Fi 2.0 특성상 IDO 직후 곧바로 매도할 순 없지만 약 3만 1000원 수준의 토큰이 110만 원까지 치솟으면서 투자자의 기대는 부풀었다. 네버랜드는 8시간마다 이자를 지급했다. 이자로 받은 훅 토큰은 계속해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날 훅 토큰은 약 3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초기 가격에서 10배였다. 약 1주일이 지나자 훅 토큰은 약 10만 원이 됐다. APY로 엄청나게 토큰 개수가 늘어났지만 그보다 빨리 토큰 개당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출범 약 3주가 지난 2월 18일 훅 토큰은 초기 IDO 가격인 3만 1000원 이하로 떨어졌다.
돌이켜보면 네버랜드에 빨리 뛰어들어 훅 토큰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즉시 매도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고점에서 매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훅 토큰이 수익률이 높다고 진입한 사람은 수십 분의 1토막 나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훅 토큰 가격이 폭락하면서 신규 진입자도 줄어들었고, 이에 훅 토큰 APY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실제로 출시 초기에는 숫자를 헤아릴 수도 없는 APY였지만, 약 3일 뒤에는 5000조 퍼센트 APY였고, 2월 초가 되자 186만 퍼센트 APY가 됐다. 186만 퍼센트도 어마어마한 숫자지만 이자는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던 것이다.
보이는 수익률은 엄청났지만 그만큼 이자가 지급되면서 이를 매도하는 사람들로 인해 훅 토큰 가격은 빠르게 하락했다. 5월 중순이 되자 훅 토큰은 약 2000원이 됐다. 결국 네버랜드도 다른 De-Fi 2.0처럼 결국 빠르게 소멸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클레이튼 기반 De-Fi 2.0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청산을 통해 문을 닫으면서 네버랜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청산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전체 훅 토큰 시가총액(시총)이 네버랜드가 보유한 금고 속 자산보다 더 커졌기 때문에 청산해서 토큰 비율만큼 나누는 게 차라리 이익이라는 분위기였다. 말하자면 주식에서 PBR(순자산 장부가치)보다 시총이 낮아져서 회사를 청산해 주식을 들고 있는 만큼 돈으로 돌려주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결국 7월 8일 네버랜드는 ‘투표를 통해 프로젝트 종료 방향을 정하고자 한다’면서 청산 투표를 시작했고 97.41% 찬성으로 투표가 통과돼 청산됐다. 따져보면 네버랜드가 지급했던 1개 훅 토큰은 그동안 스테이킹(예치)해 뒀다면 약 6개월 동안 40.86배로 늘어났다. 1개 훅 토큰을 출시 직후 예치했다면 6개월 뒤 40.86개가 된 셈이다.
훅 토큰은 약 15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청산 발표가 나면서 이를 노린 투자자로 인해 가격이 약 1800원까지 올랐다. 1개 훅 토큰은 청산되면 약 1950원으로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De-Fi 투자 경험이 있는 A 씨는 “De-Fi 2.0 프로젝트는 청산 예정가보다 실제로 돌려주는 금액이 적을 수 있다. 약 10% 정도 수익률을 노리고 투자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라고 조언했다.
현재 1개 훅 토큰 가격은 약 1800원이지만 청산을 하면 약 1950원으로 돌려 받을 수 있다. 이런 청산을 노리고 훅 토큰을 사는 투자자도 있어 가격이 올랐다. 청산이 된다고 했을 때 계산해보면 IDO에 참여해 3만 1000원에 산 훅 토큰 1개가 1950원이 됐지만, 개수가 40.86배로 늘어났으니 현재 가치로 약 8만 원이 된 것이다. 다만 이는 극초기 진입한 화이트리스트 IDO 투자자에 한정된 이야기고 이외에는 대부분 손실을 봤다. 반면 청산을 노린 일부 투자자들도 수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
앞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De-Fi 2.0은 프로젝트 대부분이 망하면서 잘못된 실험으로 끝났다. 더군다나 탈중앙화라는 허울뿐인 이름과 달리 운영진은 드러난 것만 해도 최소 1인당 수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보면서 종료됐다. 결국 중앙화 거래소보다 훨씬 못했고, 탈중앙화는 그들이 수익을 볼 수 있는 명분만 된 셈이다”라면서 씁쓸해 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